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린의 작은 음악상자]

얼마 전 유행했던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아름다운 작화와 유명한 감독, 감동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유독 인기를 끈 것은 영화 OST였다. 삽입곡이 인기를 얻다 보니 공공장소에서 일본 노래를 틀거나 부르지 않았던 암묵적인 룰이 깨지고, 대형 서점의 음반 코너에서 OST인 ‘前前前生(전전전생)’, ‘何でもないや(아무것도 아니야)’가 들리곤 했다. 노래방 인기 차트에도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는데, 이런 곡들을 부른 것이 오늘 소개할 RADWIMPS(래드윔프스)이다.

래드윔프스, 일본 록 밴드 ©J-박스 엔터테인먼트

래드윔프스는 일본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4인조 그룹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14년차 장수 밴드이기도 하다. 보컬 겸 기타를 맡고 있는 노다 요지로는 작곡과 작사를 겸할 정도로 재능 있는 뮤지션이다.

래드윔프스 곡들은 단연 창의성이 돋보인다. 대부분 일본 특유의 감성을 담고 있어 몽환적이고 서정적이다. 그런데 가끔씩 광기를 담은 듯한 선정적인 내용의 노래를 선보인다. 심지어 염세적인 주제나 종교비판적 내용도 노래의 바탕이 되는 경우가 있다.

래드윔프스는 한국인에게 다소 난해하거나 부담스러운 주제를 그들만의 창의성으로 녹여내 중독성있는 곡을 만든다. 연인 관계를 최대공약수라는 수학적 개념에 빗댄 ‘最大公約数(최대공약수)’, 자신이 일본의 총리대신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담은 ‘マニフェスト(매니페스토)’, 임신한 아내를 보며 뱃속 아기를 질투하는 내용의 ‘Tummy(터미)’ 등은 대중적인 멜로디와 독특한 주제가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君が8なら 僕は2になる 僕が10なら 君は5になる
君+僕はなんだろう 僕-君はなんだろう
네가 8이라면 나는 2가 될게, 내가 10이라면 너는 5가 돼.
[너+나]는 뭘까? [나-너]는 뭘까?
‘최대공약수’ 가사 일부

僕が総理大臣になったら たとえいくら無駄と言われようが
君の家まで電車を走らせよ 終点は僕の家までにしよう
その代わと言っては何だけど 
日本国民一人一人の一番大切なひと一人の 誕生日を休みにしてあげよう
내가 총리대신이 된다면 아무리 말도 안 된다고 해도
네 집까지 전차를 달리게 할 거야 종점은 우리 집까지 하고
그 대신이라기는 좀 그렇지만
일본 국민 한 명 한 명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의 생일을 휴일로 해 줄게
‘매니페스토’ 가사 일부

今から宣戦布告 二人の子供にきっと僕 嫉妬すんだよ
きっとそうだよ あぁ もう想像つく
君と血が繋がっているなんて なんて羨ましいやつだって
おとな気なんてこれっぽっちもなく 耐えられなくなって頬を濡らす
지금부터 선전포고, 두 사람의 아이에게 나는 분명 질투할 거야
분명 그럴 거야 아아, 벌써 상상해
“너와 피가 이어져 있다니 얼마나 부러운 녀석이야” 라면서
어른스러움은 이만큼도 없이 참을 수 없어서 (눈물로) 볼을 적셔
‘터미’ 가사 일부

가끔씩 그들은 너무나 실험적인 곡을 내놓기도 한다. ‘独白(독백)’은 밴드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느껴온 점들과 멤버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사를 7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실제 독백으로 녹음한 곡이다. 단순히 박자만 맞춰진 반주에, 중간중간 삽입된 후렴구 말고는 멜로디를 찾아볼 수 없다.

‘寿限夢(수한몽)’이라는 곡도 독특하다. 일본 수험생 암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 노래는 작사가 노다 요지로의 비상한 언어 능력을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우리가 ‘수헬리베 붕탄질산…’으로 외우는 주기율표부터, 근의공식과 일본 동사의 변화 공식 같은 내용을 말장난으로 풀어내 가사로 만든 것이다. 실제 시험에 도움이 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메이저 밴드 치고 매우 기이한 곡을 만든 것임에는 틀림없다.

初めての給料は振り込まれるって、作り立てのカードもって新横浜のコンビニに四人で行った。
ドキドキしながらATMをぐるっと囲んで、入金を確認するとおもわず店んなかでバンザイして叫んだんだ。1万5千円だったけど、初めて認められた気がした。
처음으로 급료가 들어온다고 해서 갓 만든 카드를 들고 신요코하마의 편의점에 넷이서 갔었다. 두근거리며 ATM을 둘러싸고, 입금을 확인하고선 무심코 가게 안에서 만세를 부르며 소리를 질렀었다. 만오천엔(약 15만원)이었지만, 처음으로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독백’ 가사 중 일부

래드윔프스 공식앨범에 수록된 수한몽 가사. 독특한 주제와 형식이 눈길을 끈다.

水兵リーベ僕の船 名前があるんだけど内緒
(H He Li Be B C N O F Ne Na Mg Al D Ke° N I So)
해군 연인 나의 배 이름이 있지만 비밀
*주기율표를 일본어로 바꾸어 외우기 쉽게 한 것

5581192415No.92
(코코와이이쿠니요이이코노쿠니)
여기는 좋은 나라야 좋은 아이의 나라

184184も好きのうち
(이야요이야요모스키노우치)
싫어요 싫어요 하면서도 속으로는 좋아

1,414213562
(히토요히토요니히토미고로니)
하룻밤 하룻밤에 사람을 볼 때

1 2 3 4 5 6 7 8 9
서수: 이치 니 산 욘 고 로쿠 나나 하치 큐/쿠
기수: 히토츠 후타츠 밋츠 욧츠 이츠츠 뭇츠 나나츠 얏츠 코코노츠
*일본어 숫자 세는 법
‘수한몽’ 가사 일부

이외에도 보컬 노다 요지로의 독특한 미성과 영상 예술을 보는 듯한 뮤직비디오를 즐기고 싶다면 래드윔프스는 최고의 선택이다. 일본어로 된 노래를 듣기가 정 부담스럽다면 가사의 90~100%가 영어로 지어진 グーの音(구-노 오토)나 バイマイサイ(By my side, 바이 마이 사이드)를 들어도 좋을 것이다. 전자는 풍부한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으로, 래드윔프스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후자는 서정적인 노래로 연인에게 당혹스러울 정도로 의존하며, 사랑을 말하는 내용의 가사가 어쿠스틱 반주에 더해진 곡이다. 감정을 과도하게 담거나, 혹은 모순적으로 전혀 담지 않는 것 또한 그들 음악의 특징이기도 하다.

래드윔프스는 언어와 음악을 환상적으로 결합하여 온갖 감정의 아름다운 부분과 추악한 부분을 인간이 끌어낼 수 있는 최대로 끌어낸 곡들을 만든다. 그들의 음악은 분명 부족함 없이 신선한 음악에 대한 갈망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김채린

 노래 속에는 고유의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숨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려 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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