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얼마 전 CNN방송은 주한미군 가족 수십명이 짐을 싸든 채 커다란 치누크헬기에 오르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 방송은 ‘김정은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헬기와 수송기를 동원해 4박5일에 걸쳐 서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가족을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시키는 훈련과정을 소개했다. 비전투원 대피훈련이지만 참가자들을 실제 한반도 밖 주일 미군기지까지 이동시킨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부터 ‘미군이 어린아이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면 전쟁이 임박했다는 걸 의미한다’는 얘기가 있었던 터라 필자에겐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북한 김정은은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거의 완성했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공격 등 유사시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커레이저스 채널’ 훈련을 지난해 11월7일 실시하고 있다. ©미 8군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제네바협정을 어기고 1990년대 초부터 핵을 개발해 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가 피폐해지고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는 도저히 남한을 상대할 수 없으니 체제 보호를 위해 핵 개발에 나선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도 단거리에 이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성공하고 ICBM의 시험발사마저 계획 중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역이 북핵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북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지난해 배치하기로 한 것이 사드(thaad)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지만 사드가 배치돼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백하다.

사드는 사정거리 안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서 그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과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사드가 커버할 수 없는 지역은 다른 요격미사일을 배치하여 방어하게 된다.

미국 국민들은 자기의 자식들(주한 미군)이 북한 미사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한 미군에 사드는 필수불가결하다.

만일 새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약속을 파기한다면? 한미간 신뢰는 깨지고 한미동맹은 악화될 것이다. 미군의 한국주둔이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주한 미 지상군을 철수시킬 것이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해군과 공군으로 도와줄 것이니 지상전은 한국군이 맡으라고 할지 모른다. 약화된 동맹관계와 미 지상군이 없는 상태는 그 반대인 경우와 비교해 천양지차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론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중국의 반대가 점점 드세지고 있다. 최근들어 화장품 수입금지와 관광객의 송출 억제 등 경제적 보복에 더해 중국 전폭기들이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까지 침범해가며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보복과 위협은 다방면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난해 7월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사드배치 지지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사드 배치에 찬성하며 손 피켓을 들고 있다.(위) 지난해 8월 경북 김천종합운동장에서 김천시민 1만명이 참가한 ‘사드배치 반대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포커스뉴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중국이 어떠한 보복을 가해와도 안보주권을 절대로 포기해선 안된다. 중국에 굴복해서 사드를 포기하게 되면 이것이 하나의 선례가 되어 앞으로 중국은 사사건건 간섭하려 들 것이다.

야당은 사드 배치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리고 국회동의를 받으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1월 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에 가서 사드배치에 대해 국회심의를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한미 정부간에 약속한 것을 야당의원들이 다시 협의하자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무기를 배치하는 데 국회동의를 받아야하는가? 선례가 있는가?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현재도 준 전시상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북한은 중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만일 안보에 관련된 중대사태가 발생할 때 한국은 미국 편을 들어야 하는가, 중국에 기대야 하는가. 대답은 명약관화하다.

적어도 국가안보에 관한한 여야가 똘똘 뭉쳐 대응해야 한다. 중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은 한미간 신뢰관계 훼손과 한미동맹 약화, 주한미군 철수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안보불안에 빠지고 사회불안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공갈협박을 하면 외국인들은 더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의 외국자본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게 분명하다. 외국 관광객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한국경제는?

사드 배치는 뒤집을 수 없다. 중국은 자신들의 레이더로 한국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보고 있으면서, 그리고 미사일로 우리나라 전체를 사정거리 안에 두면서, 왜 미국이 사드를 북핵에 대한 방어용 무기로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에 대해 한국에만 압박을 가하는가?

최근 김관진 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 트럼프행정부 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나 사드 배치를 재확인했다. 보수신문이라는 모 일간지는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김정은의 핵 협박,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로 인한 일본과의 갈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밀려올 경제·안보 등 다방면에 걸친 파고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정부 국방장관 내정자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진단하고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문제와도 겹쳐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한국 정부 수립 후 1950년의 한국전쟁, 1998년의 IMF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수년전 미8군이 주관한 저녁모임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오늘 밤 전쟁이 나면 나는 뛰쳐나가 싸울 것이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정치권은 물론, 우리 국민들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최순실 게이트에 정신이 팔려 안보상황에 너무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게 아닌가?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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