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들고양이, 야생 고양이로 불리던 녀석들이 요즘엔 길냥이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들이나 야산에만 머물지 않고 주택가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는 바람에 길에서 흔히 마주치면서 길고양이 > 길냥이로 탄생한 겁니다. ‘길잃은 고양이’의 준말로도 보이는 ‘길냥이’는 그런 점에서 네티즌의 탁월한 작명의 산물입니다.

그러고 보니 들고양이라는 표현도 고어(古語)나 사어(死語)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영한사전에도 언젠가는 wild cats = 길냥이로 등재될테니까요.

©픽사베이

고양이 옛말은 ‘고니’, ‘괴’입니다. ‘고이’라고도 불렸죠. 고이 > 괴이 > 굉이 > 괴앙이 > 고양이로 변화돼 왔다는 게 정설입니다. 지금도 일부 지방에서는 ‘괴이’, ‘굉이’라 부릅니다.

괴이는 ‘괴다’에서 오고 ‘괴다’는 ‘사랑하다’의 뜻을 가진 옛말입니다. 한편으론 괴다 > 굅다 > 괴엽다 > 귀엽다로도 진화됐다고 하지요.

고양이는 예부터 안방마님의 품과 치마 폭을 파고들었던 ‘애완동물 1호’입니다. ‘사랑스런 동물’이라는 뜻에서 ‘괴’, ‘괴이’라 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입니다. 말의 분화-진화가 덜 된 시기엔 소통하기 쉬운 말로 지어졌다는 전제가 여기서도 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양이를 닮은 동물 삵, ‘살쾡이’(삵+괭이)는 고양이보다는 나중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고양이가 ‘야옹~야옹~’하거나 ‘골~골~’한다고 해서 고양이가 됐다는 설도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고양이는 ‘나비’로도 불렸습니다. 부를 때 “나비야!”가 더 애용됐습니다. 날아다니는 나비(곤충)가 아닌 육식동물에 나비란 이름을 붙인 이유도 자못 궁금합니다만…

거슬러 올라가면 ‘나비’의 옛말로 ‘나뵈'. ‘남이’라는 표현이 나타납니다.나비는 ‘날다’의 고어 ‘납’에 ‘이’가 붙어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나부끼다’, ‘나불거리다’, ‘나붓거리다’는 말에 ‘납’의 흔적이 있습니다, 나방 역시 나비에서 가지친 말입니다.

©픽사베이

헌데 날짐승도 아닌 포유류 고양이를 나비라 부른 이유는?

걸어다니는 동물이지만 높은 곳을 사뿐사뿐 오르내리는 모습이 마치 나비와 같아서 나비라 지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양이를 뜻하는 ‘나비’나 곤충을 뜻하는 ‘나비’의 뿌리가 같은 셈이지요.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나비’나 ‘괴이’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 들고양이, 길냥이로 전락하면서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돼버렸습니다. 야생의 강한 생존력으로 개체수가 급증하는 바람에 포획대상마저 돼버렸으니까요.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는 ‘나비탕’ 뉴스로 한때 시끌한 적도 있습니다.

개든, 고양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야만적 식성에 일침을 가한 내용이었습니다만, 그 옛날 사랑받던 나비나 괴이가 개만도 못한 ‘길냥이’, ‘나비탕 신세’가 돼버린 겁니다.

폐사한 길냥이 사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입니다. 야생조류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AI를 감염시킨 전례가 없다고는 하나 길냥이들이 AI의 ‘숙주’가 됐다는 점에서, 또 변종 바이러스로의 진화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길냥이 개체수 관리에도 당국이 적극 나서야겠습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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