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선의 너영나영]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3년 만에 간담회를 갖고 소통 행보를 시작했지만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부정 평가 일색이다. 박 대통령은 4·13 총선에서 참패한 것에 대해 “(비효율적인)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민의가 만든 것”이라고 국회를 ‘심판’한 것으로 해석하려 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이 ‘대통령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베 일본 총리와 핵안보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게티/포커스뉴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를 설득하기보다 경고하고 화를 내고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하지만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총선의 민의다. 더욱이 이제 여소야대가 된 만큼 국정을 이끌어 나가려면 국회와 더 협력하고 소통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파견법 등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일자리 창출이 안 된다고 억울해 할 것이 아니라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의료영리화를 허용하거나 비정규직 확대 가능성이 있는 ‘독소 조항’은 삭제하거나 고쳐야 한다.

그러면 야당도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기꺼이 협조할 것이다.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국회의원 당선인은 27일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 국회에 협력을 요구하면 야당도 애국심에서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역할 모델로 삼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2015년에 전 국민의 건강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케어, 곧 건강보험개혁법안을 하원에서 가결시키고 연방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는 데에 이르기까지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과 국민, 사법부에 기울인 노력은 눈물겹다.

오바마는 2010년 3월 하원의 표결 일주일 전부터 의원 64명과 독대를 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설득했다. 때로는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시켜 호소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방송과도 기꺼이 인터뷰했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가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정부담을 증폭시킨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하며 2013년 10월에는 16일 동안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사태를 일으켰지만 오바마는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연방대법원이 2015년 6월 오바마케어의 정부 보조금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며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었을 때, 합헌 의견을 낸 대법관 6명 중 로버츠 대법원장 등 2명은 보수 성향이었다.

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남은 임기기간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 각계각층과 협력‧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위안부와 독도를 둘러싼 역사 갈등을 일으키는 데다 우경화 정책을 펴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지만,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 역정과 행보도 살펴볼 만하다. 2006년 9월 집권한 아베 총리는 ‘도모다치(친구) 내각’으로 불릴 정도로 측근들을 내각에 많이 기용했다. 그러나 측근들이 돌아가면서 사고와 물의를 일으켜 1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재집권 때는 달라졌다.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라이벌이었던 이시바 시게루를 ‘넘버 2’ 자리인 당 간사장에 중용했다. 당과 내각에 전문가와 장·청년이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고 비주류를 배려했다. 지금은 장기집권의 길이 열린 것이 아니냐고 할 만큼 지지율이 견고하고 인기가 높다.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대통령 돼도 자기가 한번 해 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 그리고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저도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을 남기지 않으려면,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하려면 민의에 맞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소야대가 된 만큼 거대 여당 시절과는 다르게 인적 물적 제도적 쇄신에 앞장서야 한다.

개각은 물론 야당과의 연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박’과 ‘친박’ 인사만 등용하면 국정의 동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2006년 아베의 1차 내각이 실패한 것은 끼리끼리 놀았기 때문이다. 동종교배를 하게 되면 열성인자를 낳는다. 시각과 생각이 같으니 자정 기능도 없고 감시와 견제도 하지 못한다.

최근 아베 총리가 구마모토 지진 대피소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이재민과 대화하는 모습이 NHK 등에 보도됐다. 정치적 쇼라 하더라도 국민은 그런 모습에서 진정성을 가려내 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숙제하듯 소통할 것이 아니라 각계 계층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만나야 한다. 임기가 아직 1년 8개월이나 남았다.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황진선

 오피니언타임스 편집인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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