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경제산책]

요즘 돈 있고 권력 있는 분들의 추락, 그것도 70대 어르신들의 일탈이 화제다.

춘천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1월 20일 박희태(77) 전 국회의장에 대해 성추행 혐의로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박 전 의장은 2014년 9월 11일 오전 원주시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도중에 담당 캐디(24·여)의 신체 일부를 수차례 접촉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월 21일에는 김만식(76)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이 마산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작년 9월부터 3개월여간 김 전 명예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A씨는 지난해 12월 23일 “김 명예회장은 자동차가 자신이 알던 길과 다른 곳으로 가거나 주차할 곳이 없으면 수시로 욕을 하고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석 달 만에 권고사직당한 A씨는 “폭언과 폭행 때문에 수행 기사가 수도 없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몽고간장의 전 관리부장도 같은 날 모 언론사에 “김 명예회장이 직원들한테 폭언과 구타를 일삼았고,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권고사직 등으로 퇴사시켰다”고 제보했다. 김 명예회장은 논란이 일자 12월 24일 명예회장직을 사퇴했다.

성추행 혐의로 구설에 오른 박희태 전 국회의장 @포커스뉴스

노년의 추락은 반면교사

일본인 여성 작가 소노아야코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책을 썼다. 노년기에 이러저러한 사항을 조심해서 품위 있는 노년을 맞이하자는 지침이다. 오랫동안 권력을 누리고 지금도 금력과 명예를 갖고 있는 분들의 추락을 보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지',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든 이들의 문제된 처신에는 돈과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상식 선에서 하지 말아야할 일을, 돈도 권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전 명예회장의 전직 운전기사가 “사람을 동물처럼 대해서는 안된다”고 성토한 것처럼 아랫사람에게 사람 대접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보통 사람이라면 주저하거나 자제해야 할 행동을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히’ 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의 행동은 단지 돌출된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한국사회의 잘 나가는 어르신들의 전형적인 행태의 일단을 본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심리와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만큼 성공했다’거나 ‘당신들보다 우월하다’고 과시하는 것은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 ©픽사베이

스스로 떠벌리는 ‘천박한’ 부자와 전 권력자들

단지 그들뿐일까. 주위에서 보면 어느 법조인은 “나는 빌딩을 몇 채 갖고 있고 돈을 수십억원 벌었다”고 수시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경제적 여유와 성공 표시라는 듯 “사이판에 2개월 골프 여행을 갔다왔다” “남미를 전부 돌았다”며 장기간 해외여행을 자랑하는 전직 금융인이나 재력가도 본다.

소노아야코는 노년기에 “‘돈이면 다’라는 생각은 천박한 생각”이라고 했다. ‘돈과 권력이면 다’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기업인들, 부자들, 권력자들 역시 천박한 것이다.

돈 있고 해외여행 가는 것은 복받은 일이고 스스로 만족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일을 주위에 떠벌리는 심리 기저에는 ‘나는 이만큼 성공했다’거나 ‘내가 당신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래서 듣는 사람조차 불쾌하다. 돈 있고 권력이 있었고 그래서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고 해도 조용히 처신하고 즐길 수는 없는가. 그렇게 자중하는 대신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고 성추행을 하고 아랫사람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니 스스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성세대들이 적지 않으니 한국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맑아지려면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오피니언타임스=이상일]

 이상일

  전 서울신문 경제부장·논설위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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