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안의 동행]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의 일상과 삶을 함께 공유하고 진심을 나누며 유대감을 이루는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는 그것은 ‘만남’이라 한다. 하지만 이토록 소중한 인연을 그저 명품 백처럼 어깨에 걸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가방 속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허영만이 있을 뿐이다. 없는 사람이 더욱 치장하는 법이다. 인맥을 이용해 부족한 자신을 우월하게끔 꾸미는 사치품에 불과한 것이다. 그럴수록 자신의 어깨가 무거워짐도 알아채지 못하는 무감각자들이다. 자립할 수 없는 인간, 곧 스스로 인간답기를 포기한 인간들이다. 자신이 부족하니 내세울 것이 없어 인맥 자랑을 한다.

‘바보의 금’으로 불리는 황철광 ©픽사베이

불안은 망상과 같은 믿음을 만들어 낸다. 어떠한 환경에 처해왔는지는 몰라도 애정결핍이 의심될 만큼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상대의 사랑을 원한다.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본래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은 서로 함께 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운다. 하지만 상대방을 사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권리다. 순수한 진심이 아니다. 그 마음은 참이 아닌 거짓이다. 사람을 쇼핑하는 것일 뿐. 그들은 인간을 소비하고 낭비하며 트로피처럼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기 위한 목적을 갖고 사람을 만난다.

그 빈틈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 달달한 말로 현혹하며 미끼를 던지면 배고픈 사람들은 미끼를 덥석 문다. 자신이 가게 될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사람을 수집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유형인, 또 다른 어떤 누군가들의 취미이기도 하다. 수집하는 취미에는 지배욕이 숨어 있다고 한다. 권력을 휘두르며 누군가를 지배하에 두고, 명함 한 장이나 돈이라는 종이 따위로 수직관계를 형성하고 군림한다. 이들의 교집합을 찾아 이야기 해보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떠오른다.

물을 흐려놓는 능력은 훌륭하다. 오징어처럼 빨판으로 붙들어 놓지 않는다. 사람 사이에는 간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들은 바짝 들러붙어 요구하고 칭얼댄다. 주고받는 것 없이 철저하게 받기만 하는 유쾌하지 않은 일을 그들은 우정이나 사랑이라 말한다. 결정 장애를 넘어선 배려, 그 배려를 가장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 말로만 떠들며 상대를 치켜세우며 상대에게 기생하는 것이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레 익힌 듯하다. 말 한마디면 되니 말이다.

©픽사베이

쉽고도 하찮다. 그들에게 사람이란 돈 없으면 버려지는 것이다. 현금지급기이자 비빌 언덕, 출세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는 소모품이다.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남들에게 늘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기생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머릿속에는 먹물만이 가득하다. 먹통이다. 나치즘과 같은 독재 정권 등 비뚤어진 권력자를 숨어서 숭배하며 마치 자신도 우월한 위치에 서 있다는 망상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보호하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을 말로 무시하며 짓밟는 사이버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두려움을 직면하지 못하고 피하며 그릇된 믿음에 사로잡힌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잘 살아보겠다며 “줄을 잘 서라”고 뭇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 줄서기는 외줄타기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먼저 기대고 보는 용기 있는 그들은 연날리기처럼 패를 감는 대로 날아 움직이다 언제 추락하여 찢길지도 모른다. 안쓰럽다. 친교 또는 사교, 진심 없는 가식, 빈말을 생활화하는 것은 인사이고 예의라지만 마음 없이 내뱉는 립싱크일 뿐. 점점 각자의 독방이 늘어나는 고립화되어가는 사회 속 인정은 없다.

‘인정’이라는 말은 순순히 인정받지 못한다. 인생이라는 레이스에 윷놀이 하듯 업혀가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가지에 맺힌 잎처럼 스러져 낙엽이 될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행복합니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남들도 다 그러니까”라는 논리 같지 않은 논리로 합리화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니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말은 人(사람 인) 間(서로 간)으로 이뤄졌다. 낱말 속에 ‘관계’가 들어 있는 것이다. 과연 그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일방적인 관계는 소통도 할 수 없다.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면 그들은 창문을 닫아버린다.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며 연민의 눈길을 즐긴다.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일은 눈길이라지만 그들의 눈길은 폭설특보와 가시밭길로 걷기에는 춥고 아프다. 정작 아픈 이들은 먹이 사슬에서 최하위층에 자리하게 된 힘없는 서민과 빈곤층이다.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그렇지 않아도 고된 삶에 짐을 얹어주고 한숨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존재자체로 명품 없이도 아름답게 빛날 수 있고 사람과의 진정한 소통과 유대감으로 더욱 더 빛날 수 있다. 가짜의 벽에 갇힌 사람들은 이 빛을 보지 못한다. 눈 뜬 장님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일방적인 관계는 소통도 할 수 없다.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면 그들은 창문을 닫아버린다. ©픽사베이

교집합 속 그들은 뻔히 읽히는 수도 밀어붙인다. 전략대로 전력을 다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이 올라간다고 믿지만 과연 그럴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갉아내는 지하로 추락하는 고장이 난 엘리베이터가 아닐까. 나는 한 칸, 또 한 칸씩 그렇게 내 힘으로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출입증을 발급받아 좁은 문으로 끼어 들어가기보다는 내 길을 가는 것이 낫다.

군자는 큰길로 간다. 대도와 정도로 정정당당하게 걸어간다. 조금 더 빨리 가겠다고 좁은 골목길을 가로 지르고 다녀봤자 결과는 다를 것이 없다. 괜한 고생이다. 그들은 도태되고 싶지 않아 애를 쓴다. 자신의 편인지를 수없이 매번 확인하며 자신의 주변에서 떠나지 못하게 잡아둔다. 그들은 변화무쌍하다. 간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는 임금의 눈에 띄기 위해 안달 난 후궁이나 궁녀처럼 진정한 사랑이 아닌 출세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술수를 쓰고 이간질을 해가며 힘들게 산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런 과욕이 채워져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치유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간격 속에서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그들이 더욱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한다. 부상자가 많다. 온 사회가 병동이 되어간다. 안타깝다. 모두가 아픈 세상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도 모자란 현실에 우리는 각자 바쁘고 대면하기에는 불편하고 어색하다. 말은 마음에 담아둔 채 외롭게 살아간다. 의도와 진심을 달라도 서로 목적이 맞으면 편이 되기도 한다.

관계,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어려움. 모두가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평균값을 통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전부 쓸모없는 일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요구에 따라주지 않는 사람은 이간질과 거짓말로 잘라 내어 버린다. 이기심과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사회를 킬링필드로 만드는 데에 한 수를 놓아 거든다. 그에 의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독방으로 도망친다. 자신이 버려지면 비논리로 무장한 험한 말로 다른 사람들에 가엾은 약자로 변신하여 연기한다. 피해자인척.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은 말 한마디로 순간 이루어진다. 한 사람을 말 한마디로 사회에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또한 편 가르기를 유도한다. 내란은 위기를 역사적으로 적의 침입을 불러왔다. 관조해보면 망하는 나라의 지름길은 내란이다. 고장 난 냉장고 안의 식품들은 부패하기 마련이다.󰡐화󰡑라는 열감이 가득 차 시들어 간다. 그것도 각자의 통에서 결국 조화로운 요리가 될 수 없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관심이 있어 공익과 윤리는 저 멀리로 치워버린다. 과연 무엇이 남는 걸까. 오직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는 말을 믿고 기다린다.[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최선희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건축회사 웹디자인 파트에서 근무 중인 습작생.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