[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 공개형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언론사의 포털 입점 및 퇴출 결정을 위임받는다. 포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사 기사로 유입되는 독자들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위원회는 언론사의 생사를 결정짓는 칼자루를 쥐는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예상되는 외부 압력을 막기 위해 위원회를 비공개로 운영한다고 했지만, 위원 명단은 이미 이리저리 새어 나오고 있다. 위원 면면을 보면 시민사회단체가 일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대다수가 기존 보수 언론사를 대표하는 단체 인사들로 구성되어서 보수 언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위원회가 될 것이란 우려의 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 9월 3일에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가 서강대 교수팀에 발주한 ‘포털 모바일뉴스(네이버, 다음)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는데, 김무성 대표는 이 보고서에서 드러난 “포털 모바일의 뉴스 편향성을 올해 국정감사의 중점 이슈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준비위원들이 지난 9월24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가위 구성 및 역할, 운영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잇따르는 인터넷 저널리즘에 대한 규제 강화

지난 9월 24일에는 반말과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상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안을 입안 예고했다. 명예훼손 글에 대해서 기존에는 당사자가 심의 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 이를 제3자나 방심위 직권으로도 심의 신청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 상의 표현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제3자나 방심위가 직권으로 심의 신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지금까지는 언론보도피해자가 중재위를 통해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은 기사삭제 청구까지 가능해진다. 온라인 기사, 카페와 블로그의 복제기사, 댓글도 삭제 청구 대상이다. 피키캐스트와 페이스북 등 신생 뉴스미디어와 이같은 역할을 하는 유사 뉴스서비스도 중재대상에 포함시켰다. 결국 인터넷상 거의 모든 형태의 표현행위를 중재대상 범위에 포함시키게 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21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터넷신문 등록기준 강화를 핵심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취재‧편집 상시고용 인력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등록신청 시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내역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5900여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인터넷신문 중 85%가 사라질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인터넷신문의 사실 확인 기능 및 저널리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어뷰징 기사를 남발하고 정파성에 치우친 기사 그리고 오보를 주도해 온 쪽은 주류언론들이라는 반박이 거세다.

©플리커

이제 손봐야 할 대상은 인터넷 저널리즘인가

웹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저널리즘이 연쇄적이고 파상적인 통제 시도에 직면하고 있다. 2011년 연말 4개 종합편성채널 출범으로 보수 신문은 TV채널을 겸영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했다. 지상파 공영방송은 현재와 같은 거버넌스 구조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저널리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KBS 사장은 여야 7대4 구조로 구성된 KBS이사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MBC 사장의 임명과 해임권은 여야 6대3 구조로 구성된 방송문화진흥회에 있고,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권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행사하며,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제 손봐야 할 대상은 인터넷 저널리즘이다. 총선과 대선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 추이’에 따르면 인터넷, 그 중에서도 이동형 인터넷의 이용시간이 급증하고 있다. 지하철 승객 열에 일곱, 여덟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현상을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추세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는 2013년부터 20대의 인터넷뉴스 접촉률이 TV뉴스 접촉률을 역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30대와 40대로 점점 전이되고 있다.

인터넷을 둘러싼 권력투쟁에서도 밀려나는 저널리즘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 가상공간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권은 권력유지를 위해, 기업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행동과 반응을 추적, 감시, 통제하고자 한다. 마음만 먹으면 SNS 상의 개인적인 의견 표명이나 정치적인 언급을 정보원이라는 다루기 어려운 존재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감시 추적할 수 있다.

신용카드, 할인카드, 온라인 쇼핑몰 구매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소비성향, 생활패턴, 심지어 성적 취향 같은 시시콜콜한 프라이버시를 자신도 모르게 노출시키고 다닌다. 주도권 싸움에서 가장 밀리는 쪽은 시민사회와 이를 대변해야 할 저널리즘이다. 어떤 통제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 하고 통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플리커

자유와 민주주의의 미래에도 위협

인터넷 시대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 저널리즘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저널리즘은 누구의 이익과 목적을 위한 것이고,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가? 감시와 검열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국가와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인터넷 이용자들을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권위주의 체제의 감시와 통제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시민사회가 국가와 사회, 경제발전을 위한 감시와 규제라는 대의명분에 맞서 저널리즘의 자유가 더 소중한 가치라고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을까?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국가와 기업이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 한다면 인터넷이 가진 수많은 가능성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이미 인터넷의 개방성과 공유, 쌍방향 의사소통 능력은 민주적인 문화 발전을 촉진시켰고 역사상 유례없는 정보의 확산을 가져왔다. 다른 한편 저널리즘의 자유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이 둔감해질수록 감시 권력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안전과 안락을 이유로 감시 권력에 순종해 자유와 권리를 양보해 버리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는지 돌이켜 본다면, 사이버 공간을 자유와 창의가 넘쳐나는 공간으로 지켜내는 의무와 책임을 시민사회가 방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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