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발 금리인상 논의가 아직도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미국의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한국의 금리도 폭풍 영향권에 들어섰는지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 이전부터 금리 인상을 소신인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인하만 했다.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으므로 우리도 올릴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즘 한은 총재는 소신을 말하던 때와는 다르게 자신이 없어진 것 같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한국경제는 금리인상을 받아드리기가 쉽지 않으며, 그 후폭풍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연준이 15~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FOMC 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커스뉴스

미국 금리 오른다고 곧바로 한국 금리 올릴 수는 없어

금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항상 접하고 경험하는 생활용어이며, 금융기관에서 정해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 뉴스를 한 달에 한 번씩 접하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결정 메카니즘, 그 효과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금리는 거시경제변수들 간의 많은 함수 관계의 결과로 도출되는 내생적인 결정물이고, 결정된 금리는 다시 거시경제변수들에게 다양하고 다이나믹하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를 연결해주는 다리(bridge)이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통로’로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경제변수이다. 즉, 금리는 많은 거시경제변수들 간에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결정되는 것이지 미국 금리가 오르면 우리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는 것은 극히 일면만 바라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금리는 정책당국이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정책목표와 정책의지에 따라 결정하는 제도적인 측면이 있다. 실물경제 시장의 상황을 잘못 판단하거나, 일부 정치세력이 내세우는 정책목표만을 중시해 금리가 결정될 때,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결정된 금리를 중심으로 선순환 반응을 보이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지만, 악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금리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신중하게 진단한 뒤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14일 국내 증시가 이번주 예정된 미국 금리인상 발표에 대한 부담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26포인트(1.14%)떨어진 1926.36으로 출발해 1920선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포커스뉴스

금리 올리면 자산가격 하락과 과다한 가계부채로 견디기 어려울 것

그러면 한국경제의 금리결정을 둘러싼 환경은 어떤가? 물론 금리에 영향을 미칠 거시경제변수 환경도 많지만, 필자는 국민경제에서 실물자산규모가 너무 비대해져서 금리를 올릴 경우, 자산가격의 하락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과 이미 과다한 가계부채 규모로 인해 경제적 정치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강조하고 싶다.

2013년말 국민 순자산 가운데 비금융자산이 1경1039.2조인데 GDP(1377.4조) 대비 8배에 달하며, 2015년말에는 9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이 1년에 벌어들이는 소득(flow)에 비해 부채의 증가로 늘어난 실물자산규모(stock)가 너무 비대해져서 유지하기조차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부양은 경제를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경로를 바꿔 비대해진 실물자산규모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정책 당국은 다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또 부양에 나서자니 효과도 없겠고, 가만히 놔두자니 붕괴의 조짐이 보이니 막다른 절벽 앞에 선 기분일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한다면, 막대한 실물자산을 힘겹게 받치고 있던 저금리라는 버팀목을 치워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기가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더욱이 그 후폭풍으로 자산가격 폭락에 따른 금융부실, 역자산 효과, 금융경색의 악순환, 경기침체의 가속화 등이 동시다발로 닥칠 텐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정부가 어디 있겠는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더 피부에 와 닿는다. 2015년 3분기말 가계부채는 1166조인데 이는 2010년 3월말 783조에서 4년반 동안 390조나 늘었고 최근 1년간 약 100조가 증가했다. 즉, 경기침체는 깊어지는데 부채는 급격히 늘어나는 기현상이다. 경기침체로 소비를 줄였지만,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면서 개인의 부채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014년 말에, 개인의 소득 중에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실질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를 넘어가고 있고 2015년 말에는 170% 정도까지 높아질 것이다. 1년 동안 쓸 수 있는 소득규모보다 빚이 1.7배나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가계저축률은 3~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이미 가계부문은 소득으로 부채 상환은커녕 이자도 감당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는데, 만약에 금리를 1%P라도 올린다면 실질소득은 정체된 가운데 금융비용 부담만 높아져 저축률이 거의 제로로 접근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는 더 위축될 것이고, 최근 불거진 수출경기 부진과 함께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예상보다 심할 것이다.

2015년 3분기 가계신용 잔액 추이. 정부가 기준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는 1166조까지 늘었으나 기대만큼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포커스뉴스

상생협력과 고통분담 포함하는 근원적 해결책 공론화 필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금리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잘못 건드렸다가는 더 어려운 국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만든 가계부채관리 실패와 실물자산 비대화를 가져온 무차별한 건설경기부양 등 사려 깊지 못한 정책의 실패를 정책당국이 깊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경제현실에 대한 더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지만, 이런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책을 공론화하여, 경제주체들의 상생협력과 고통분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인’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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