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의 풍수지리]

남해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지금은 남해대교와 삼천포대교가 있어 육지와 연결되지만 다리가 없었던 시절에는 배를 타고 다녀야 했다. 남해 지형은 H자 모양인데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인 자모포자형(慈母抱子形, 사랑하는 어머니가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남해의 지형, 자모포자형으로 사랑하는 어머니가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 ©김정인

그리고 남해대교를 건너면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 충렬사가 있다. 충렬사는 남해 지형상 어머니의 머리에 해당하며 남쪽 가천 다랭이마을은 아랫도리에 속한다. 다랭이마을은 물이 풍부하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이 있는데 여성의 외음부에 해당해 일 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현지 사람들은 전한다.

또한 다랭이마을 아래 남근 모양의 양미륵과 여근곡 모양의 음미륵이 있다. 이 한 쌍의 미륵을 가천 암수바위라고 부른다. 지형과 연결해서 보면 매우 신비스러운 바위이며 이 바위가 발견된 날을 기념하여 한밤중에 동네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제를 올리고 마을의 안녕과 복을 기원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다시 동쪽으로 가면 산이 높이 솟아 있다. 이곳을 금산(705m)이라고 부르는데 태조 이성계가 100일간 기도를 하고 조선을 개국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산이 너무 아름다워 왕위에 오른 뒤 보광산에서 비단으로 덮었다는 의미의 금산(錦山)으로 개명하였다고 한다. 영산인 금산은 4면이 바다에 접해 있어 산의 정기와 바다에서 나오는 알파파, 즉 수기(水氣)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양기를 받으면 건강에 매우 좋고 수기가 조화되어 부자마을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남해를 이곳에서는 보물섬이라고 부른다.

다시 북쪽으로 조그마한 다리 창선교를 건너면 대방산이 솟은 작은 섬이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아기섬이다. 아기섬은 어미섬의 모양을 그대로 닮았다. 어머니 무릎에 안긴 모습처럼 아주 편안해 보이며 여기서 창선 삼천포대교를 지나 다시 육지와 연결된다. 그리고 삼동면 물건리에 가면 370여 년 전에 조성된 초승달 모양의 방조어부림이 있다. 19세기말엽 이 숲의 일부를 베어낸 다음 폭풍을 만나 마을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물건리는 부자들이 많이 난 동네라고 전해지는데 뒤로는 망건 모양의 투구산이 있고 앞으로는 기러기산이 있다. 마치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 같다. 그 너머로 마안도가 보이는데 말안장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1960년대 대한민국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던 광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독일마을이 있다. 경치도 매우 수려하지만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다. 독일마을 근방에 위치한 원예예술촌은 이곳의 분위기를 한층 더 높여 준다.

금산의 석상아래 보리암과 해수관음상. 바위의 기운이 강한 기도의 도량. ©김정인

남해에는 용문사, 화방사, 보리암 등 남해 3대사찰이 있는데 그 중 금산의 보리암은 우리나라 4대 관음사찰 중 하나이다. 나머지 관음사찰 강화도 석모도의 보문사, 속초의 낙산사 홍련암, 여수의 향일암과 함께 모두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득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보리암은 683년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로 산 이름을 보광산, 초당 이름을 보광사라고 하였다. 보리암이 위치한 곳은 백두산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이 지리산맥으로 이어져 남해에 이르러 섬을 만들고 망운산(786m), 호구산(622m)으로 솟은 뒤 강진만과 앵간만의 좁은 과협(過峽)을 지나 남해 끝자락에서 금산(705m)으로 솟아난 곳, 금산에 의지하여 보리암이 자리 잡았다. 금산에는 온갖 동물 모양의 기암절벽이 솟아나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심맥에 보리암이 위치한다. 좌우로는 산들이 감싸주고 남해안이 굽이굽이 내려다 보인다.

해수관음상이 위치한 곳은 새벽부터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곳은 기도응답을 잘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금산의 석맥이 내려와서 평평하게 멎은 곳이다. 바위 위의 터로 기운이 강해서 기도의 도량으로는 좋으나 사람이 살기에는 터가 너무 세다.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은 바위 위가 아니라 바위 살이 탈살이 되고 흙으로 박환된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금산의 아름다운 일출을 바라보며 산사의 정기를 받아 기도하기엔 금산의 보리암이 제격일 것 같다.[오피니언타임스=김정인]

 김정인

  서경풍수지리학회장

  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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