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닭띠 새해인데 독자들에게 덕담 대신 거미줄 이야기부터 하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동안 페북에는 바퀴벌레 이야기를 썼다. 사실 이런 벌레들 이야기를 필자도 쓰고 싶지 않으나 그날이 올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

거미줄(spider web)은 거미가 알을 낳아 키우고 먹이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만든 촘촘한 그물집이다. 1억4000만년 전부터 존재해왔는데, 이는 잉글랜드의 서섹스에서 발견된 것을 추정한 것이다. 거미줄은 통상 5개로 구성된다. 가장 중심이 되는 바퀴통(hub)은 주변으로 원을 형성하게 하는 명주실이고 고정점(anchor point)은 거미가 거미줄을 지지하려고 나무나 벽 등에 실을 붙이는 곳이다. 방사실은 고정점에서 바퀴통까지 잇는 줄이고 나선실은 방사실과 이어져 원을 형성하는 명주실이다. 지지실은 마지막 나선실과 고정점 사이에 있는 방사실의 끝 부분이다. 그런데 모든 거미가 이런 거미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몸에 6개의 돌기가 있는 여섯뿔가시거미는 특이하게도 거미줄 방울(bola)을 들고 채찍처럼 휘두르며 사냥을 한다. 남미 원주민이 끈 양쪽 끝에 묵직한 돌을 달아 사냥하는 것과 흡사해서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픽사베이

거미 공화국

이렇게 거미 자료를 찾아 늘어놓는 이유는 요즘 각종 검사와 언론취재, 예산 전문가 등을 통해 드러나는 박근혜-최순실 권력의 촘촘한 연결과 그들의 의도, 행태가 마치 거대한 거미줄 같기 때문이다. 바퀴통(Hub)은 이미 죽은 최태민, 고정점은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사냥감을 몰아준 재벌, 방사실은 청와대와 정부를 잇는 고위관료, 그리고 지지실은 권력 말단에서 일을 대행한 차은택, 정호성 같다.

이렇듯 5개의 치밀한 구성 그리고 그들만의 알을 낳고 사냥을 하려는 의도, 수십 년에 걸친 오래된 역사, 게다가 거미줄만 치고 기다린 것이 아니라 여섯뿔가시 거미처럼 적극적으로 거미줄을 휘둘러 사냥을 하는 모습까지 거미 생태계와 얼마나 닮았는지 당황스러울 정도다!

이들은 거미를 그들의 상징 신(God)으로 모셔도 좋을 것 같다. 캐고 또 캐도 거미줄이 또 연결되어 나온다. 온 나라가 거미줄이다. 울트라 스파이더 코리안 파워 & 머니 웹이다. 인터넷 웹은 인간을 소통하게 만들었는데 이 웹은 도대체가 불통에서부터 시작해 “모른다”, “말할 수 없다” 먹통으로 일관한다.

이 거미줄을 구원과 동시에 파멸의 뜻으로 쓴 작품이 있다. 일본의 아동문학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1918년에 발표한 <거미줄(蜘蛛の糸)>이다. 악인 간타타는 이승에서 극악한 죄를 짓고 저승의 피 웅덩이 지옥에 떨어진다. 이를 본 극락계의 석가모니는 그래도 간타타가 생전에 단 한번 거미를 살려줬다는 것을 이유로 자비심을 발해 지옥으로 구원의 거미줄을 내려준다. 간다타는 이 거미줄로 지옥을 벗어나 극락으로 가는 기회를 잡지만, 자신이 타고 올라온 거미줄 아래를 살피다가 다른 피 웅덩이 죄수들이 밑에서 타고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자기만 살겠다고 큰 소리를 지른다. 결국 거미줄이 끊어져 간다타도 다시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악인의 이기심은 자비심으로도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청와대, 포커스뉴스

끝나지 않을 스토리, 끝장내야 할 히스토리

악인의 거미줄! 큰 거미줄만 파악하는데도 청와대, 정부, 재벌, 대학교 등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실제 새끼 거미줄과 새끼 거미들은 그 몇 배일 것이다. 거미줄에 낳은 알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거미줄이 나올지 지금으로서는 가늠도 할 수 없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 거미줄 스토리에 이어 또 하나의 끝나지 않을 스토리 같다.

그래서 이번만은 이 거미줄을 끝장내자고 3개월 동안 천만 명이 광장으로 나갔다. 그 천만 명은 이대로는 도저히 나라를 사랑할 수 없고, 이 나라는 1%의 거미 공화국이 아니며 또한 후손들에게 차마 이런 거미줄 나라를 물려줄 수가 없어서 나간 사람들이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민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들은 사람의 상식을 갖지 못한 거미급 양심들이다. 그러니 그렇게 말한 거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거미들이 거미줄에 숨어서 포식하는 동안에 이들 상식인들은 도대체 누가 자신들의 붉은 피를 빨아먹고 있는지 몰랐다. 피가 빨리는 것도 모르고 아파하고 있었다. 이들이 위임한 권력으로 정치하는 자들, 검찰하는 자들, 학문한다는 자들, 정보와 민정을 살핀다는 자들, 언론한다는 자들이 서로 거미줄에 숨어 침묵하고 직무유기하고 심지어는 국민주권을 대상으로 반역의 거미줄을 늘려가며 쳤다. 문화예술 쪽에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블랙리스트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독재시대와 정치계 살생부는 있었어도 민주시대 문화예술 쪽에 이런 리스트가 있던 적은 없었다.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면 반대편에는 화이트 리스트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기득권에 순응하고 주권에 반역하여 특혜를 받은 흰색 거미줄 리스트 말이다. 이제 와서 그들은 톱에서 내려온 권력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기름장어 변명을 한다.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든다.

©포커스뉴스

파멸의 거미줄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페북을 보던 중 눈길 끄는 소식이 있었다. 가족 역사와 이야기를 보존하고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든 스타트업 ‘루트 앤 트리’의 모바일 앱이 올린 스토리펀딩 내용이다. 읽어보니 항일 독립운동가들 글이 현재 7화째 실리고 있었다. 순국선열의 스토리를 앱에 올리는 자금 마련을 위해 스토리펀딩 중인데 30여일간 1500만원이 모였다.

거기 실린, 독립 운동가들이 있었기에 한국은 역사와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다. 당시 아시아 최강 권력이었던 일제 군국주의의 압력에도 온몸을 던져 독립을 추진한 이들을 보고도 과연 화이트 리스트 거미들이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본 페북 뉴스피드에서 또 하나 주목한 지점은 펀딩 액수이다. 1500만원이라는 금액은 이 펀딩의 성격과 다른 때 펀딩 금액을 보면 꽤 저조한데 이유가 바로 작년 말 큰 거미들 사태 후유증이라니 안타깝다.

이뿐이 아니다. 미르, K스포츠 재단이 관계된 예산안도 이른바 VIP예산으로 편성되어 속속 시행 준비 중이라는데 그 예산은 원래 민생으로 갈 것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인데도 기업 협찬이 끊겼고 공연과 출판, 강연 시장 등은 고사 직전이다. 여기저기서 거미들한테 피 빨리는 이런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거미줄을 빨리 걷어치우지 않으면 민생이 침몰할 것이니 특검, 헌재, 국회 등은 속도를 10배 높이길 바란다. 새해에는 어떻게든 파멸의 거미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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