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의 풍수지리]

팔당은 강의 양쪽 산세가 험준하고 수려하여 팔선녀가 내려와 놀던 자리라고 전해지는 곳이다. 그 자리에 여덟 개의 당(堂)을 지어 놓았다고 해서 팔당(八堂)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필자가 팔당호 물길을 따라서 여행하며 보고 느낀 명당터를 소개한다.

분원리에서 바라본 다산유적지. 예봉산 아래 거북이모양 지형으로 팔당호 명당지역으로 꼽힌다. ©김정인

팔당의 남쪽 지역 분원리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에 속한다. 분원리는 조선왕실의 음식 공급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사옹원(司饔院)의 분원(分院)으로 조선왕실의 자기를 공급한 데서 유래되었는데 당시 자기를 만들려면 좋은 흙과 나무, 그리고 물류가 매우 중요했다.

남종면 분원리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곳이었다. 경남 산청이 원래 자기를 굽기에 좋은 흙이 생산되는 지역이었으나 유통이 불편하였고 반면 분원리는 북한강 남한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흙과 나무 등 자재조달이 용이한 지역이었다. 또한 왕궁과도 가까워서 효율적으로 원하는 장소에 도자기를 배송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분원리 일대는 이러한 지리적 장점이 있어 이미 고려시대에도 관직에서 물러나면 살만한 곳을 찾아 낙향하던 마을이었다. 그래서 퇴촌이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고 분원리 인근 마을인 퇴촌은 오늘날에도 별장지로 선호하는 지역이다.

조선시대에 우의정을 지낸 청풍김씨 청성부원군 김석주(1634~1684)도 분원리 인근 마을인 귀여리에 묻혔다. 이곳은 고려 조선시대의 권력자들이 선호하던 명당 지역이다. 부원군 김석주의 묘는 최근에 남양주시 삼패리로 이장하여 갔지만 그 자리(현재 남종전원교회 터)는 지금도 경관이 아름다워 야외결혼식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분원백자자료관터. 조선시대 왕실의 백자를 공급하던 분원리 백자가마터로 국세가 잘 갖추어진 명당이다. ©김정인

2001~2002년, 분원리에 조선백자 가마터 발굴을 계기로 분원백자자료관이 지어져 연간 수만 명이 역사의 현장을 찾아 조선백자의 의미와 가치를 새기기도 한다. 백자 가마터가 위치한 곳은 분원초등학교 터로 풍수적으로 보면 대명당에 해당한다. 팔당호 주변의 3대 명당을 꼽으라면 분원리 백자가마터(현재 분원백자관 터), 능내리 한확선생 묘터, 능내리 다산정약용 묘터와 생가를 들 수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주요 교통수단이 물길이었으므로 배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일대였다. 세조(1417~1468)의 왕위 찬탈을 명나라에 가서 양위(讓位)라고 설득하고 돌아오다 병사한 한확(1403~1456) 선생에게 왕릉으로 준비하여 둔 묘터를 세조가 하사한 팔당호의 북쪽은 능내리란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의 석학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곳도 한확 선생 묘가 있는 능내리이고 정약용 선생도 이곳에 묻혀 있다. 능내리는 명당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경관이 수려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명당의 공통점은 백두산을 출발하여 백두대간을 타고 수 천리를 달려오던 용맥이 한강을 만나기 전 마지막으로 지기가 멈춘 곳으로 산의 능선이 끝나는 산진처(山盡處)에 위치한다. 상단에 기술한 3대 명당을 살펴보면 지리적 여건이 동일함을 발견할 수 있다. 주산을 배산(背山)으로 국세가 안온하며 땅이 볼록 솟았으며 물을 만나기 전 둥글게 자리를 형성한다. 이러한 장소는 누구나 찾아가면 경관의 수려함에 매료되고 기운이 좋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분원리 일대는 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터였고 관직에서 물러나면 낙향하여 살고자 했던 마을이며 죽어서도 이곳에 묻히기를 희망하던 곳으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경관을 즐기고 전원주택을 갖고자 하는 명당마을이다. 광주의 분원백자자료관, 천진암, 얼굴박물관, 남양주의 실학박물관, 다산 유적지, 다산산책길, 남한강자전거길, 양평의 두물머리, 세미원, 황순원문학관, 바탕골예술관 등 역사 문화의 현장을 여행하며 동시에 명당의 기운을 받아 삶에 활력을 주면 어떨까![오피니언타임스=김정인]

 김정인

  서경풍수지리학회장

  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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