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창업주였는데 존 스컬리 대표에게 쫓겨났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온 안철수 의원이 어제 지역구에 가서 한 말이다. 정치를 애써 외면하는 나도 정권교체만큼은 애타게 원한다. 그래서 또 때가 되면 투표장으로 갈 것이다. 정권교체와 멀어지는 행동을 하는 정치인은, 그 누구라도 밉다. 하지만 내 소망이 그렇다 하여 한 사람의 피 말리는 고뇌 끝에 나온 결정을 조롱하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정치 역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역시 의사를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그의 결단이 100% 잘못됐다고 돌을 던질 자 누구인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포커스뉴스

하지만 스스로를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는 저런 류의 발언은 마뜩치 않다. ‘억울하게 빼앗긴’ 자리 내놓으라고 몽니를 부리다, 상대방이 안 들어준다고 뛰쳐나와 놓고는, 온갖 핍박을 당하다 광야로 쫓겨난 투사로 보이기를 원하는 것 같은. 아니, 그리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도 좋다. 어느 정치인인들 그런 포장을 싫어할까. 그에게만 그 유혹에서 벗어나는 큰 그릇이 되라고 요구할 근거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가지. 제발 ‘거물’인 척 하지 마라. 아니다. ‘척’이 아니라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다. 당신이 깃발을 들면 국민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박수를 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제발 착각에서 벗어나라. 당신은 거물이 아니다. 정치적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초선의원일 뿐이다. 계속 그렇게 믿고 있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당신을 찍어준 지역구 주민들이 불쌍해진다. 당신에게 국민을 아프게 할 권리는 없다. 백신업체를 일군 기업인, TV 속에서 혹은 콘서트에서 각광 받던 기억에서 빨리 도망쳐라.

우유부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통 큰’ 결단을 내린 거라면,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라. 늙은 농부의 거북 등 같은 손부터 잡아라. 쫓겨난 노동자의 눈물을 함께 울어라. 단신으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한 노인의 겨울을 찾아가라. 오만무도한 여당과 멱살잡이라도 해라. 고독하고 겸손해져라. 당신을 존경할 생각이 전혀 없는,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노회한 정치꾼들에게 더 이상 이용당하지 말라. 스스로 조롱을 만들지 마라. 맞고 돌아와 이르는 아이처럼, 스티브 잡스 운운하기 전에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해라.

무지렁이에 불과한 나도 여전히 꿈을 꾼다. 세상 사람들에게 따뜻한 연탄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당신은 나보다 젊다. 다시 희망을 싹 틔워라.

 

 이사강

 사람들에게 따뜻한 연탄불이 되고 싶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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