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기름장어’ ‘법꾸라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선 관련뉴스에 감초처럼 붙어다니는 표현들입니다. 기름장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법꾸라지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게 따라 다닙니다.

반 전 총장은 예민한 질문을 잘 피해나간다고 해서 기름장어란 닉네임을, 김 전 실장 등은 법을 잘 알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고 해서 법꾸라지란 별칭을 얻었습니다.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든 탓인지… 언론은 듣기에 썩 좋지 않은 수식어들을 이들에게 선사했습니다.

반 전 총장에게 붙은 기름장어(油鰻, Slippery Eel)란 별명은 총장 당선 이후 외신에 소개됐죠. 외교관 시절부터 민감한 질문에 잘도 빠져나갔던 모양입니다.

법꾸라지 조 장관과 김 전 실장은 마침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됐습니다

'법꾸라지'는 미꾸라지에 ‘법(法)’을 붙인 신조어입니다.

미꾸라지는 ‘밑이 구리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미꾸라지는 들이마신 공기를 항문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방귀를 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잖은 양반은 먹지 않아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잡았다”(밑구리 설)

그러나 '밑구리'보다는 ‘미끌미끌하다’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게 통설입니다.

“미꾸라지(미꿀+아지)의 어근은 미꿀이고 아지는 접미사. 고어는 뮛구리(鰍)로 믜는 믇>믈>믈이>므의>믜로 변화됐다.”(서정범/국어어원사전)

매끌>매끈으로도 분화하면서 미끌미끌>미끈미끈, 매끌매끌>매끈매끈으로도 쓰였습니다. ‘미끈한’ ‘매끈한’도 연장선상에 있죠.

미꾸라지의 ‘미’는 물(水)의 고어로 ‘미나리(물에서 나는 식물)’에 흔적이 있습니다. 미가 믈>물>무로 진화됐다고 학자들은 봅니다. 물더위>무더위, 물좀>무좀이 대표사례입니다.

무좀이 ‘물에 사는 벌레(좀)’인 걸 보면 현미경조차 없던 시절 조상의 조어력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미’는 일본으로 건너가 미즈(水)가 됐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무좀의 일본어 미즈무시(水虫)가 벌레를 뜻해 무좀이나 미즈무시나 의미가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어 속의 우리말이라 할 만하죠.

‘물’은 다시 ‘말’로도 갑니다. ‘말랐다’는 말+앗다(물기가 빠지다)는 뜻이며 ‘목이 마르다’의 ‘마르다’도 ‘말았다’와 같고 ‘씨가 말랐다’고 할 때의 ‘말랐다’ 역시 같습니다. ‘성마른’이나 ‘메마른’이란 표현도 ‘마른’의 범주에 듭니다.

밥을 ‘물에 만다’고 할 때의 ‘만다’ ‘말다’나 말랑말랑, 물렁물렁, 물컹물컹, 몰캉몰캉의 ‘말’ ‘물’ ‘몰’ 역시 물기를 뜻합니다. 수분이 많은 채소로 무가 있습니다. 지방에 따라 무수, 무시라고도 부릅니다. 물이 많아 ‘무’로 불렸고 무시>무스>무수>무우>무로 진화됐습니다.

무로 만드는 단무지(단+무+지)의 ‘단’은 ‘달다’의 뜻이고 ‘지’는 담근 것을 뜻합니다. 오이지(오이를 소금물에 담근 것) 짠지(무를 소금물에 담근 것)의 ‘지’나 김치 짱아치의 ‘치’나 사촌지간입니다. 다 '물'이라는 어미(母語)에서 새끼친 말들입니다.

이제 ‘법꾸라지 하나 추가요!’해야겠습니다.

법꾸라지나 기름장어나 미끌미끌해서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전엔 추어탕을 끓일 때 호박잎(뒷면의 까칠한 털)으로 움켜잡고 미끌미끌함을 먼저 없앴습니다.

근래 ‘법꾸라지’란 별칭을 달고 다니는 이들.한때 나라를 호령하고 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인사들입니다. 이들이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불법과 탈법, 편법으로 국정농단에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만큼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까칠까칠하게 ‘호박잎 특검’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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