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의 풍수지리]

제주 성읍마을 남문입구. 뒤에 영주산이 보인다. 성읍마을과 영주산 사이로는 천미천이 흐르고 있어 영주산은 성읍마을의 주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피니언타임스] 제주 성읍마을은 우리나라 8대 민속마을 중 하나이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아산 외암마을, 고성 왕곡마을, 순천 낙안읍성, 성주 한개마을, 영주 무섬마을 등과 더불어 500년 이상 지속돼왔다. 성읍마을은 한라산(1947m) 동쪽지역으로 한라산에서 이어진 낮은 용맥들이 주변에 오름으로 솟았고 한라산 기슭에서 발원한 물줄기인 천미천이 감싸주는 풍수적 명당에 위치한다. 마을 어느 곳에서나 우뚝 솟아 보이는 산이 영주산(瀛洲山, 320m)인데 성읍마을 사람들은 영주산을 신령한 산으로 생각한다. 영주산을 성읍마을에 생기를 공급해주는 마을의 진산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한편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읍마을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나 다른 민속마을과 달리 큰 인물이 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성읍민속마을의 자료에 의하면 북쪽 영주산을 진산, 남동쪽 남산봉은 안산이며 서쪽 모지오름, 따라비 오름, 설오름과 남서쪽 갑선이 오름은 우백호요, 남산봉 밖 동쪽은 좌청룡이라고 한다.

대동여지도에 의하면 성읍민속마을 산세는 서쪽에 있는 제주의 명산 한라산으로부터 성판악, 록산, 성불악으로 이어져서 마을 북쪽산인 영주산에서 맺어진다고 하였고 마을 앞에 자리 잡은 남산은 제주섬 동북쪽에 위치한 대성악으로부터 맥이 이어져서 마을 동쪽을 감싸 돈다고 하였다. 또 다른 설명에 따르면 성곽 서쪽은 한라산의 맥을 받아서 내려온 모지오름을 중심으로 장자오름-갑선이 오름-안심선이로 연결되는 맥과 영주산-본지오름-남산봉으로 연결되는 맥이 마치 장막처럼 성곽을 둘러싸고 있다고 설명한다.

풍수에서는 고일산 저일수(高一山 低一水))라 하여 한 치가 높으면 산이요 한 치가 낮으면 물로 본다. 생기는 한 치 높은 곳으로 흐르며, 한 치 낮은 곳을 만나면 지기가 멎는다고 해석한다. 또한 계수즉지(界水則止), 맥우수지( 脈遇水止)라 하여 맥이 물을 만나면 생기는 멈춘다고 보았다. 그런데 성읍마을의 진산이라는 영주산과 성읍마을 사이로는 제주도에서 두 번째로 길다고 하는 천미천이 성읍마을을 감싸고 흐르면서 영주산과 갈라놓았다. 또한 영주산은 성읍마을을 바라보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으며 동남쪽인 삼달리 마을을 바라보고 있고 그곳에서 군수, 변호사, 공직자 등 주요 인물들이 나왔다고 한다.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일관헌 관청. 1975년 복원된 건물이 2013년 태풍에 무너지고 최근에 다시 복원되면서 조선 조 초기에 세워진 대로 남향에서 동향으로 바꿨다.

1975년, 성읍마을을 복원하면서 관청이 있던 자리에 정의현 관사를 영주산을 배산으로 하여 남향으로 복원을 하였는데 2011년 무이파 태풍 때 천년된 보호수가 뽑혀 넘어지면서 일관헌이 무너졌다고 한다. 일관헌을 복원하기 위하여 다시 현장을 발굴하여 보니 일관헌은 남향이 아닌 동향으로 건축되었고 다시 건물을 복원하면서 동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왜 남향으로 있던 건물을 동향으로 지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주산은 천미천 밖에 있지만 천미천이 건천(乾川)이라 용맥이 건너 올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천미천 아래로는 반석으로 연결되어 있어 영주산의 맥이 성읍마을과 연결이 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맥은 한 치가 높은 곳으로 흐르며 영주산의 용맥은 천미천을 건너 성읍마을로 연결되었다기보다는 남산봉으로 이어졌음이 현장을 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성읍마을은 영주산과는 천미천으로 나누어져 있고 북서쪽이 높아 성읍마을의 진산(주산)은 한라산과 맥이 이어진 모지오름으로 보아야 한다. 조선 초기 지어진 일관현이 동향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성읍마을을 감싸주는 천미천. 영주산과 성읍마을 사이로 성읍마을을 감싸주면서 흐른다.

성읍마을은 북쪽 영주산의 맥과는 연결되지 못하였으나 천미천이 감싸주고 있어 수관재물(水管財物)의 터는 될 수 있어 앞으로도 생리적인 측면에서는 안정된 마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읍마을이 더욱 발전하자면 마을의 진산 개념을 새롭게 잡고, 마을배치와 그에 따른 비보풍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민속마을 중 1,360여명의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60세미만 젊은 세대가 76%나 차지하는 성읍마을이 제주도의 관광자원이 되고 더욱 사람살기에 좋은 마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