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오페라 공연장에서 중간 휴식시간에 옆 자리 관람객들의 말다툼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A는 “공연 중 그 쪽에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니 불빛 때문에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항의했고, B는 “그렇다고 남의 팔을 툭툭 치다니 너무 불쾌하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뻘쭘해하는 각자의 동반자와 주변 관객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지 않고 상대방의 무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거칠게 드러냈다. 또 다른 실내악 공연 때에는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자 연주에 몰입해 있던 첼리스트의 얼굴이 온통 일그러지는 모습도 보았다.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멋진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크레디아

성남아트센터가 지난달 막 올린 초보 관객 대상의 ‘앙트레 콘서트’를 통해 올바른 공연 감상과 공연장 에티켓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뉴스를 접하며 공연 관람 예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지방 소도시까지 각종 공연장이 들어서고 공연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연장과 공연단체 기획사들이 이에 걸맞는 관람 문화, 관람 예절을 일깨우기 위해 고심 중이다. 남녀노소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습관적으로 휴대폰이나 스마트 워치를 꺼내 문자와 카톡을 확인하다 보니, 어둡고 조용한 공연장일 경우 휴대폰 소리와 화면의 불빛, 사진 촬영 금지 안내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필수 코스다. 특히 예술가들이 라이브로 연주하고 연기하는 클래식음악, 오페라, 무용, 뮤지컬, 연극 공연에서 관객들이 공연장 분위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일부 관객이 만들어 내는 소리와 빛, 부적절한 행동은 쾌적한 관람을 방해한다.

‘관람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위’를 뜻하는 ‘관크’(관객 크리티컬)란 용어도 등장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줄 때 쓰는 용어인 크리티컬을 관객과 접목한 것으로 ‘관람 방해’를 의미한다. 공연 중 휴대폰 불빛으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폰딧불이’란 조어도 나왔다.

공연 관람 때 너무 격식을 요구하다 보면 엄숙한 분위기가 거북한 나머지 특히 초보자들이 공연장 나들이를 부담스럽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태도는 분위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공연 관람 예절은 지켜져야 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최근 수년간 공교롭게도 말러 교향곡 연주 실황 녹음 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연주자와 관객이 당황스러워 했다. 2013년 8월 말러 ‘교향곡 9번’ 1악장 연주 중 벨소리로 ‘벚꽃 엔딩’이 울렸고, 2014년 5월 말러 ‘교향곡 5번’ 3악장 연주 때도 휴대폰이 두차례 공연장에 울려 펴졌다. 지난 3월 엘리아후 인발 지휘로 말러 ‘교향곡 7번’을 연주할 때는 전화벨에 이어 통화소리까지 들렸다.

요즘은 휴대폰 벨소리뿐 아니라 무음 모드에서 액정의 푸른 빛과 느닷없는 카톡 소리야말로 공연장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하는 공공의 적이다. 시선이 무대에 몰입해 있어도 앞·뒤·옆에서 환히 빛나는 휴대폰 액정의 불빛, 연주 중 때로 엇박으로 울리면 더 크게 들리는 카톡 소리는 연주자와 관객을 짜증나게 만들곤 한다. 공연 중 중요한 연락을 받아야 한다며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휴대폰을 끄지 않는 관객들을 설득하는 일이야말로 공연 관계자들의 고민이자 과제다.

공연장에서 환히 빛나는 휴대폰 액정 불빛, 연주 중 울리는 카톡 소리는 연주자와 관객을 짜증나게 만든다. ©픽사베이

이에 대한 공연장과 공연단체의 자구책도 다양하다. 예술의 전당은 공연 직전 방송 외에 안내원이 출입구에서 또는 객석을 돌며 말로도 휴대폰 끄기를 일깨우고 있다. LG아트센터의 경우, 공연 직전 “당신의 휴대폰 소리와 액정 불빛이 아티스트와 다른 관객에게 극심한 시련과 절망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며 휴대폰 끄기나 무음 모드로 바꾸는 데 한몫 하고 있다.

국립국악원과 국립발레단은 자체 공연일 경우 ‘포토 콜’을 허용한다. 국립국악원의 경우 공연장에서 사진촬영 불가의 방침을 바꿔, 2014년 11월 음악극 ‘공무도하’ 이후 출연자들이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 콜 때 객석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영국 할레 오케스트라가 지난해 7월 클래식이 지루하다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 공연을 하며 악장 사이 박수와 연주 중 화장실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등 엄격한 클래식 공연의 관람 에티켓에 예외 사례와 변화가 시도되고 있기는 하다.

즐거운 공연장 분위기를 위해 공연장 내의 전파 차단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공연 관계자들은 지적하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연 중 주변 사람의 휴대폰 사용 같은 부적절한 행동을 기분 나쁘지 않게 일깨울 묘안을 함께 생각해 봄직하다.[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퇴직 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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