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환의 썰田]

청송군은 전국 3대 오지 중 하나다. 처음 이곳에 답사 올 때 청송 교도소를 보고 군사정권이 왜 이곳에 청송감호소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됐다. 만약 탈옥을 하더라도 산 넘고 물 건너다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옛날에는 청송교도소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이 매우 좋지 않았다. 청송 감호소에는 흉악범 중의 흉악범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청송군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교도소를 추가 유치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교도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청송군에 거주하면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또 교도소 재소자들을 면회 오는 가족들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오지 중의 오지이기 때문에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도 없다. 서울에서의 교통 접근성은 강원도보다 더 떨어진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한 시간, 서울에서 속초 강릉까지 2시간 정도면 접근 가능하다. 그런데 서울에서 청송군으로 오려면 4시간이 걸린다. 강원도처럼 관광객이 몰려들 가능성도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송군에서 평당 10만 원 이하 땅을 찾아보기 어렵다. 귀농 열풍 때문이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 땅값은 평당 3만-4만원 대였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농지 가격이 3-4배 올랐다.

지금의 농지가격으로는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다. 도시민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잡힐 것이다. TV에서는 농사지어서 연소득 억대의 부자가 된 사람들 이야기가 수두룩한데.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다.

한 농민이 가뭄으로 여물지 않은 콩을 수확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해보겠다. 2014년 콩 농사 500평을 지었다. 500평의 밭에서 대략 500kg 정도의 콩을 수확했다. 그해 콩 수매 가격은 kg당 3500원 이었다. 콩 농사 500평을 지어서 얻은 매출이 175만원이다. 수익이 아니다. 매출이다.

자, 그럼 175만 원에서 나의 순수익은 얼마인지 계산해보자. 우리가 먹는 노란 콩은 탈곡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다. 콩 500kg을 탈곡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대략 15만원이다. 콩 씨앗을 심기 전 밭을 갈고, 풀이 나지 않게 검정 비닐을 까는 데 들어간 비용이 대략 50만원이다. 요즘 콩은 노린재 피해를 많이 입는다. 방제를 하지 않으면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그래서 노린재 방제비를 포함하면 콩 농사 500평을 지어서 1년에 1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 내 손에 쥐어진다.

조금 인심 넉넉하게 쳐서 콩 농사 500평을 지으면 100만원이 떨어진다고 치자. 지금까지 농사를 통해 얻는 순수익을 도시민들이 귀농할 때 보이는 행동 패턴에 대입시켜 보자. 평당 1000만원 하는 코딱지 같은 아파트에 살던 도시민들은 땅 한 평에 15만원 한다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한다. “땅값이 이렇게 싸다니”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마치 세상 전부를 얻은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도시에서 아파트를 5억원에 처분하고, 2억원은 농지를 구입하는데, 1억원은 집을 짓는데 사용한다. 2억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농지는 대략 1300평 정도 된다. 1300평!! 코딱지만한 아파트에 비하면 1300평 농지는 지구 끝까지 닿을 것처럼 넓게 느껴진다.

그런데 1300평 콩 농사를 1년 지어서 얼마를 벌 수 있을까? 대략 240만원 정도 된다. 월 소득이 아니다. 1년 소득이다. 2억원을 투자해서 1년에 240만원을 번다. 귀농해서 이렇게 3-4년을 지내면 남아 있던 2억원도 다 탕진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 귀농인들 많이 봤다.

여기서 반론을 펴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식한 놈들이나 콩 농사짓지. 우리는 배우고 똑똑한 놈인데 똥값인 콩 농사를 왜 지어? 우리는 고소득 작물을 재배할 거야!!

사과밭 3000평을 조성하려면 대략 7억원에서 8억원이 필요하고, 사과 열매는 3년 뒤에야 볼 수 있다. ©픽사베이

그럼 다시 도시민들의 계산법을 적용해 보자. 사과밭을 조성하기에 1300평은 너무 적다. 적정 규모가 3000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농지 3000평을 매입했다. 땅 구입비만 4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남은 돈은 5000만원. 집을 짓기에는 돈이 좀 모자라다. 일단 빈집에 들어가 살기로 한다. 화장실은 처음 보는 재래식 화장실이지만, 그래도 미래의 꿈을 위해 참기로 한다. 남은 5000만원은 묘목을 사고, 밭에 관수시설을 하는 데 모두 썼다.

아뿔싸. 그런데 사과나무는 3년을 키워야 열매가 열린다. 5억이나 되는 아파트를 팔았지만 귀농하자마자 바로 파산이다.

사과밭 3000평을 조성하려면 대략 7억원에서 8억원은 있어야 한다. 방제하는 기계도 사야 하며, 가지를 유인할 수 있는 각종 도구들도 구입해야 한다. 1년에 생활비 3000만-4000만원만 사용한다 하더라도, 1억원에서 2억원 가량 필요하다.

그럼 7, 8억원만 투자하면 억대 농부가 될 수 있을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라. 왜 언감생심인지는 궁금하다면, 다음 편을 기다리시라. 나도 궁금증을 바로 풀어주고 싶지만, 인터넷에서 글 쓸 때 항상 스크롤의 압박을 느낀다. 벌써 원고지 10장 분량이 넘었다. 궁금해 미칠 것 같더라도 참으시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참참. 댓글에는 실시간으로 답변을 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도록 노력할 테니 망측한 놈의 견해에 이견이 있거나 반론을 하고 싶다면, 쌍욕만 빼고 댓글을 써주면 고맙겠다.[오피니언타임스=홍경환]

 홍경환

카운슬러가 되고 싶었으나 춥고 배고프다 하여 기자의 길로 빠져 들어감.

아시아투데이에서 정치부, 사회부 등을 거쳤으며, 청빈한 삶을 꿈꾸며 산간벽지로 들어왔으나 망상을 꿈꾼다며 욕먹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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