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대중가요 독해영역⓵] 김동률 <오래된 노래>

“우연히 찾아낸 낡은 테입 속에 노랠 들었어
서투른 피아노 풋풋한 목소리
수많은 추억에 웃음 짓다”

“오래된 테입 속에 그때의 내가
참 부러워서 그리워서
울다가 웃다가 그저 하염없이
이 노랠 듣고만 있게 돼
바보처럼”

김동률 <오래된 노래>

외래어 표기법상 Tape는 ‘테이프’가 맞지만, 테이프라고 적으면 너무 가사의 맛(?)이 떨어져서 편의상 ‘테입’으로 적습니다.

<오래된 노래>,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즐겨 듣고 즐겨 부른지도 ‘오래된 노래’이기도 하구요.

믿고 듣는 김동률 씨의 노래. 둔탁하면서 따뜻한 그의 저음.
진솔한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에 나오는 ‘테입’이란 단어가 참 좋습니다. ‘낡은 테입’, ‘오래된 테입’이라고 하니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카세트 테입에서 CD로 그리고 MP3로의 거칠고도 급격한 변화. 테입 이전에는 둥그런 LP레코드도 있었더랬죠.

지금은 뭐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편해도 너무 편한, 그래서인지 운치가 조금 부족한 그런 세상입니다.

©픽사베이

테입을 즐겨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테입에 녹음을 하기도 했고, 앞면과 뒷면에 노래 리스트를 깨알같이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워크맨’을 들고 다녔던 것도 기억납니다. 일본의 소니가 만든 이 혁명적인 제품은 “그 시대의 젊은이와 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자 M세대, 즉 자기중심주의 세대(Me-generation)의 상징”(김영한·류재운, <다윈코드> 中)이었습니다.

보관을 잘못하거나 가지고 장난치다 보면 망가지기 일쑤였던 테입. 네모나게 각진 그 테입으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디지털 음원은 음악을 감상하기에 분명 편리한 이점이 있지만, 음악을 소장하고 간직한다는 느낌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이러한 노래 듣기는 간혹 음악을 너무도 쉽게 흘려 듣게 합니다. 물건을 사듯 별 생각 없이 노래를 건조하게 소비하는 듯한 기분마저 가끔 들기도 하지요.

조금 불편하고 작동이 느려도 촌스러운 카세트 테입의 딱딱한 질감이 왕왕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음악 테입을 하나 하나 쌓아두며 보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테입 혹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노래와 연결된 추억을 떠올리면서요.

다들 자기만의 ‘낡은 테입’, ‘오래된 테입’이 분명 있(었)을 텐데요.

먼지 낀 테입을 꺼내본 적이 언제였나 생각해봅니다. 어디 분명 예전 테입이 있긴 할 텐데 말이지요.

제게 이 노래는 흔하디 흔한 사랑 노래라기보다는 테입을 듣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특별한 노래입니다.

너무나 세련된 요즘의 우리들. 이럴 때일수록 외려 ‘테입’과 같은 예전 단어가 가져다 주는 울림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투박한 음질의 테입 속 노래를 괜스레 듣고 싶은 날입니다. 테입을 통해 “수많은 추억에 웃음 짓”던 그 옛날, 그 장면, 그 순간에 흠뻑 빠져보시길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석혜탁

대학 졸업 후 방송사에 기자로 합격. 지금은 모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대학 연극부 시절의 대사를 아직도 온존히 기억하는 (‘마음만큼은’) 낭만주의자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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