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연의 사사로운 생각]

틀딱이는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극단적 보수 성향을 가진 노년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노인 전체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틀딱이라는 단어는 주로 박사모 관련 뉴스, 어버이연합 관련 뉴스의 댓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비선실세, 이권개입 등 그들의 몰상식한 행동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여전히 현 정부를 옹호하는 보수단체가 주로 노년층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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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맘충(MOM+蟲)은 ‘몰지각한 엄마’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2015년 8월 처음으로 인터넷 상에 등장한 뒤 2015~2016년에만 7만여 차례 가까이 사용됐다. 짧은 기간에 SNS에서 쉽게 쓰는 일반적 단어가 됐다.

틀딱이, 맘충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담고 있다. 둘째, 처음에는 그들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기 위해 사용됐지만, 점차 그들이 속한 집단 전체를 비하하는 뜻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단순 혐오감의 표출을 넘어 일부의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전가하고, 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박사모, 어버이연합 관련 뉴스의 댓글란에서는 이번에 치러질 선거에서 연령상한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틀딱이’들의 정치적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도 안되는 의견이라고 생각했지만,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의견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이 많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60%를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정치 혼란의 문제를 그들 탓으로 여기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잘못된 판단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으니, 그들에게 투표할 권리를 빼앗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틀딱이라는 용어로 인해 노년층 전체가 문제있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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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증가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일부 극성맞은 어린이와 이를 감싸는 부모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다른 손님들을 위해서라지만, 이는 자칫 어린이를 가진 어머니 전체 집단을 문제적 집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노키즈존이 증가할수록, 그리고 ‘맘충’이라는 용어가 더 활발히 쓰일수록 아이를 가진 어머니는 활동반경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들 일부의 과오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맘충이라는 용어 덕분에 어머니들은 경계 대상이 되어버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는 ‘꽃’에서 이름 부름과 동시에 존재가 이뤄짐을 말하고 있다. 그만큼 단어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집단에 대한 명명, 그리고 그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파장에 대해 항상 인식하고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피니언타임스=박자연]

박자연

정답을 맞추려고도, 찾으려고도 하지 말자가 인생의 모토입니다.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통하여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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