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의 눈으로 본 한류]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K-pop이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프랑스 현지에서 프랑스인이 본 한류의 현장과 의미를 연재한다.

필자 스테판 쿠랄레는 INALCO(파리 동양문화언어대학교)에서 ‘한국 국가 이미지 연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EHESS(파리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언어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보르도 몽테뉴 대학(ubM)에서 한국학과장 부교수로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다. 

“한국말 배워서 뭐해요?”

한국인들의 모국어에 대한 인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한 마디… 내가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대부분 한국인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아니면 눈빛에라도 스쳐간다.

10여년 전, 연극과를 택한 아들의 장래가 걱정이 되었던 나의 아버지는 날마다 나에게 전화를 해서 연극하면 굶어 죽는다며 말리셨다. 그러던 어느날 파리로 올라간 아들이 이번에는 한국어를 배운다는 소릴 듣더니 “차라리 연극을 하는 게…”하며 나를 다시 회유하기 시작하셨다. 참고로 내 아버지는 전형적인 프랑스 시골 사람이다.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는 나라의 말을 공부한다니 그렇게 반대하던 연극이 차라리 나아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내 아버지보다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모국어에 더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인에게 있어 모국어인 불어를 하는 외국인은 ‘교육을 받은 사람’의 상징이다. 영어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지만 그만큼 자기 나라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한국어를 한국에 취업하러 오는 후진국 사람들이 배우는 언어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영어도 아니고, 배워서 뭐하나…”하는 식이다.

외국인들이 한글 교육을 받고 있다. ©포커스뉴스

아무튼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는 한국어 공부를 계속했고 한국을 방문했다.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1999년, 한국 문화원이 주최한 한국어 백일장 대회에서 ‘왜 한국어를 배우는가?’라는 주제로 상을 받았던 나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썼다.

“상쾌하게 차가운 날씨 속의 한국은 아주 활기차게 보였고, 내가 만난 한국 사람들은 모두 정이 많은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어디를 가도 먹을 것이 풍성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흥겨움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과 눈물이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다. TV를 보면서도 남의 슬픔을 자기 일처럼 같이 눈물 흘리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은둔의 나라라 불렸던 나라이지만 현대의 한국인들은 누구보다 열려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신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곧 창의력이고 창의력은 문화적인 힘이다. 21세기는 문화 정보의 시대라고 한다. 나는 이 문화적 저력을 가진 한국이 21세기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나라들 중 하나라고 믿는다.

한마디로 대답할 수 없지만 그런 이유들 때문에 한국어를 계속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한글날인 지난해 10월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염광고등학교 우리말 사랑동아리 학생들이 올바른 한글 표현 등을 알리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포커스뉴스

그로부터 15년여가 지난 오늘, 한국에 대한 나의 예상은 적중한 듯하다. 한국의 스포츠가 좋아서, 한국 영화가 좋아서, 한국 음악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프랑스 학생들이 1학년만 300명에 달하니 말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문화의 중심에는 언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세 시간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언어, 쉬우면서도 과학적인 한국어는 누구보다 한국인들 스스로가 다듬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문화적 소통의 수단이 되어 가고 있는 한국어의 미래는 한국인에게 달렸다. [오피니언타임스=스테판 쿠랄레]

 스테판 쿠랄레(Stéphane COURALET)

  프랑스 몽테뉴대학 한국학과장 부교수

  저서 ‘한국어에 있어서의 집단 인칭, 우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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