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우리가 중국을 너무 얕보았다.’

중국 진출 초기, 한국에서 패션사업을 하면서 중국 다리엔(大連)에 몇 개의 패션 매장을 열었다가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어느 지인의 얘기이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그가 중국에 진출한 주된 목적은 한국에서 한물간 재고품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중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유행이나 감각에 한 수 뒤떨어진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에서의 재고를 중국 매장에 옮겨 팔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그는 그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다.

중국을 떨이시장, 도떼기시장으로 생각하며 접근하는 기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픽사베이

한국 기업, 한때는 중국을 ‘떨이 시장’으로 생각해

“왜 우리가 한국의 구식모델을 팔아야 하지?”

한국에서 온 업자와 장시간의 상담 끝에 평소 친분이 있던 중국의 담당자가 나에게 볼멘 소리로 귀띔한 말이다.

내가 칭다오(靑島) 지사장으로 있을 때 우리는 칭다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하이얼과 휴대폰 사업에 대한 합작을 논의하고 있었다. 내가 소개한 한국 업체가 모델을 개발하여 하이얼과 공동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었는데 한국에서 온 그는 장시간에 걸쳐 입에 침이 마르게 자기네 모델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당시 나는 휴대폰에 대해서는 기본 상식밖에 없던 터라 ‘그런가 보다’라고 듣고 있었는데 상담할 때에는 별 말이 없었던 중국 측 책임자가 상담이 끝난 후 나에게 “저건 이미 구 모델이야, 함 선생”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휴대폰의 세계적 유행 추이 및 신 모델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이 합작사업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제 이러한 사례는 어느 정도 추억이 되었다. 지금도 중국 시장을 우리의 재고 떨이 시장이나 우리보다 한참 유행에 뒤지는 후진 시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중국 시장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듯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예를들면 이런 식이다. 백화점이나 수퍼마켓을 한번 둘러보고 “함 상무, 우리 대박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제품보다 훨씬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1000위안이야. 우리 돈으로 18만원. 난 10만원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

책에서 읽은 지식으로 우주 여행을 꿈꾸는 몽상가. 중국 사람들은 한국 제품을 살 생각도 없는데, 14억 개를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픽사베이

아직도 중국 시장을 쉽게 생각하는 몽상가 있어

어느 중국 사람이 한국 기업을 몽상가(夢想家)로 평했다고 한다.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유럽이나 일본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데 우리는 중국 시장을 ‘이쑤시개를 한 사람당 한 개씩만 팔아도 14억 개를 팔 수 있는 시장’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한 개씩을 파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세계의 모든 브랜드가 중국으로 오고 있고, 중국 사람들은 한국 제품을 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14억 개를 팔 수 있는 시장이라고 혼자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몽상가’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

포장마차를 하더라도 주변의 환경과 원료 수급, 자릿세 등 모든 것을 꼼꼼히 따지고 살피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각종 세금이나 유통과정의 제반 비용 등 가장 기초적인 자료를 챙기지 않는다. 중국에서의 유통구조와 물류체계를 단순하게 한국에서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의 유통시스템은 상품마다, 지역마다, 시점마다 그리고 거래량마다 수수료와 판매조건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무시한다.

@픽사베이

이제 중국은 세계 일류의 각축장··· 경시해선 절대 성공 못해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사회와 서양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면서 중국 사회와 중국인은 은근히 경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기술이전 등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견제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이런 점에서 비교적 관대하다. 중국을 경시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중화의 자존심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고 암중모색(暗中摸索), 그들의 절치부심(切齒腐心)은 언제나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바야흐로 지금 세계가 중국으로 오고 있다. 중국은 어느 사이 세계 일류의 각축장이 되어 있다. 한국에서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도피의 수단으로 중국을 생각하거나, 중국시장이 크다고 무작정 중국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가서는 안 된다.

세계 누구와도 견줄만한 나만의 핵심역량(Core-Competence)이 있고, 그 핵심역량에 대한 확신을 통해서 더 넓은 시장으로의 도전을 원한다면 중국으로 가도 좋다. 중국에서의 성공은 세계에서의 성공이고 지금 중국의 일등은 세계의 일등이다. 최소한 몽상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함기수

 세계화전략연구소 객원교수(중국전문가)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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