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뉴욕타임스가 만평을 통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또 풍자했습니다.
‘Heng on the South Korean Scandal’이라는 제목의 만평에서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비유되는 앵벌이 원숭이'의 조련사로 표현했습니다.

최순실이 ‘정치’라고 쓰인 음악상자를 돌리고  원숭이가 고깔모자를 쓴 채 재벌 앞에서 깡통을 들고 앵벌이하는 모습입니다. 재벌은 원숭이가 든 깡통에 돈을 넣어주고…

만평은 “박근혜 대통령의 절친인 최순실이 법적으로 처벌된다면 이는 한국이 벌이는 부패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지난번 ‘박근혜 로봇’의 머리 속에서 로봇을 조정하는 최순실을 묘사한 만평에 이어 2탄인 셈입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앵벌이의 사전적 풀이는 ‘불량배의 부림을 받는 어린이가 구걸이나 도둑질따위로 돈벌이하는 짓’입니다.

앵벌이의 말뿌리와 관련해선 여러 얘기가 인터넷 공간에 나돕니다.
“앵벌이는 ‘앵’에 동사 ‘벌다’와 접미사 ‘이’가 결합된 것.벌다가 타동사이니 그 앞에 목적어가 결합돼야 하고 앵벌이는 돈벌이이므로 ‘앵’은 돈과 관련이 있다.일본어 ‘엔’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일본 화폐 ‘엔’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주장의 글입니다.

‘앵앵거리며 벌떼처럼’ 다니면서 구걸하는 행위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앵앵거리다’ ‘벌떼처럼 벌다’에서 ‘앵’과 ‘벌’을 각각 차용했다는 겁니다.

‘안기다’의 사투리 ‘앵기다’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물건을 ‘앵겨 팔아’ 돈을 번다해서 앵벌이가 됐다는…

다 그럴듯합니다.

동이생각은 다릅니다. 앵벌이의 벌이가 번다는 뜻이지만 ‘앵’이 일본화폐 엔화에서 왔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엔화보다 더 국제화된 달러가 있는데 굳이 엔을 차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린이가 구걸~등의 방법'으로 돈벌이한다는 데 주목합니다. 앵벌이의 ‘앵’이 어린이와 직접 연관됐을 거란 점에서 그렇습니다. ‘앵’이 의성어인 어린아이 울음소리 “앵~”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입니다.

육교나 지하도에서 애를 업은 채 구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앵~’하고 울기도 하죠. 요즘엔 보기 어렵지만 껌사달라고 조르는 꼬마애들도 한세대 전엔 흔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앵’하고 우는 것을,혹은 울게 하는 것을 상술에 이용한 데서 앵벌이란 말이 생겼고 그 뒤 구걸 상행위나 구걸행각을 뜻하는 일반어로 확장됐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선 한 시대의 편린이 담긴 말입니다.

길거리에서도 보기 어려워진 앵벌이가 최순실 사태로 국제적으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목줄이 달린 채 최순실에게 끌려다니는 '앵벌이 원숭이'가  대통령을 지칭하는 듯해 보기에도 참담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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