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일상적글쓰기’ 이윤재·이지형 대표 인터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글쓰기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하루 두 번 글감을 던져주는 ‘씀:일상적글쓰기’가 출시 9개월 만에 27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큰 인기를 얻는 것. 씀에서 하루에 작성되는 글은 1만건에 이른다. 디지털 시대에도 글쓰기의 힘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빠름이 지배하는 시대에 왜 글쓰기인지, 젊은이들이 어째서 좋은 글에 몰려드는지 ‘씀’ 개발자 겸 공동대표 이윤재(26)·이지형(23)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씀’ 개발자 겸 공동대표 이윤재(왼쪽)·이지형 씨.

일단 자기소개를 해달라

글쓰기 어플리케이션 씀 개발자이자 공동대표다. 씀 외에 직업은 대학생. 윤재는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4학년, 저는(이지형) 같은 학교 컴퓨터공학과 3학년이다.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며 3년 정도 룸메이트를 했고, 평소 이런저런 앱을 만들다 의기투합해 글쓰기 앱을 만들게 됐다.

씀의 주요 기능 및 특징은 무엇인가

씀은 ‘세상에 멋진 생각들은 많고,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모토로 하루 두 번 글쓰기 주제를 제공한다. 매일 오전과 오후 7시 글감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다. 직접 쓴 글을 다른 사람과 돌려보거나, 일기처럼 혼자 간직해도 된다.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글을 썼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 글을 보며 키득대거나 아이디어를 얻다 보면 기분전환이 된다. 

‘하루 두 번 글감 던져주기’라는 간단한 포맷인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나?

전혀 예상 못했다. 앱을 만들 당시 목표가 ‘사용자 1000명 모으기’였다. 글감을 던져주고 자유롭게 읽고 쓰는 공간을 만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호응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앱 만들면서 우리끼리 내기를 걸었다. 한명은 1만명 넘으면 기념으로 삭발하기로, 다른 한명은 3만명 넘으면 핑크색으로 염색하기로 약속했다. 사용자가 순식간에 넘어버려서 얼른 ‘없던 일’로 했다.

씀은 몇 명이나 다운받았고, 주로 어느 연령대가 사용하는가

씀은 지난해 12월4일 론칭했는데, 27만명이 앱을 다운받았다. 매일 접속하는 활동 유저는 2만명, 하루 작성되는 글은 1만건 정도다. 이용자 연령은 20대 초반 여성 > 10대 여성 > 20대 남성 > 30대 등의 순이다. 여성 사용자가 남성에 비해 8대2 정도로 많다. 4050세대에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씀의 인기 비결은 뭐라 생각하나

디자인이 예쁘고 컨셉이 좋기 때문 아닐까. 사실 전문개발자가 아니다보니 앱을 출시했을 때 글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거나, 서버가 다운되는 등 운영에 미숙한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일주일만에 사용자 2000명을 돌파했다. 디지털시대에도 글쓰기에 대한 숨은 열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글쓰기 앱을 만든 계기가 있다면

둘 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글을 동경하는 공대생이랄까. 글쓰기 세미나 열리면 찾아가고 작가 오면 사인 받고 좋아하고 그랬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일생 생활패턴에도 관심을 가져왔는데, 그걸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의도한 바는 일상기록 앱이었다. 살다보면 가끔씩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지 않나.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 승강장에서,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불현듯 멋진 단어나 문장이 생각나는데, 이런 걸 기록할만한 공간이 없더라. 스마트폰 앱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쓰게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디지털시대에 왜 글쓰기에 열광하는 걸까

이걸 운영하며 느낀 게 글쓰기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있는 것 같다. 사실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있지 않나.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글쓰기라 생각한다. 반면 영상이나 사진은 일단 카메라가 있어야 하고, 그림이나 음악도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 생각을 표현하는 데 벽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글감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시의성이 있거나 정치 이야기, 20대만 아는 지엽적인 주제나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있다. 생각을 확장시켜 다양한 글쓰기가 가능한 주제를 선호한다. 예컨대 ‘자동차’라는 주제를 던져주면 생각에 제약이 생기고 비슷한 글들만 올라온다. 이런 걸 피하고 가급적 일상적인데서 글감을 가져오려 노력한다.

앞으로 포부와 전망이 있다면

전문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구해 완성도있는 앱을 만드는 게 일차 목표고, 우리가 던져주는 글감에서 글을 쓰는 단계를 넘어 씀 사용자끼리 글쓰기를 연결하고 이어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두 번째 목표다. 나중에는 한국어 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버전으로 만들어 전세계 사람들이 글쓰기를 생활화하면 좋겠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

사람들이 쓴 글들을 읽고 공유하며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기발한 생각이나 맛깔나는 글들이 너무 많아서다. 재밌는 건 저희 부모님도 글쓰기와는 전혀 관련없는 일을 하는데도 씀에 쓴 글을 보면 멋진 이야기가 나온다. 알고보면 누구나 글쓰기 능력은 있지만, 그걸 펼쳐놓을 곳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디지털시대에도 글쓰기의 힘은 여전하다고 믿는다. 우리가 던지는 글감이라는 돌맹이가 사람들 머릿 속 생각의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고, 글쓰기의 공명을 이끌어내면 좋겠다. [오피니언타임스=박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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