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20대 국회가 원구성 합의를 끝내고 13일 오전 10시 개원했다. 본격적으로 20대 국회가 시작된 것이다. 정당별 의석수는 더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여소야대 분포다.

20대 국회, 견제와 감시 가능… 합의제 행정기관 변화의 출발점

원구성도 제1당인 더민주당이 국회의장과 예결위 등 8개 상임위를, 여당으로 제2당이 된 새누리당은 부의장과 운영위·법사위 등 8개 상임위를, 새롭게 원내교섭단체로 진출한 국민의당도 부의장과 산자위 등 2개 상임위를 맡아 과거와 다른 변화를 보였다. 야당이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대의기구인 국회의 의장을 배출함으로써 견제와 감시를 통한 협치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국회의 이런 변화가 국회 내부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이와 연동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변화로 연계시켜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다. 합의제 행정기관(commission)은 다수에 의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행정의 독립성과 민주성,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분권적·참여적 조직이다. 부(部)·처(處)·청(廳)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독임제 행정기관이 1인의 책임과 결정으로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책임성, 효율성, 통일성을 지향하는 점과 대응된다.

방송 및 언론 규제기구들은 모두 합의제 행정기관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기반한 뉴스통신진흥회, ‘방송법’에 근거한 KBS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른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른 ‘교육방송이사회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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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임제 행정기관 행태를 보여온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2008년, 방송·통신 융합시대 방송과 통신의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을 총괄하기 위한 기구로 상임위원 5인의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출범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국회는 위원 추천을 함에 있어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고 되어 있다. 이 법조항에 따르면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3인과 야권 2인의 방통위원으로 구성된다.

방송·통신 관련 최고기구인 방통위는 출범 초부터 합의제 기구로서의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를 자임했던 제1대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합의제 기구를 독임제 행정기관처럼 운영했다. 최 위원장은 KBS 정연주 사장 축출과 KBS 사장 인선을 위한 청와대 비밀대책회의 등을 주도하고, 국무회의에도 자주 참석해 소관 업무가 아닌 정권홍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권 실세’란 개인적 위상과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직을 구분하지 않고 장관이 이끄는 독임제 기관처럼 위원회를 변질시켜 버렸던 것이다.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도 위원장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방통위원장들도 여야 3대 2 구조를 기반으로 방통위를 독임제 기구처럼 운영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면 한쪽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현행 방송사와 방송통신규제기구 거버넌스에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픽사베이

법적 근거없이 기울어진 비율로 구성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및 3항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대통령이 위촉하는 9인으로 구성하되, 이 중 3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추천한 자를 위촉하고, 3인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천한 자’를 위촉하여 구성한다.

법조항 상으로는 근거가 없으나 여야 합의에 따라 방심위는 관례적으로 여야 6대 3 구조로 정착되었고, 위원장은 호선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대통령이 위촉하는 여권 위원이 맡는 것을 관례화시켰다. 방통위 운영 방식은 방심위에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의 위상을 지닌 방심위가 독임제 기구처럼 운영되었던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방심위 전신인 구 방송위원회가 마지막으로 활동한 2007년 방심위 의결 건수는 총 458건이었는데, 이중 3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전원 합의로 의결됐다. 여야 위원간 합의를 통해 안건이 처리되는 합의제 기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2013년 방심위 의결 상황을 보면 전체 의결건수 1083건 중 44.2%에 해당하는 479건이 다수결에 의해 의결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여당 6, 야당 3이라는 구조를 기반으로 위원간 합의가 되지 않은 안건을 다수결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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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적 기구로 전락한 공영방송 이사회

KBS 사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권한을 가진 KBS이사회는 ‘방송법’제46조에 근거해 구성된다. ‘공사는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두고’,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11인으로 구성하며’,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통위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에 따라 KBS 이사회는 여권 7, 야권 4의 구조로 관례화되었다. 이사장도 여권 이사가 맡는다.

방송법 제50조 제2항에 따르면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사장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7대 4 구조 속에서 KBS 사장을 선임할 때마다 청와대 낙점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여권 이사들은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대주주로서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MBC 사장의 임명권, 해임권 등을 가지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 제1항 및 4항은‘진흥회를 9명의 이사로 구성하며’,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통위가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또한 법적 근거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여야 6대 3 이사 구조가 관례화되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MBC도 사장을 선임할 때마다 청와대 낙점과 여권 이사 거수기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교육방송이사회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 ‘방통위가 임명하는 비상임이사 9인’으로 구성된다. 제3항은 ‘방통위가 임명하는 이사에는 교육부장관이 추천하는 1인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교육 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1인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법적 근거는 이뿐임에도 불구하고 EBS 이사회도 여야 합의에 따라 여야 7대 2 구조를 관례화시켰다.

동법 제9조 제2항은 교육방송 사장을 ‘방통위원장이 방통위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EBS 사장 선임 과정도 KBS, MBC와 같은 상황을 반복해 왔다.

합의제 행정기구로 운영해야 할 방통위를 독임제 행정기구처럼 운영해 법제정 취지를 무시 하고,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직접 추천해 이사회를 구성함으로써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공영방송사 이사회는 정치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파적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혁이 시급하다

관행적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기울어진 비율로 나눠서 추천하고, 방통위가 형식적인 의결과정을 거쳐 이를 승인해 주는 선임 절차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사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원들간 협의를 통해 합리성과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해야 하나 방통위는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치권에서 추천한 인사를 그대로 임명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국회 정당별 의석수 변화에 따라 법적 근거없이 그동안 관례화시켰던 방송사와 방송통신규제기구 거버넌스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법상으로도 근거가 없는 방심위원장,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장을 여권 이사가 맡는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아울러 여야가 기울어진 비율로 위원과 이사들을 추천하는 관행도 바꾸어야 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처럼 8:8:2 정도의 비율로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사 사장을 낙점 방식이 아닌, 정상적인 방식으로 선임할 수 있게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방송과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 20대 국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다.[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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