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병신(丙申)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가 뒤숭숭하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의 좌장 이란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바레인과 수단, 소말리아 등 아랍의 수니파 국가들이 사우디에 이어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했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켰다.

중동의 두 대국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중동의 각 국가들 간 편가르기로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충돌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물론 유엔까지 나서 사우디와 이란 양국에 긴장을 완화시키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그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델 알 주바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이 3일 이란과의 외교 단절을 선언하고 있다.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한 것에 따른 조치다. ⓒ게티이미지·멀티비츠/포커스뉴스

중국 서킷 브레이커, 북한 ‘수폭’ 실험으로 새해 벽두 뒤숭숭

새해 들어 첫 거래일인 4일에는 중국 증시가 7% 넘게 급락, 사상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주식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증시가 함께 요동쳤다. 중국 증시는 사흘 만인 7일에도 개장 30분 만에 7.1%나 폭락해 또다시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중국은 이날 밤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며 올해 처음 도입된 서킷 브레이커 제도 시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신흥시장경제국가들이 처한 경제적 곤경과 함께 2016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게을리할 수 없음이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6일에는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으며 핵무기 보유국가 대열에 자랑스럽게 동참했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실험한 것이 정말로 수소폭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크지만 북한의 4번째 핵실험 강행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은 틀림없다. 유엔 안보리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이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8일 재개하는 등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증시의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중국 증시의 하락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긴장 역시 상당 기간 지속되겠지만 북한이 마냥 긴장 고조 상황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긴장 해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리스의 시아파 무슬림 단체들이 6일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그리스 아테네 주재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멀티비츠/포커스뉴스

양 종파 수장국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 ‘세계의 화약고’로 다시 주목

하지만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립으로 인한 중동의 긴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립은 사실 뿌리가 깊다.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후 누가 무함마드의 후계자가 될 것인지를 놓고 이슬람교가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진 것에서부터 그 시초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수니파나 시아파 모두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고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더 많은데도 점점 더 극한적인 대결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시아파에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는 와하비즘을 받아들이고 있는 사우디는 그동안 유지해온 수니파의 우위가 이란의 등장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해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국가들에 대해 점점 공세적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이 시아파 이념 수출에 나서는데 대항해 걸프협력위원회(GCC) 결성에 나섰던 사우디에게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시킨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사우디로선 악몽 같은 사건이었다. 후세인이 축출되고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라크를 이란에 갖다 바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좌장 이란 국기(아래)©픽사베이

복잡·다단한 무장단체 대리전 예상··· IS도 더 발호할 듯

여기에 지난해 이란핵을 둘러싼 협상이 타결되면서 그동안 이란의 발목을 잡아 왔던 경제제재가 곧 해제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이란에 대한 사우디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경제제재가 해제돼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중동 내 시아파 무장단체들에 대한 이란의 지원이 대폭 늘어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지금도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면서 시리아와 예멘에서 사우디와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대리전은 앞으로 더욱 더 확산될 것이 확실하다. 사우디와 이란 간 직접 무력 충돌까지는 확산되지 않는다 해도 자신들이 내세우는 무장단체를 동원한 대리전은 더욱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벌어질 것이다. 중동 지역이 다시 ‘세계의 화약고’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사우디로서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 압박 등 국내 여건이 악화된 점에서 이란과의 갈등을 국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란과의 갈등은 핵협상 타결로 이란과 미국 관계가 호전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미국의 중동 내 최대 동맹국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시리아 평화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위태롭게 됐으며 예멘 내전의 평화적 해결 역시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중동 내 혼란 확산으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발호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는 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으로 중동 지역에서 대한 미국의 발언권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의 두 패권국 간 갈등은 중동 전체를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병신년 국제 정세가 우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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