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의 아하!]

‘맹자(孟子)’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닭이 울 때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선한 일을 위해 힘쓰는 사람은 순 임금의 제자들이고, 닭이 울 때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힘쓰는 사람은 도척의 제자들이다. 순 임금과 도척의 차이를 알고 싶으면 이익을 생각하는가 선을 생각하는가 하는 것을 보면 된다.” 순(舜) 임금은 요(堯) 임금과 함께 중국 최대의 성왕이다.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순 임금의 신하’가 되고 싶어 할 정도로 위대한 분이시다. 도척(盜跖)은 물론 중국 고대의 유명한 도둑이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순임금의 제자인가, 도척의 제자인가 ©픽사베이

선한 일 하는 순임금 제자, 이(利)만 추구하는 도척의 제자

요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분들, 닭 울 때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선을 위해 힘쓰는 순임금의 제자들인가? 혹은 닭 울 때부터 눈을 떠서 나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애쓰는 도척의 무리일까? 물론 아무 쪽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닭 울음소리에 깨어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닭 울음소리에 깨든, 자명종이나 라디오 소리에 깨든, 날이 훤해져서 깨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분들, 그리고 우리 모두, 나는 과연 하루 종일 선한 일을 위해 힘쓰고 있는가, 혹은 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힘쓰고 있는가 하는 것을 심각하게 자문해 본다면 스스로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오늘 같은 시대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이다. 물론 예수님이 ‘남을 위한 존재’로 이해되고 부처님도 남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대자대비의 마음을 품으라 한 줄은 알지만, 이는 모두 우리와 다른 사회구조, 다른 가치체제에서나 가능했던 일일 뿐, 지금처럼 이익 추구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특히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개인적으로든 민족적으로든 남에게 인정을 받는 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하루 종일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고 선한 일만을 위해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닭 울 때부터 하루 종일’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이익 추구만 생각해도 모자랄 형편인데, 남을 위해 사느냐 나를 위해 사느냐 하고 물어보는 질문 자체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하고 따질 수 있다.

무슨 직업이든 나의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면 의로운 일이 될 수 있다. ©픽사베이

이(利)의(義)는 대립 관계만은 아냐, 자기 일 하면서 의에 봉사할 수 있어

그러나 좀 더 따져보면 이런 식으로 일격에 배격해 버려야 할 질문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본래 유교에서는 이(利)와 의(義)를 대조하고 소인배는 이익에 마음이 있고, 군자는 옳은 일 하는 데 마음이 있는 법이라고 가르친다. 묵자(墨子)라는 사람이 이익을 강조한 데 반대해서 맹자는 이익만 추구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올바르고 착한 일에 힘쓰는 것이 반드시 양립될 수 없는 이항대립(二項對立),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문제만일까?

하루 종일 선한 일에 힘써야 된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가 지금 가진 직업을 모두 팽개치고 무슨 자선 사업이나 종교 사업 같은 데만 종사해야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역시 ‘마음먹기 탓’이 아닌가 여겨진다. 무슨 말인가?

내가 지금 구멍가게에서 일을 한다고 치자. 그럴 경우에라도 그 일이 오직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을 고쳐먹고, 그 일이 남에게 봉사하기 위한 수단도 된다고 하는 자각을 갖는 것이다. 구멍가게뿐 아니라 무슨 직업이든지 그것이 오직 나의 생계를 위한 구차스런 수단만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와 나아가 인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갖기만 하면,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하루 종일 나의 이익만을 위해 힘쓰는 위치’에서 ‘하루 종일 선한 일을 위해 힘쓰는 위치’로 옮겨지게 되는 것이다.

성직(聖職)이나 인술(仁術)이나 정치에 종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루 종일 나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자기중심적 목적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면 나는 도척의 제자로 일하는 셈이고, 푸줏간에서 일을 하거나 광주리를 만들어서 파는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이웃과 사회에 편리를 제공하는 일이라는 자각에 입각한 것이라면 순 임금의 제자로 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개인 이익이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국회의원직에 대한 소명 의식 갖고 공동이익에 힘써야 상생할 수 있어

막스 베버(Max Weber)라는 독일 종교 사회학자에 의하면, 서구 자본주의의 출발은 자기의 직업을 ‘부름(calling)’이나 ‘소명(vacation)’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이웃과 하느님을 섬긴다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관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한다. 이런 윤리관 때문에 각자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되고, 그래서 자연히 돈이 모이게 되고, 돈이 모이더라도 근검절약해서 더욱 더 큰 자본이 축적되고, 그것을 선한 목적에 쓰려고 하고…. 대략 이런 것이 베버가 생각하는 자본주의 성립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이런 것이 자본주의 근본정신이라면, 자본주의의 ‘이익추구’라고 해서 반드시 나 혼자만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다는 뜻이 아님이 명백하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사회의 공동 이익, 전 인류의 공동 복리를 추구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이런 자각을 가지고 거기에 따라 일하면, 그것은 선하고 바른 일을 추구하는 것과 합치되는 것이라 보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힘쓰는 분들에게 바라고 싶다. 닭이 울 때 잠을 깨든, 자동차 소리에 눈을 뜨든, 심지어 밤잠을 자지 않고 일어나든, ‘하루 종일’ 동분서주하면서 애쓰는 일이 나 개인만의 이익이 아니라 남들을 위해 더욱 크게 봉사하는 기회를 얻기 위하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명심할 일이다. 이럴 때 내가 하는 일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공생과 상생을 위한 아름다운 일로 승화되는 뿌듯함을 얻게 될 것이다.[오피니언타임스=오강남]

 오강남

서울대 종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캐나다 맥매스터대 종교학 Ph.D.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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