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의 아하!]

한국은 가히 성형 천국이다. 서울 신사동에 가보면 성형외과 병원 간판이 건물 밖에 그야말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성형하는 이들이 그렇게도 많다는 뜻이다. 이제는 성형을 한 사람이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학생들도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졸업 선물이 성형을 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더구나 이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까지 한국에 와서 성형을 하고 간다니 가히 한국이 성형 천국, 성형 선진국임에 틀림이 없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밝혀진 것은 성형이 코나 눈이나 얼굴모양, 가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톡스, 필러는 기본이고 마늘주사, 백옥주사, 태반주사, 심지어 얼굴에 금실을 박는 것도 성형이나 미용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가히 기상천외한 이야기다.

지난 12월14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3차 청문회에 참석한 김영재 원장이 의원들에게 전달 받은 박근혜 대통령 성형시술 의혹 관련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 맹자(孟子)에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무명지가 꼬부라져 펴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무명지(無名指)’라면 엄지에서 넷째 손가락, 새끼손가락 옆의 손가락으로, 문자 그대로 ‘이름 없음’이 바로 그 이름이다. 손가락 중에서 가장 쓰임새가 적은 손가락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름이 없는 모양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약손가락’ 혹은 ‘구스리유비(藥指)’라 하기도 하는데, 한약을 다려서 찍어 먹을 때나 쓰는 손가락이란 뜻인가? 서양에서도 ‘반지 손가락’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아마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반지 끼는 역할이라도 하라고 그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무명지가 꼬부라진 사람은 그것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데 크게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디에 손가락 펴 주는 용한 의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는 ‘진나라에서 초나라 가는 길만큼 먼 길을 멀다 하지 않고’ 찾아갔다는 것이다.

맹자는 여기에 대해 “손가락이 남과 같지 않으면 그것을 싫어할 줄 아는데, 그 마음이 남과 같지 않으면 그것을 싫어할 줄 모른다. 이를 일컬어 ‘부지류(不知類)’라고 한다”고 하였다. 부지류를 우리말로 고치면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에 쉬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다. 염통에 쉬슨다는 것은 심장이 파리가 알을 깔 정도로 썩는다는 것이니, 당장 손톱 밑에 가시가 들어 아픈 것은 알지만, 심장이 썩어 무너지는 것은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한지를 모르고 하찮은 것에만 매달리는 가치관의 전도나 우선순위의 혼란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우리 주위에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혼란과 무질서와 부정부패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맹자에 의하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가 우리의 ‘본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맹자는 우리의 혼란과 무질서와 부정부패가 ‘본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온다고 봤다. 정치 지도자 중 자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픽사베이

‘본마음’이란 무엇인가? 맹자는 그것이 남의 아픔을 보고 ‘차마 견딜 수 없어 하는’ 불인(不忍)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같이 아파함’이라는 뜻의 자비(com-passion)의 마음이다.

현실을 보라. 어디에 이런 마음의 흔적이라도 있는가? 지금 이른바 정치 지도자들이 정말로 가난한 자, 억눌린 자, 억울한 자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고 함께 아파하고 신음하려는 사람들인가? 아니, 우리들 자신은?

맹자는 부르짖었다. “사람이 본마음을 잃고도 찾으려 하지 않으니, 아 슬프다. 닭이나 개가 집을 나가면 찾아 나설 줄은 아는데, 자기 마음이 나가 버리면 찾을 줄을 모른다. 배움의 길이 그 나가 버린 본마음을 찾는 것 이외에 무엇이겠는가?”

쌍꺼풀을 하고 코를 높이고 가슴을 크게 하고… 이렇게 겉모양을 가다듬는 것,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그 자체를 두고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몇백명이 물속에 잠기고 있는 시간에 겉모양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면 그것이 문제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겉모양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지도자를 가져 보았다. 이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분을 뽑는데 그의 외형이나 이미지와 상관이 없이 국민들을 위한다는 일념에 투철한 분, 진정으로 의식 심저에 자리 잡은 본마음을 찾은 이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하겠다. 이런 지도자는 스스로도 본마음을 찾을 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본마음을 찾으려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도 마음을 쓸 수 있는 분이어야 하겠다. 본마음을 찾으려는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주위는 그만큼 더 맑고 더 따뜻해지겠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에 새 역사가 열리게 되기 빌어본다. [오피니언타임스=오강남]

 오강남

서울대 종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캐나다 맥매스터대 종교학 Ph.D.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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