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서울동부지법 문유석 부장판사의 글이 화제입니다.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 미모의 직원 집에 데려다 준다고 나서지 마라. 요즘 카카오택시 잘만 온다. 아직 아무 것도 망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하려면 이미 뭔가를 망치고 있는 이들에게 해라.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중앙일보: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

‘문장 하나 하나가 속이 후련하다!’ ‘사이다다!’ SNS에 쏟아진 찬사들입니다.

꼰~대는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로 발음에서부터 화자(話者)가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합니다.

‘꼰대질’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 그러니까 꼰대는 그러한 행위를 하는 이, 부연하면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옳다고 확신하는 아저씨나 훈장같은 선생, 고집불통의 어르신을 통칭합니다.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한편으론 ‘내가 왕년에~’ ‘니가 뭘 안다고?’ ‘우리 젊었을 땐!~’ 같은 표현을 즐겨쓰는 이들입니다.

이 ‘재미진’ 표현의 주인공 꼰대의 어원과 관련해 학술적으로 정리된 바는 없습니다. 여러 설이 있습니다.

영남지방에서 번데기를 뜻하는 ‘꼰데기’가 꼰대로 바뀌었다는 ‘꼰데기설’이 그 중 하나입니다.번데기 주름과 나이먹은 어른들의 주름살이 비슷해서 꼰데기(번데기) → 꼰대로 됐다는 겁니다.

프랑스어 ‘콩테백작’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친일파들이 일제로부터 백작지위를 받고 당시 유행하던 콩테백작을 흉내내 스스로 콩테라 자랑하고 다녔는데, 백성들이 이를 비웃으며 꼰대라 해서 생겼다는 게 콩테 → 꼰대 설입니다.

과거 어르신의 애장품인 곰방대가 꼼방대 → 꼼대 → 꼰대로 됐다는 ‘곰방대설’도 있습니다. 동이는 담배나 곰방대 등과 관련된 여러 뜻이 어우러져 생긴 말로 추정해봅니다.

‘꼬나물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꼬나’의 ‘꼬’는 ‘새기를 꼬다’할 때의 ‘꼬’와 같고 ‘비비꼰다’ ‘새끼를 꼰다’할 때의 ‘꼰’과 뜻이 같다고 봅니다.

손새끼를 꼴 때의 동작과 담배피우는 모습을 주목해보죠. 새끼는 지푸라기 가닥들을 두개로 나눠 양손바닥에 놓고 손바닥을 비비며 꼬아 만듭니다. 흡연은 담배나 담뱃대를 입에 물고 연기를 빨아들인 뒤 내뱉는 과정에서 담배를 입에서 ‘떼었다 물었다’ 반복하는 데, 이때 손이 자연스럽게 반쯤 꼬이게 됩니다. 담배를 꼬나 무는 행위와 새끼꼬는 행위에 유사함이 있습니다.

‘비비꼰다’ ‘몸을 꼬다’ ‘몸을 비비꼬다’도 유사한 동작입니다. 눈을 모로 뜨고 비딱하게 쳐다보는 ‘꼬나보다’의 ‘꼬나’ 역시 동일계열의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꼰대의 ‘대’는?
‘대’에는 ‘어른’ ‘큰 사람’ ‘윗 사람’이란 뜻이 있습니다. 속어 ‘대빵’의 ‘대’와 같습니다. 장시호가 비선실세 이모 최순실을 대빵이라 불렀듯이… 꼰대와 대빵은 시대적으로 동행해왔습니다.

요약하자면 곰방대 대빵 ‘곰방대를 꼬나 문 어른’'비비꼬인 성정'이라는 뜻들이 녹여져 꼰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성된 게 아닌가 합니다. 

요즘도 담배 꼬나문 청소년들을 훈계하려던 어른들이 폭행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담배 피우다 걸리면 곰방대로 머리통을 맞았던 때가 엊그제인데… 그만큼 세상이 험해진 겁니다.

문유석 판사의 ‘사이다 글’로 폭풍관심을 받게 된 꼰대! 꼰대질!
늙꼰(늙은 꼰대)에서 젊꼰(젊은 꼰대) 굉꼰(굉장한 꼰대) 여꼰(여자 꼰대)으로 빠르게 영토확장 중입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맞고 검찰수사는 틀렸다…’는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굉꼰’ ‘여꼰’의 선두주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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