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이번에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으로 만든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도마에 올랐다. 프랑스 것을 표절했다고 한다. 야당의 모 의원이 그것을 폭로하는 방식이 감정적이고 정쟁적이어서 또 도마에 올랐다.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한 것이 창조경제인데 창조가 영어로 크리에이티브니 신 브랜드 추진 팀 입장에서는 대안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이 기존의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 옮기자는 주장은 진일보한 것이나 문제는 대중의 입장에서 창조(Creative)의 정체가 무엇인지 계속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대중들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메이크 앤 플레이(Make& Play)일 것이다. ‘만들고 즐겨’, ‘만들며 놀며’ 정도의 뜻이다. 세계적인 움직임도 메이커 운동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이미 이런 동명 이름을 가진 민간 팹랩(Fablab : fabrication laboratory, 제작실험실) 센터가 양재동에도 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에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메이크 앤 플레이하라

메이크 앤 플레이 정신을 잘 구현하는 수단이 3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축제다. 내가 축제 전문가는 아니나 축제의 주 기능은 대체로 제의적 기능, 쇼의 기능, 물산 촉진 기능, 일시적 해방 기능, 살아남은 자의 자위 기능 그리고 에너지 교환일 것이다.

더 세분화해서 보면, 제의에서는 감사와 구복(求福), 망아(忘我, 또는 탈속)의 기능이 이루어지며 교환에서는 물물, 기술, 흥 그리고 이야기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전통적 가정의 기능이 많이 분산되었듯이 축제도 공식적으로는 이벤트, 컨벤션, 대회, 서커스, 쇼, 박람회, 엑스포 등으로 분화했으며 일상에서는 세일, 돌이나 환갑, 여행, 회식 등으로 둔갑해서 스며들었다.

기업들은 자칫 축제가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줄 알지만 그건 오산이다. 이벤트, 세일, (패션)쇼, 쇼핑몰, 체험 캠프, 페스티발, 회식 문화 등은 기업이 특히 축제의 유산에 빚지고 있는 것들이다. 스티브잡스는 신제품 발표회를 자신만의 축제장으로 만들어서 재미를 톡톡히 보았고 Ted를 만든 크리스 앤더슨은 강연장을 축제처럼 꾸며 개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위상을 높였다.

지금 적게는 660개 많게는 2000여 개로 넘쳐나는 한국의 축제 과잉에 일부 지식인들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현상일 뿐이고 축제의 본질은 이렇게 메이크 &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지금 다수의 축제가 플레이 앤 세일 쪽에 치우쳐 있는데, 현상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축제의 생산과 놀이 기능이 폄하되어서는 곤란하므로 지자체 기업 등은 축제의 순기능을 살려 사회를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들 아이디어를 짜야 한다. 현대카드의 슈퍼시리즈와 시티 브레이크, 영종도 스카이 72 골프장의 펀 마케팅과 서원 밸리의 그린 콘서트 등은 축제 가능을 가미해 기존 마케팅의 모델을 바꾸었다.

충북 음성군 ‘품바축제’ 참가자들이 거지분장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00여개에 달하는 한국의 축제들은 대부분 ‘플레이 앤 세일’에 치우쳐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커스뉴스

리버마켓과 마르쉐@

메이크 앤 플레이의 또 하나 수단이 마켓이다. 마켓을 물물교환 장소로만 인식한다면 그것은 땡이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광장이 아고라인데 이는 ‘시장에 나오다’, ‘사다’라는 뜻을 가진 아고라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류의 어디서나 마켓은 소통과 교환 등 축제의 인자를 가진 공간이었다.

과거 한국의 시골의 5일장 등은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그래서 팔 것이 없어도 똥지게를 지고라도 갔던 곳이면서 동시에 3·1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했다.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나 이야기 없이 거래만 이뤄지는 도시 할인마트와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 혜화동 마르쉐@ 등을 서로 비교해보라. 후자의 마켓들에서는 물건뿐만 아니라 이야기, 예술 그리고 흥의 에너지가 마켓을 떠받치고 있다. 그 마켓이 도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그들이 돌아갈 때 바구니에는 물건뿐만 아니라 창의적 이야기와 꿈까지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데 영양제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치맥, 삼겹살, 쭈꾸미와 퐁듀의 묘한 결합, 와인과 스테이크, 파전과 떡볶이 막걸리 등이 주는 입맛 당기는 조화와 질감, 색감, 이야기와 분위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들이 없으면 필수사료만 먹여 키우는 우리 속 소처럼 되며 그러면 광우병이 예고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저렴/편리/빠름을 약속하는 배달의 민족이나 쿡방, 온라인 서비스를 우려한다. 그것들은 메이크 앤 플레이 하지 않다.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설 까치를 오마주하는 까치 마을을 만들면 어떨까? ©네이버만화

폭풍의 타운, 설 까치 마을

세 번째 수단이 타운이다. 도시는 효율과 해방을 가져왔으므로 도시화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기능은 완화시켜야 한다. 타운 크리에이티브에 답이 있을 수 있다. 보통 타운은 시티보다 작은 소도시를 지칭하는데 나는 여기서는 도시형 마을 정도의 뜻으로 쓰겠다. 과거에는 공단이나 단지, 요즘은 클러스터, 밸리, 벨트, 혁신도시를 지향하는 도시개발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 역시 지나치게 생산 중심적이고 단일 목적적인 독재의 공간이다. 집적이 이루어지니 생상의 효율은 높을지 모르겠으나 메이크 앤 플레이 중에 플레이는 없다. 할인마트나 쇼핑 몰처럼. 그런 점에서 롯데쇼핑몰 입점 철회 결정을 내린 전주 시장은 타운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는 시장으로 칭송할 만하다.

타운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흥과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나는 과거 100년 동안 제철 일 번지였던 인천 남동구에 철의 타운, 폭풍의 화가 변시지 생가가 있는 제주도 서홍동을 폭풍의 타운으로 만들자는 구상을 했었다. 또 있다. 80년대 한국인에게 희망과 도전 그리고 헌신적 사랑을 일깨웠던 이현세 만화가의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설 까치를 오마주(homage)하는 까치 마을을 수도권의 한 타운에 만들면 어떨까? 의지와 헌신, 사랑과 동료애, 아날로그 만화 그리기, 모험의 야구 체험, 첨단 야구 장비 설계기술 등을 체험하는 융합 스포츠 타운으로 말이다. 이런 것이 바로 메이크 앤 플레이 타운이다. 과거 구로 공단은 메이크만 있었지 플레이가 없었다. 반면 지금 세계적으로 한창 왕성해지는 메이커 운동은 플레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정권과 함께 침체를 겪을 것이다. 그전 정권의 녹색 경제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그랬듯이. 이들이 단명할 운명인 것은 그것이 틀려서가 아니라 한 쪽만 뾰족하게 부각하는데다가 권력을 눈치 보며 한국적인(K-Like)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쪽 페달만 밟으면 자전거는 곧 쓰러지며, 지금 권력자 취향만 고려하면 그 다음 권력자에게서는 버려진다. 결과 시간과 돈, 열정만 낭비한다. 그래서 현 정부, 지자체, 기업은 메이크 앤 플레이- 축제, 마켓, 타운의 전략을 주목하자고… 이 뜨거운 여름날보다 더 뜨거운 바람을 던져본다. 독자님들 상반기 고생하셨으니 일단, 세상 번뇌 삭히고 휴가부터 잘 플레이하시라!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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