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015년의 2.6%(추정)보다 0.4%P 높은 3.0%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0%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3.0% 성장률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소득이나 부가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소득상위 10%가 총소득의 약 50%를 가져간다고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더 피부에 와 닿는 경제지표가 된다.

최근에 소득분배에 관한 연구자료들이 발표되면서 경제성장 속에 감춰진 분배문제가 경제의 현안으로 등장해 성장의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즉, 성장으로 파이를 키워야 분배가 가능하므로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과 성장이 분배로 연결되지 않아 분배를 악화시키는 성장은 의미가 없고, 분배의 악화는 성장까지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이 3%초반대로 하락했다고 6일 발표했다. 그래프는 잠재성장률 추이 및 전망.©포커스뉴스

높은 경제성장은 지속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경제성장의 개념을 단순하게 보면,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이 더 많이 투입되면서 생산이 확대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아담 스미스 이후 케인즈, 현대 경제학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경제가 무한정 성장할 수는 없고 결국에는 정체상태(stationary state)로 접근할 것으로 본다.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에 따라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이 본질적으로 체감하고, 자본의 집중도가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자본의 효율성도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지, 기술의 진보에 의해 어느 정도 성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역사적 자료로 볼 때도 높은 성장이란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토마 피케티 (Thomas Piketty)는 ‘21세기의 자본’에서 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결국 인구증가율과 1인당 생산성의 증가율이라고 밝히면서, 1700~1820년에는 연평균 인구증가율과 1인당 생산성 증가율이 0.4%와 0.1%, 1820~1913년에는 0.6%와 0.9%, 1913~2012년에는 1.4%와 1.6%였다고 추정한 바 있다.

즉, 1980년 이후에 누려왔던 5% 이상의 성장은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 비행기, TV, 정보통신기기 등의 기술발전을 성장 동력으로 해서 나타난 이례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2030년까지 세계의 인구증가율은 0.4%, 2070년대에는 0.1%로 떨어지고, 1인당 생산성 증가율 역시 0.5%이하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므로 세계경제의 성장은 정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의 노령화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는 줄어들기 시작하고, 그동안 성장을 주도한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이라는 성장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경제성장이 본격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분배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성장 중심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지만, 가계 부채만 크게 늘어났다.©포커스뉴스

우리나라의 분배 불균형 가속화 우려할 만한 수준

최근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우리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분배구조가 악화되기 시작하여 그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소득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주요 요인은 고용의 불평등과 기업간 불평등이며,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심각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성장의 과실이 가계와 기업에 분배되는 비율인 소득분배비율이 1996년 71%에서 2014년 62%로 떨어져, 외환위기 이후 성장의 성과가 모두 대기업으로 집중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장 교수의 지적은 연간소득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지만, 소득이 장기간 누적되어 형성된 재산 규모의 불균형과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재산소득의 불균형은 그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소득의 격차보다 재산의 격차가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총재산이 2013년 1경1039조로 GNP의 7.7배에 달하고 있어(호주 5.9, 프랑스 6.7, 캐나다 3.5, 일본 6.4배), 재산의 격차로부터 발생되는 자본소득의 격차는 장기적인 소득의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피케티는 선진국의 역사적 시계열 자료를 분석해 자본수익률이 장기적으로 4~5%로 안정적인 추세이며 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재산 중에서 상속된 재산의 비중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재산 형성에서 상속증여가 기여한 비중이 1980년대 27%, 1990년 29%, 2000년대에는 42%라고 밝혔다. 다른 선진국(독일 42.5, 프랑스 47, 영국 56%)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는 선진국보다 노령화 진행이 늦은 결과일 뿐 앞으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상속자산의 비중은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이다.

피케티는 ‘세습자본주의’의 요건에 대해 총재산과 소득의 비율은 6~7배, 상속받은 자산 상위 1%가 총자산의 20% 이상 차지하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숭실대 이진순 교수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재산과 소득의 비율이 7.7배로 이미 첫 번째 요건은 갖추었고,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분포 정도로 판단해 볼 때 이미 두 번째 조건도 충분히 갖추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분배의 불균형 정도는 소득(flow)의 격차도 크고, 재산소유(stock)의 불균형도 세습자본주의로 이미 진입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향후 불균형 속도도 선진국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배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픽사베이

성장중심 정책으로 더 이상 분배구조를 악화시켜서는 안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우리경제는 어떤 성장정책을 사용해도 성장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성장의 성과가 분배로 연결되는 구조도 아니다. 오히려 분배의 불균형이 국민 전체의 평균 소비성향을 떨어뜨려 총수요 부족 현상으로 이어져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성장률에만 집착하여 무리한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를 위해,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자본을 집중시키고,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 손쉬운 토건산업 중심의 개발정책 등이 추진된다면, 국민경제 전체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이 소수의 대형 자본가 중심으로 불균형 배분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성장의 과실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파이가 줄어들어 성장은 분배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고, 그나마 남아있던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정책당국은 성장과 분배의 갈림길에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가져오는 진정한 의미의 성장을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에 서 있다.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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