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의 자유세상 3.0]

한진해운 최은영 전 회장 일가가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한 사실이 밝혀져 주식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당연히 감독 당국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대주주로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진해운 사태는 최근의 주식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진해운의 중장기적 주가흐름과 매매동향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개인투자가들이 얼마나 무모한 투자 행태를 보이면서 손실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 유니티’호 ©포커스뉴스

개인투자자만 1조원 손실, 현대상선은 1.4조원으로 피해 더 커

한진해운 주가는 2011년 1월 3만8000원이었지만 2016년 4월 26일 1900원이 됐다. 5년에 걸쳐 20분의 1로 추락했다. 그동안 개인투자가들은 5584만주를 순매수 했고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이 기간 중에 대주주의 지분(43.3%)을 제외한 유통주식물량 중에 개인들이 40.1%를 순매수해 보유했으며, 그동안의 주가폭락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규모는 투자자들의 매매가격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가격으로 대략 추정해 보면 1조원에 달한다(2011년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제외). 전체적으로는 한진해운 시가총액이 약 7조에서 4000억까지 축소되는 과정에 건전한 장기투자자들의 보유주식은 거의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같은 상황에 놓인 현대상선 주식도 다를 바 없고 오히려 더 심각하다. 같은 시점인 2011년 1월에 현대상선 주가는 3만8000원대였고 2016년 4월 19일 한진해운과 비슷한 2000원에서 거래가 중지되어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가들은 7986만주를 순매수했으며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이 기간 중에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 중에 59.8%를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하여, 한진해운보다 더 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의 개인투자자들이 피해규모는 1.4조원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거래가 재개되어 법정관리나 감자가 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픽사베이

실적악화는 예견된 일, 투자행태 반성해야

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해운회사들의 실적 악화의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운임단가하락과 활황기에 계약해 놓은 높은 용선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어제오늘 일어난 일이 아니고,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2011년부터 두 회사는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고, 단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집중적으로 해운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의 책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투자자 보호를 앞세우고 투명한 투자환경을 내세우는 증권회사 조사부와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투자자료 중에 해운업에 대한 투자부적격 판단을 내린 분석자료가 얼마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아마도 평소대로라면 해운업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자료가 부족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이 무모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는 반복되고 있고, 증권회사관련 연구소들이 매수 추천 일색의 보고서를 발간해야만 하는 투자환경에서는 개인투자가들의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주식 투자가 요구된다. ©포커스뉴스

섣불리 주식투자에 나설 때가 아니다

한진해운은 경기침체와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주가에 반영되어 시작하여 장기하락추세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낙폭과대에 따른 단기반등을 노리고 매수함으로써 엄청난 손실을 본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세계경제 및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 주요 대기업의 실적악화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투자환경이 만만치 않다. 어떤 대기업이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을지 모를 위험 요인이 곳곳에 있다.

경제와 기업에 대한 정보와 분석 능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섣불리 주식투자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라 한진해운과 같은 운명에 놓일 주식들이 얼마든지 나올 가능성이 크며, 지금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는 주식들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단기적인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일본의 경우 1990년에 니케이지수가 40,000P에 접근하다 하락하기 시작하여 2003년 4월에 8,000P가 붕괴되기까지 계속 하락한 경험이 있다. 단지 예상이긴 하지만, 한국경제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본을 따라 간다고 하는데 주식시장만이 예외라고 확신할 근거 또한 없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를 보면서 주식시장의 장기적 흐름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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