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솎아보기]혐의·증거 보충, 국정농단 수사 본류로 돌아가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검이 뇌물 공여 혐의를 입증하지 못함에 따라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도 미흡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순실씨 측에 금전적 지원을 한 것은 맞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삼성 측 항변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의 돈을 뇌물로 볼 수 있을지는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박근혜-최순실 사이에 ‘경영권 승계 도움’과 ‘금전적 지원’을 연결고리로 박 대통령 뇌물 혐의를 입증하려던 특검 전략에 흠집이 생겼다. 다만 영장 기각이 수사의 본질에 대한 최종 평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바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신문 사설들은 “특검은 영장 기각을 계기로 전반적인 수사 방향을 ‘기업 특검’에서 원래 본류(本流)인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쪽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조선일보: 특검, 국정 농단 本流 수사로 돌아가라

조선일보는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검이 뇌물 공여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들은 그동안 ‘(뇌물 공여 혐의) 입증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호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은 줄곧 있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다 끝난 다음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면담이 있었고 그 뒤에 삼성의 승마 지원이 있었다. 합병 대가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이라는 정황이 짙다. 특검이 미리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뇌물 수수’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꿰맞춰 온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법치주의 지켜낸 법원의 이재용 영장 기각 존중해야

중앙일보 역시 “특검이 법리보다 정서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은 영장 청구를 하면서 ‘영장 내용을 보면 기절할 수준’ 등 법원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경제보다 정의’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뇌물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이 부회장을 단죄하는 게 마치 정의인 양 하는 여론몰이식 수사는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특검이 ‘흔들림 없는’ 수사를 다짐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영장 기각을 전반적인 수사 방향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삼성도 ‘영장 기각=면죄부’로 오해해선 안 된다. 이번 사태로 초래된 경영 혼란부터 시급히 정리하고 이미 큰 상처가 난 브랜드 이미지도 하루빨리 수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특검은 국정농단에 주력하길

동아일보는 “검찰 수사를 이어받은 특검이 한발이라도 더 나갔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가장 집중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다. 그러나 특검은 검찰이 권력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삼성이 냈다고 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까지 뇌물로 봤다. 지나친 뇌물죄 확대 적용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특검은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강요에 의해 774억원을 출연한 기업들에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목적이 정해진 한시적인 특검 수사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파헤치는 데서 벗어나 광범위한 부패 혐의 수사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이재용 영장 기각에도 특검 수사 흔들림 없어야

한국일보는 “특검팀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무너진 법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추가 수사에서는 혐의와 증거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 앞으로도 국민적 성원을 바탕으로 심기일전해 엄정한 수사를 이어 가되, 철저히 법 원칙에 의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신문 20일 사설>

▲ 경향신문 = 납득할 수 없는 이재용 영장 기각 / 세월호 공격 관제데모 조종한 조윤선의 패륜 / 청년희망펀드는 제2의 미르재단이었나

▲ 중앙일보 = 경제 망치고 안보 허물 포퓰리즘 공약 거둬라 / 법치주의 지켜낸 법원의 이재용 영장 기각 / 트럼프발 환율 먹구름…외환 방파제 이상 없나

▲ 동아일보 = 美 ‘트럼프 제국’의 개막… 선장 없이 표류하는 대한민국號 / “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특검은 국정농단에 주력하길

▲ 국민일보 =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 수사 결코 위축돼선 안 된다 / 대선 주자답지 않은 반기문 행보 / ‘가짜 뉴스’ 판치지 못하게 강력 대처해야

▲ 서울신문 =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과 삼성의 숙제 / 변칙의 트럼프 시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 일자리 늘리려면 노동개혁 외면해선 안 돼

▲ 세계일보 = '트럼프 리스크', 포퓰리즘으로 막을 수 있겠나 / 이재용 영장 앞에 멈춰선 특검의 기업 수사 / 시진핑, 자유무역 외치기 앞서 사드 보복 돌아봐야

▲ 조선일보 = 특검, 국정 농단 本流 수사로 돌아가라 / 무죄 확정 아닌 삼성, 大衆 반감 뿌리 살피길 / 朴 대통령 왜 차명폰 갖고 있나

▲ 한겨레 = 삼성 앞에 멈춘 법원, 더 힘내야 할 특검 / 단식 유족 옆 '폭식 투쟁'도 김기춘-조윤선 지시였나 / 서민 생활 옥죄는 생필품 '편승 인상'

▲ 한국일보 = 이재용 영장 기각에도 특검 수사 흔들림 없어야 / 美 트럼프정부 출범, 많은 우려를 소통으로 헤쳐 나가길 / 새누리 인적 청산 용두사미 될라

▲ 매일경제 = 법원의 냉철한 판단을 존중한다 / 성장과 일자리 기치 높이는 트럼프 시대 / 대선주자들의 국방의무 票퓰리즘을 경계한다

▲ 한국경제 = 기업가정신, 미국ㆍ일본은 날고 한국은 기고 / 특검은 '법치' 아닌 '정치'한다는 의구심 불식시켜야 / 외국인에 문 더 여는 美ㆍ日, 저출산 인식 바꿔야 [오피니언타임스=박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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