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덴마크 검찰 “한국 가라” vs 정유라 “못간다” 샅바싸움

‘덴마크 검찰이 한국 특검으로부터 정유라씨 범죄인 인도요구서를 전달받음에 따라 정씨를 한국에 보내려는 검찰과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정씨간에 샅바싸움이 시작됐다’고 연합뉴스가 덴마크 발(發)로 전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검찰이 샅바싸움에서 기를 확 꺾어 하루빨리 송환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샅바싸움은 씨름에서 전초전 성격으로 샅바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됩니다. 샅바는 ‘넓적다리와 허리에 매어 상대의 손잡이로 쓰는 헝겊’으로 여기서 ‘샅’은 사타구니란 뜻의 샅이고,바는 밧줄을 뜻합니다.

샅에서 파생된 말이 제법 됩니다.

사태살은 ‘샅의 살’에서 온 말이고 아롱사태는 ‘아롱대는+사태’의 준말입니다. 소고기의 꽃으로 불리는 아롱사태는 뒷다리 안쪽(사타구니쪽) 특수부위로 한마리에 600~700g밖에 나오질 않아 맛도 맛이지만 희소성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사태 근육의 모양새’가 눈에 아롱거릴 정도로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말입니다.

샅이 들어간 옛말로 골목을 뜻하는 고샅이 있습니다.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또는 골목 사이 @좁은 골짜기의 사이 @사타구니(비유적으로)를 이릅니다. 골(谷)+샅에서 ㄹ이 탈락됐다는 게 정설이죠.‘샅샅이 뒤지다’할 때의 샅샅이 역시 고샅의 ‘샅’과 같다고 보여지고...

그렇다면 샅은?

샅은 두 다리의 사이나 두 물건의 틈(사전적 풀이=사이+ㅌ)입니다. 사이가 터진 곳, 단순히 갈라진 것이 아니고 갈라지고 터진 곳(생식기와 항문)이라는 의미가 섞인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갈라졌다는 의미의 단어로 ‘가랑이’라는 표현이 있고 겨드랑이를 샅이라고 하지 않듯이…

여기에 사타구니(샅+아구니)의 아구니가 아구(입이 큰 물고기) 아가리(입의 속칭)를 뜻해 ‘갈라지고 터진 곳’과 '출입(아구)'이라는 의미까지 담긴 중복합어로 해석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조상들의 조어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손샅’에서 보듯 갈라졌으되 터지지 않은 부위를 지칭할 때도 ‘샅’이 쓰인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집니다만, 말의 진화가 의미승계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선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동이는 봅니다.

영어로 ‘Thigh Gap’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허벅지 사이 틈’ 정도 됩니다. ‘Thigh Gap’은 너무 말라서 두발을 붙이고 섰을 때 허벅지가 닿지 않는 몸매를 일컫는 말로 마른 몸매를 꿈꾸는 여성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완벽한 몸매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샅과 이웃사촌쯤 되는 셈이죠.

잠시 갓길로 갔습니다만,동이는 ‘구석구석’이라는 말 역시 샅에서 왔다고 추정합니다. 구석은 @모퉁이의 안쪽 @마음이나 사물의 한 부분 @잘 드러나지 않는 치우친 곳을 이릅니다. 흔히 그렇듯 사전적 의미 중 처음 나오는 것이 본래 뜻이고 다음이 확장적 의미죠. 모퉁이 안쪽이 구석이니 구석구석(구석+구석)은 잘 드러나지 않는 '모퉁이 같은 곳들'이라는 복수의미을 지닙니다.

고샅>구섵>구석의 진화 흐름대로 ‘고샅고샅’이 ‘구섵구섵’을 거쳐 ‘구석구석’으로 변화됐다고 봅니다. 고샅고샅>구섵구섵으로 바뀌는 현상은 중세국어(15세기 국어)에서 비교적 잘 나타납니다. 퐁당퐁당>풍덩풍덩(의성어)처럼~

‘샅’이 ‘섵’ ‘석’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샅샅이 뒤지다’에서 보듯 샅도 여전히 살아있는 우리말입니다. 분화하면서 토종은 토종대로 생명력을 이어온 겁니다.

덴마크 검찰과 정유라가 한창 샅바싸움 중이라는 소식에 떠올려본 ‘샅’과 관련된 우리말 단상입니다.

특검이든, 탄핵심판이든 샅바싸움에서부터 게이트 당사자들의 기를 확 꺾어야겠습니다.구석구석에 스며든 최순실 국정농단의 폐해와 잔재를 청산하고 하루속히 국가개조 사업에 착수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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