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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와 이주민에 부정적인 한국[함기수의 중국이야기]
함기수 | 승인 2015.12.15 11:24

[논객닷컴=함기수] 바야흐로 세계가 한 마을처럼 된다는 지구촌(Global Village)시대다. 우리나라도 이제 상주 외국인이 15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3%에 이른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제 한겨레, 단일민족의 개념은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각국의 사회과학자들이 2010~2014년에 한국인 1200명을 포함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에 따르면 한국인의 34%는 다른 인종과 이웃이 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44%는 이주노동자와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정적 추세가 더 악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의 연례조사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사회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답한 비율이 21.5%에 달했다. 다문화 가정이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답한 비율도 32.5%나 됐다. 이는 각각 15.7%, 25.8%로 나타난 이전 조사에 비해 높아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외국문화를 수용할 기회가 많은 20~30대 청년층이 다문화, 이주민에 대해 더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2013년 조사에서 20대 가운데 다문화가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답한 이들이 35.1%였고, 이주노동자가 한국사회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대답한 이들이 31.3%로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12번 출구 인근 중국동포 거리에 중국어 간판들이 늘어서 있다. 상주 외국인이 150만명을 넘어선 한국에서 이 같은 풍경은 어색하지 않다.©포커스뉴스

중화(中華) 울타리 안에 56개 이민족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중국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 라도 가리지 않는다(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사마천(史馬遷)의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비록 사소하다 할지라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항공(KAL)의 광고 카피로 유명해진 이 문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로도 알려져 있다. 중국의 역사와 한족(漢族)의 발전사를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중화(中華)라는 문화로 주변의 모든 이민족을 흡수해 나간 한족의 흡인력을 기가 막히게 합리화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이 말은, 심오한 사상과 원대한 이상을 가진 것이 아닌, 영특하고 출세욕 강한 한 사람의 살아남기 위한 말장난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바로 후대 역사학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는 진시황 시절의 승상 이사(李斯)이다. 그는 초나라 사람이었지만 더 큰 출세를 위해서 진나라로 온 사람이다. 각고 끝에 그는 진시황의 큰 신임을 얻게 되어 객경(客卿)의 자리에 오른다. 객경이란 다른 나라의 인사를 등용하여 경(公卿)의 칭호를 쓰는 직위를 말한다.

그런데 한나라에서 온 정국(鄭國)이라는 사람이 진나라에서 운하를 수리하며 첩자 노릇을 하다가 발각된다. 이 일로 왕족과 대신들은 진시황에게 다른 나라에서 온 객경들을 모두 축출할 것을 간언한다. 이사역시 추방 대상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그 유명한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진시황에게 올려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신이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아지고, 나라가 크면 백성이 많으며, 병력이 강하면 병사가 용감해진다고 합니다. 태산은 본디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으므로(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그렇게 높을 수 있으며(故能成基大:고능성기대),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았으므로(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그 깊음에 이른 것입니다(故能就基深:고능취기심). 마찬가지로 왕은 백성들을 물리치지 않음으로써 그 덕망을 얻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기막힌 명문(名文)이 없었다면 후일 진시황이 중국은 통일했을지라도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참사는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사는 진시황이 통일의 위업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전략을 수립했고, 통일 후 승상이 되어 강력한 진나라의 모든 정책을 총괄했던 사람이다.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했던 ‘분서갱유’는 사상의 통일을 위한 이사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숨은 힘은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이다. 우리도 한 줌의 흙과 물도 마다하지 않는 포용력으로 다문화의 흐름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 ©픽사베이

우리도 글로벌 시대 맞아 다문화에 포용력 발휘해야

중국은 민족사(民族史)의 개념이 아니라 문명사(文明史)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크게 보더라도 56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이고, 8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언어 국가이며, 30개 이상의 문자가 존재하는 다문자 국가이다. 조상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다. 말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다. 그리하여 좋아하는 것, 생각하는 것조차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중화 문명의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이 거대한 울타리는 2300년 전 한 줌의 흙이나 한 줄기 물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진시황의 야심찬 포용력으로부터 출발한다. 중국 대륙을 267년 동안이나 지배했던 청나라 만주족이 지금은 거의 한족에 동화된 것은 중화 문명의 막강한 흡인력을 말해 준다.

우리는 5000년 동안 이들과 더불어 살아 왔다. 이 긴 세월 동안 우리의 것을 지키며, 중화 문명에 복속되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다.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과 이문화(異文化)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은 중화 문명의 흡인력에 저항해온 처절한 역사의 산물(産物)이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는 시대의 변화와 세계화 추세에 따른 다문화 주의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한 줌의 흙과 한 줄기 물도 마다하지 않는 포용력으로 세계를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실력을 갖춘 의연함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함기수

 세계화전략연구소 객원교수(중국전문가)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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