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이슬람국가(IS)로부터 되찾으려는 이라크 정부군의 공세가 지난 17일 시작됐다.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17일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다에시(IS를 비하하는 아랍어)의 야만과 테러로부터 모술을 해방시키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 승리의 종소리가 울렸다. 신의 가호에 따라 우리는 모술에서 해방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포커스뉴스

이라크 정부군, IS 최후의 도시 모술 해방작전 시작

그는 이라크 정부군과 경찰만이 모술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부분 수니파와 소수 종족들로 이뤄진 모술 시민들이 시아파 민병대에 의한 탄압을 우려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IS가 퇴각한 후 모술에서 새로운 종파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술 공세에는 현재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 쿠르드족의 페시메르가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모술은 IS가 아직도 이라크에서 통제하고 있는 최후의 주요 도시이다. 게다가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IS 최고지도자가 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이슬람 사상에 의해 통치되는 칼리프국가 건설을 선언한 것도 바로 모술에서이다. 2014년 6월 모술이 IS에 함락된 것은 IS로선 최대의 전과였으며 IS가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모술은 IS에 있어 상징적 중요성을 갖는다.

모술을 다시 이라크군에게 빼앗기는 것은 IS로서는 칼리프국가의 꿈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IS로서는 모술을 지켜낼 힘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시간이 언제가 될 것인지만 달라질 수 있을 뿐 모술이 다시 이라크군의 수중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최근 들어 IS의 퇴조세가 뚜렷하다.

모술에 대한 공세가 시작되기 전 IS는 이미 티크리트와 라마디, 팔루자 등 자신들이 장악했던 이라크 주요 도시들을 잇따라 이라크군에 빼앗겼다. 모술마저 이라크군이 장악하면 이라크에서 IS가 설 땅이 없어지면서 IS는 시리아로 전면 퇴각해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나마 시리아에서의 운명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이라크가 모술 탈환 군사작전을 전개한 가운데 폐허가 된 마을에 아이들이 보이고 있다. ©신화/포커스뉴스

IS, 주민 120만명 인간방패 내세울 듯… 유혈사태와 난민 불가피

문제는 120만명 안팍으로 추정되는 모술 민간인들의 운명이다. 유엔 등에서는 전투가 본격화되면 최대 100만명의 모술 시민들이 전쟁을 피해 모술 탈출에 나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S는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하려 할 수 있다. 과거 팔루자 탈환 작전 등에서도 IS는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워 이라크군의 공세에 맞섰었다. 이미 모술 시내는 IS가 설치한 부비트랩 등으로 가득 차 있고 IS가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저격수들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규모 유혈 사태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등에서는 또 모술 시민들이 대거 탈출에 나서면 최대 70만 명의 난민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난민 발생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 각국을 고민에 빠뜨린 난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희생을 치르고서 모술을 되찾는다면 지난 2년여 간 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IS에 의한 테러 공격을 잠재우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미군의 공습에 힘입은 이라크군은 분명 모술로부터 IS 세력을 몰아내는 데 성공할 것이다. 군사적 승리는 사실상 손에 넣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모술 탈환은 뿌리깊은 종파 분쟁이 한 국면을 지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일 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바디 이라크 총리의 성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술 탈환 뒤 시아파 민병대에 의한 수니파 학살 등 새로운 종파 분쟁에 대한 우려는 이미 고조될 대로 고조돼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종파 분쟁을 잠재울 밑으로부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모술 공세와 같은 군사작전을 통해 이라크의 뿌리깊은 분쟁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모술 탈환 작전 지역 지도. ©미국 CNN 영상 캡처

종파 분열 치유 못하는 한 또다른 극단주의 발호할 것

모술 공세에 있어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은 IS라는 공통의 적을 퇴치하기 위해 서로 간의 이견을 잠시 접은 채 손을 맞잡았다. 중요한 점은 IS가 퇴각한 이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는 점이다. IS라는 공통의 적이 사라진 후에도 이들의 연대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럴 전망은 밝지 않다.

모술을 IS로부터 되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되찾은 후 새로운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지속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지 여부가 중요하다. 즉 모술 탈환 이후 안정적인 통치 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진정한 승리 여부를 가늠할 요인이란 것이다. 이라크가 지속 가능한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면 종파적 분열에 따른 불안이 재발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다른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를 부를 것이다. 2년여 전 IS가 급속하게 세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도 종파 분열에 따른 누적된 불만을 자양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라크군이 모술을 되찾으면 IS가 내걸었던 칼리프국가 건설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칼리프국가 건설이라는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IS가 내걸었던 칼리프국가 건설은 전 세계 지하디스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폭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 간 대립이라는 이슬람의 내부 분열을 치유하지 못하는 한 새로운 극단주의 세력들은 끊임없이 출현할 것이다. 결국은 이슬람 스스로 내부 분열을 없애고 단합하기 위한 자신들과의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큰 인내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라크에 진정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IS가 군사적으로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또다른 이름 아래 새로운 이념으로 무장한 새로운 극단주의 세럭을 출현을 막지 못할 수밖에 없다.[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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