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의 아하!]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사정이 비슷한 사람끼리 자연히 가까이 모이게 되는 것은 과부 사정 과부가 아는 것처럼 서로 이해소통이 그만큼 잘 되는 까닭이리라. 따라서 같은 고향 사람, 같은 학교 졸업생, 일가친척의 사람 등이 이른바 지연, 학연, 혈연 등에 따라 서로 편을 짜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모른다.

두 사람이 논쟁을 하고 있다. 처음 사람은 나하고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같은 학교에 다니고, 요즘도 자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의견을 나누는 처지다. 그의 생각하는 방법이나 논법이 나와 비슷한 데가 많다. 따라서 두 사람의 논쟁에서 처음 사람의 논점이 내게 더 친숙하고 더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그의 편을 들게 된다. 자연스런 일이다.

두 모임이 회원을 모집한다. 처음 모임은 나와 같은 직업에 속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거기 가면 서로 대화가 통할 것 같고, 내 직업에 관계되는 지식이나 정보를 서로 나누며 피차 유익한 일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모임에 가입하고 그 모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힘쓰기로 한다. 당연한 일이다.

©픽사베이

두 경우 모두 공동의 관심사, 공동의 이상, 공동의 목적, 공동의 의미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일에 뜻이 맞아 한 편이 되는 경우다. 통계적으로 보아 비슷한 환경, 비슷한 교육, 비슷한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공통성이 많이 발견되고, 이런 사람들끼리 공동의 관심사를 위해 한 편이 되는 경우가 성공률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인위적인 편 가르기나 진영논리의 적용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편을 짜는 유일한 기준을 외부적, 외형적 조건이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두 사람이 논쟁을 하는데, 쟁점이나 내용 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한 편이 내 동창이니까 그 편을 들어야 한다든가, 두 모임이 회원을 모집할 때 그 모임의 목적이나 그 목적을 수행하는 방법 같은 데는 관심이 없이 그 모임이 내 고향 사람들이 시작한 곳이니까 덮어놓고 거기 가담해야 한다든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그가 내 먼 친척이니까 무조건 그의 선전원이 된다고 하는 경우다.

심한 경우 우리 주위에는 인류 사회의 정의, 평등, 사랑, 평화, 신뢰, 조화 등의 아름다운 이상과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려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이 나와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으면 나와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라 간주하고 외면하는 한편, 비록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의를 배반하고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는 사람이라도 그들이 동향 사람이나 동창이면 눈을 감아주거나 심지어 그들과 합세하는 일까지 있음을 본다. 현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아닌가?

우리가 어디에 속해야 할까? 어느 편에 서야 할까? 여당 편에 설까 야당 편에 설까? 이런 문제에 부딪혔을 때, 보다 높은 차원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연, 혈연, 학연 등의 외부적 조건만 같으면 절대적으로 그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재나 게 같은 하등동물의 본능적 발상법에 속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 그러나 그 팔도 정의의 팻말을 들기 위해 밖으로도 위로도 펴질 줄 알아야 한다. 언제나 안으로만 굽어 있는 팔은 곰배팔이다. [오피니언타임스=오강남]

 오강남

서울대 종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캐나다 맥매스터대 종교학 Ph.D.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