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남중국해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세계 1위 미국과 세계 2위 중국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도발에 중국은 한 치 물러섬 없이 맞받아치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 등 거의 모든 방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암중모색이 치열하다.

©픽사베이

일본과 중국, 세계 질서를 보는 눈 전혀 달라

언젠가 세계 2위 일본과 세계 2위 중국의 행보를 비교한 칼럼을 본 적이 있다. 어느 일본 언론인의 말을 빌려 ‘두 나라는 세계 질서를 보는 눈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1968년 세계 2위 자리에 등극했을 때 일본은 달러 중심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야심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미국에 외교와 안보를 의존하고 달러 지배 질서 속에서 번영을 이루겠다는 국가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정반대였다. 달러 지배 체제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계 질서 재편을 노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달러 체제 개편을 공식 언급할 뿐더러,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고 우주에서도 미국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근대사에서 두 나라 국민성과 서구를 대하는 생각과 태도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 가면서 중국과 일본은 대대적인 국가 개혁 작업에 들어간다. 1840년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던 동양의 거인이 제국주의의 기치를 든 서구의 침입에 처절하게 무너지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자성론이 중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에서는 1861년에서 1894년까지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자강운동(自强運動), 즉 양무운동(洋務運動)이 일어나고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시행한다. 그러나 서양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같은 생각으로 시작한 두 운동은 내용면에서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되고 또한 그 결과도 판이했다.

중국은 중화사상에 뿌리, 일본은 서양식 이데올로기 좇아

©픽사베이

중국의 개혁은 유교사상, 중화사상에 뿌리를 두고 중화의 시스템과 유교적 질서를 굳건히 지키되 서양의 기술과 과학만 도입하여 중국을 강국으로 키우자는 것, 즉 중체서용(中體西用)을 그 핵심으로 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脫胎)가 목표였다. 동양적 가치를 버리고 서양적 가치를 기본으로 삼는, 자신이 동양인임을 부정하고 서양인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탈아입구(脫亞入歐), 즉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가자는 이념이었다. 두 개혁은 결국 1894년 청일 전쟁에서 맞붙어 중체서용(中體西用)의 중국이 환골탈태(換骨脫胎)의 일본에게 완벽하게 패배하게 된다.

요는 중국과 일본의 대(對) 서구관(西歐觀)은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끝내 중화사상을 버리지 않았고 문화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해 온 반면 일본은 철저히 서양식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도입하면서 서구 열강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0년 동안 중국은 서구 열강들에게 찢기고 멍들고 피 흘린 역사를 갖고 있는 반면, 같은 동양인 일본은 동양적 가치를 버리고 서구적 가치를 받아들여 서구 제국주의와 함께 스스로 정복자, 침략자로 변신한 과거를 갖고 있다.

©픽사베이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 방심할 수 없어

따라서 중국은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면서 과거 세계의 제국으로 군림하던 때의 향수를 간직한 채 동양, 즉 중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의 재편을 꿈꾸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반해 일본은 친 서구적인 사상에 이미 익숙해 있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양사상이나 자기중심적인 질서의 재편에 무관심하다. 이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서양 문화나 서양 사람들에게 묘한 콤플렉스를 느끼며 열광하는 데 반해 적어도 내가 겪은 중국의 젊은이들은 서양 문화를 선호는 하더라도 중화의 자존심을 항상 강조하는 데에도 드러난다.

세계 2위의 일본과 세계 2위의 중국은 이렇게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지금 ‘세계 질서를 보는 눈이 전혀 다르다’라는 지적은 당연히 정확한 지적이다. 일본이 친(親) 서구 정책 하에 기존 질서를 활용했던 세계 2위였다면 중국은 국력이 강해질수록 자기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중화문명의 시스템과 영향력을 강화시켜 나가려고 할 세계 2위임에 틀림없다. 묘하게도 전(前) 세계 2위와 현(現) 세계 2위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하고 있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