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관의 모다깃비 감성]

우리는 이따금 어떤 각오를 하게 된다. 연말연초엔 더 그렇다. 연말에는 지난 1년을 반성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신년이 되자마자 헬스장과 스포츠센터, 어학원이나 수험 대비 인터넷강의 매출이 뛰어오른다. 금연부터 시작해서 식스팩, 프리토킹, HSK나 JPT 등등. 펼쳐지는 신규 사업들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년회들. 그래서 1월 1일은 사람들의 의지가 가장 긍정적으로 발휘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 기운이 오래가지를 못한다. 귀찮음 따위 날려버리고 우주 정복이라도 할 정도로 의욕 충만하던 사람들은 일주일만에 방전된다. 어릴 때 수영을 4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1월 신규회원 중 태반이 2월이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심각한 의지박약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들어갈 학과는 생각도 않고 목표대학부터 하늘 위로 잡아놓기 전까진.

작심삼일에 그치는 새해 각오 ©픽사베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욕심이 충족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루고 싶은 욕심은 쉬고 싶은 욕심 덕분에 흔들린다. 쉬고 싶은 욕심은 편한 길로 가려는 욕심을 불러일으켜 실수를 만든다. 우리는 너무 쉽게 거창한 공약을 내놓고 스스로 욕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늘 속상해한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어왔다.

어떻게 하면 끝까지 각오를 이어나갈 수 있는가. 그건 몇 년 동안 나를 붙잡고 늘어진 끈덕진 고민 중 하나였다. 쉽게 불타오르고 쉽게 사그라드는 ‘평범한 사람들’ 중에 내가 들어가는 것에 자괴감이 들면서도, 납득해버리는 그 이중적 감정들이 싫어서였다.

명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명언들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많다. 모든 글들이 모두 명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와중에 웃긴 건 서로 상반되는 명언들 또한 많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것은 모두 지방이다’라는 명언 저편에 ‘치킨은 진리다’라는 명언이 있으니 우리는 망설인다. ‘죽을 작정을 하면 못이룰 것이 없다’라는 말 저편에는 ‘체력 없이 외치는 목표는 구호밖에 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어서 이불에 눕게 된다. 종이의 앞면과 뒷면 같은 명언들을 우리는 전지전능한 것처럼 사이좋게 나란히 붙여놓고선, 각오를 다잡다가도 입맛대로 골라가면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에게서도 가끔씩 그런 면모가 보인다. 누구보다 야무진 나의 누나와,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대학 선배들에게서도 생각보다 그와 같은 망설임을 볼 수 있었다. 각오가 무너지는 것을 겁내지 않는 건지, 아니면 자제력 자체가 상대적으로 아주 좋은 건지 생각해봤지만 비슷했다. 고민은 그로부터 얼마 뒤 즈음에 풀린 것 같았다. 그들도 수많은 명언들을 골라잡아서 사용하고 있었고, 나와의 가시적 차이는 없었다. 차이점을 꼽자면,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결과가 아쉽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마이웨이를 걷는 사람들은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픽사베이

‘아쉬운가’라는 질문은 상투적이다. 임종을 앞둔 노인의 손에서만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주먹을 꽉 쥔 채 울음을 터트린 우리들은, 어쩌면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우는 것이어서, 아쉽냐는 물음에는 모두가 ‘예’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누군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아니오, 라고 대답하는 한편, 정말로 당당하게 네,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가 아쉬웠어도 최선을 다했다. 따라서 아무런 후회도 남지 않는다. 각오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면 피곤할 따름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다. 드물었지만 그런 사람들을 봤다. 허세가 있어도 같잖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신비한 사람들.

그들은 고집불통인 사람들이었다. 그게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 확신한다.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마이웨이를 몸소 제창하는 듯한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을 경멸했다. 자기 스스로에게 배신감이 들고 싶지 않고, 자기 스스로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물가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짖어대는 강아지처럼 멍청하게 거울과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주변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 참 다른 관점으로 이기적(利己的)인 사람들. 장기적으로 볼 때 그들은 승리자였다. 모든 일이 끝나고 찾아오는 허무함에 싸우는 게 아닌, 일단 자기부터 이기고 본 다음 할 일 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나는 안다. 내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목표를 희석시키는 공통점으로 묶여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제 이 말을 던진다. 각오는 질겨지지 않아도 된다. 명언은 골라잡아도 된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일로 만들고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만 다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이기적인 군상만 되면 된다. 신년 목표만큼 이 또한 쉽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함으로 가는 길일 것이며, 자애(自愛)로 넘어가는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신명관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 /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예정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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