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선의 너영나영]

검찰은 지난 20일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구속기소하면서 현직 검사들에 대한 로비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데 홍 변호사 기소를 다룬 한 일간신문 기사의 제목은 ‘年100억 벌었는데… 홍만표 전관예우 없었다는 검찰’이었다. 상식인이라면 당연히 그런 의문을 품지 않을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100억원은 과장이 아니다. 홍 변호사는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상위 납부자 공개 때 연소득이 91억원이었다. 이는 홍 변호사가 신고한 액수일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개업 직후인 2011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수임료 34억5600만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탈세액은 15억5300만원이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수임하거나 수임료를 줄여서 신고한 건수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사건 등 62건이라고 한다.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미신고 사건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연 100억원을 버는 것은 전관예우, 곧 현관(現官)들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홍 변호사는 개업 이후 한동안 주요 형사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초동 변호사업계의 원성을 사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사건을 맡은 현직 검사들에게까지 눈총을 받을 정도였다.

변호사에게 형사사건이 많이 몰린다는 것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불기소 처분, 보석, 집행유예, 낮은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법률시장에도 당연히 경쟁의 원리가 작동한다. 현관에게 로비를 잘 한다는 소문이 나지 않는 이상 의뢰인이 몰리지 않는다. ‘용한’ 변호사여야 한다. 말 그대로 실력만으로는 안 된다. 로비 성공률이 높아야 한다. 이는 현관들이 순수한 전관예우, 곧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처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를 형식적으로 하거나 피의자에게 적용해야 할 법조문을 적용하지 않는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봐주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홍 변호사의 로비 실패 발표에 대해 검찰이 제 식구를 감싸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해외도박 사건으로 서울지검 강력부의 수사를 받던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에게서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과 최윤수 3차장 검사(현 국정원 2차장)한테 구명을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3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박 지검장은 홍 변호사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최 차장에 대해서는 홍 변호사와 2차례 만난 이외에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긴 했으나 최 차장이 ‘싸늘하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최 차장은 정운호의 구속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한데 300억대 해외도박을 벌인 정운호를 구속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구속수사 지시를 이유로 실패한 로비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가. 당시 검찰은 상습도박보다 훨씬 무거운 횡령죄는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유리에 비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포커스뉴스

물론 전관로비는 은밀하게 진행되다 보니 적발하는 것이 어렵다. 계좌 등을 추적해 현관이 뇌물을 받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식선에서 판단할 일만은 아니다. 홍 변호사를 수사한 검찰도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또한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는 정운호 구명 로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홍 변호사가 맡은 다른 사건의 로비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여력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는 없다. 우리 국민은 진작부터 공정한 법집행을 믿지 않았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권력이나 돈이 있는 사람에 비해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한데 요즘은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불신을 넘어 국민을 좌절하게 하는 데까지 이른 것 같다. 진경준 검사장은 2005년 6월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4억2500만원에 사들였다가 지난해 되팔아 12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넥슨 주식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이나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검찰의 자승자박이다.

서초동에는 사무실 임차료조차 내기 어려운 젊은 변호사들이 많다. 2014년 서울 변호사의 평균 수임 건수는 월 1.9건이다. 그들의 박탈감은 어떨까. 젊은 검사들도 걱정이다. 2009년 이후 임관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검사선서’를 한다. 한데 검사장 출신과 현직 검사장이 이러하니 그들의 자괴감은 어떠할 것인가. 도처에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라는 탄식이 들리는 것 같다.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황진선

 오피니언타임스 편집인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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