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원순우]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계산하고 나온다. 외식은 간단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어떻게 구입한 재료인지, 요리사는 누구인지, 어떤 요리법이 곁들여졌는지를 안다면 맛과 감동, 신뢰와 재미를 한층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자신 있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 요리를 추천할 것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내가 직접 냉장고에 채워 놓은 재료를 가지고 전문 요리사들이 요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노하우를 이용한 요리 과정을 직접 지켜본 뒤 마지막에 최고의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물인 요리만으로 평가했다면 인기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요리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확신’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맛뿐만 아닌 재미와 재료를 다루는 과정을 통한 신뢰를 얻은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먼저 원재료(RAW DATA)를 체크하세요

최근 10년간 기업에 유행하듯 증가한 분석 방법이 온라인 여론분석이다. ‘버즈 분석’, ‘SNS 분석’, ‘댓글분석’, 과장된 표현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하기도 한다. 의미가 다 다르지만 네티즌이 올린 글과 댓글, 동영상 등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기업과 기관들이 네티즌의 의견을 분석하고 확인하는 데는 전문적인 분석과 솔루션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기에는 분석해야 할 데이터 양이 방대하고 복잡해 외식을 하듯 대부분 외주 의뢰를 통한 분석결과를 활용한다.

이때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것은 마치 요리 과정과 흡사하다. 재료(RAW DATA)와 요리방법(분석방법), 요리사(분석가)라는 세 요소에 따라 요리(분석결과)가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를 확신 있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내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세 요소를 직접 확인하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화려한 인포그래픽과 자신감 넘치는 분석가의 데이터 리딩(READING)이 담긴 분석 보고자료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먼저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라는 재료의 신선함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분석에 필요한 재료들을 보관한 냉장고를 열어봐야 하는 것이다. ‘3억개의 글을 분석’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분석하고자 하는 주제와 맞는 재료들을 이용하였느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정량분석 결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그 숫자가 나타나기 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의 끝에는 로데이터(RAW DATA)가 있을 것이다. 만약 분석 냉장고에 들어 있는 재료들이 분석 주제와 무관한 상한 재료들이 대부분이라면 그것은 먹을 수 없는 자료인 것이다.

©SNL코리아 방송화면 캡쳐

‘리아’가 ‘코리아’가 돼버린 해프닝

최근에 필자의 회사에서 범한 실수를 예로 들 수 있다. 2015년 12주차 TV프로그램 온라인 여론 분석을 해보니 토요일 예능 부문에서 SNL코리아(tvN)의 순위가 5계단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리아’라는 여자 출연자가 큰 역할을 했고 그 출연자의 몸매에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를 그대로 발표했다.

그런데 며칠 후 재분석을 통해 인기 상승 원인이 ‘리아’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프로그램 이름에 속한 코리아의 ‘리아’가 출연자 ‘리아’와 중복 체크돼 분석됐던 것이었다. 아주 작은 예로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글로 구성된 정보를 대상으로 정확한 수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 수 있었던 해프닝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매운 청량고추 한쪽이면 충분하다

온라인 여론분석이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어 가고 있다. 이제는 무조건 양(量)을 내세워 주장하는 것이 아닌, 작지만 정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의 신선함을 기본적으로 체크하는 것과 같이 분석에 사용되는 로데이터에 대한 직접적인 검수작업을 권장하고 싶다. 우리가 알고 싶은 분석에 필요한 재료로 늘 몇 억 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 정작 필요한 재료는 단 몇 개로도 충분할 수 있다. 확실하게 매운 청량고추 한쪽이면 충분히 맵지 않은가?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