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의 아하!]

요즘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이해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종교에서나 정치에서나 노사관계에서 상당수 싸움의 궁극 목표가 오로지 상대편을 쓰러뜨리고 내 편이 이겨야 한다고 하는 한 가지에 집중된 것 같다. 요즘 잘 쓰는 말로 ‘진영논리’다. 좀 과격한 말을 쓰면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하는 ‘냐냐주의’에 입각해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형국이다.

10월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왼쪽)이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을 하는 동안 보수단체 회원들(오른쪽)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진영논리와 반목은 심각한 문제다. ©포커스뉴스

요즘 한국사회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형국

인도의 성인 간디가 생각난다. 간디가 인도의 독립운동을 지도하면서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기본 원리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진리파지(眞理把持, 사탸그라하)’와 ‘비폭력(아힘사)’이라는 것이었다. ‘진리파지’란 우리가 남과 겨룰 때 사사로운 감정이나 내가 속한 집단의 이해타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양쪽 모두를 위한다는 진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인도가 왜 영국에 대항해서 싸워야 하는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하면 인도인들이 비인간화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남을 비인간화하는 영국인도 마찬가지로 비인간화되는 것, 그러기에 인도인이나 영국인 다 같이 인간화되기 위해 인도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식이다. 싸우더라도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살자’고 하는 ‘도도주의’인 셈이다. 요즘 말로 하면 ‘윈-윈(Win-Win)’ 게임이다. ‘정의, 인도, 생존 번영’을 위할 뿐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고 한 3·1운동의 정신이기도 하다.

비폭력 무저항의 상징, 마하트마 간디©픽사베이

근시안적 이기심 버리고 공동선과 대의, 상생의 원리 찾아야

진리파지의 행동이 바로 비폭력으로 나타난다. 비폭력은 ‘남에게 해를 주지 않음’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사랑이요 자비다. 간디는 ‘비폭력’과 ‘진리파지’의 원칙이 예수님의 사랑의 가르침에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보았다. 부처님의 자비의 가르침인들 이와 다를 바 있겠는가.

백짓장 하나도 맞들면 낫다고 하는데,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어려운 정황에서 헤어나는 일을 위해서 얼마나 더 큰 자기희생과 협력이 필요하겠는가? 사랑과 자비를 이상으로 하는 종교인은 민족의 화해나 세계의 평화와 같은 공동선을 위해 힘쓰는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나와 내 집단의 근시안적 이기심만을 위해 싸우는가.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정치가들은 국민들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대의(大義)를 가지고 정치에 임하는가, 아니면 다음 선거에서 자리를 지키거나 새로 당선되기만을 위해 애쓰는가. 고용자와 피고용자는 상대가 없으면 나도 있을 수 없다는 상생의 원리에 따라 함께 나라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임하는가,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쪽에만 유리하도록 하려고 하는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깊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오피니언타임스=오강남]

 오강남

서울대 종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캐나다 맥매스터대 종교학 Ph.D.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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