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영의 창(窓)]

‘혼술남녀’, ‘8시에 만나’ 등 나홀로족을 겨냥한 방송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기존 ‘나 혼자 산다’의 성공과 궤를 같이 하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나 혼자 산다’가 1인 가구 급증이라는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비롯됐다면, 나머지 두 방송의 흥행은 식당에서 밥이나 술을 혼자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혼밥’, ‘혼술’, ‘혼영’ 등으로 대표되는 신조어들이 젊은 층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수업이나 대외활동, 휴학 등으로 변칙적인 식사 시간 때문에 같이 밥 먹을 친구를 찾기 힘든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혼밥러’의 수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혼술남녀 스틸컷. ©tvN

일면 대학가의 혼밥 풍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 전쟁의 끝을 달리고 있는 ‘n포 세대’가 타인과 식사하는 즐거움까지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가뜩이나 원자화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인간관계에 지쳐 대면식사를 피하는 사람 역시 혼밥 문화를 탈출구 삼아 관계 도피를 합리화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혼밥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역시 존재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끼니를 대강 때우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러울뿐더러,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피폐한 생활을 야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왜 우리는 식사를 인간관계와 연결시켜 생각해야 하는가. 가끔 친하지 않은 상대와 단 둘이서 식사를 같이할 때 느끼는 어색함을 다들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상대방의 말에 리액션을 취하며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소재를 생각하느라, 맛은커녕 음식이 입으로 제대로 들어갔는지도 몰랐던 기억이다.

물론 밥을 같이 먹으며 대화를 트고 친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식사관행은 식사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가릴 수도 있다. 혼밥 문화는 우리가 식사라는 행위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혼자 먹을 때 우리는 남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그리고 원하는 시간 동안 먹을 수 있다.

분명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로 아직까지 혼밥은 밥 먹는 시간까지 줄여 학점을 높이기 위한 보증수표로써 학생들에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충 끼니를 때우는 식의 혼밥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다름아닌 혼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는 것이다. 복학생은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혼자 단무지 뺀 김밥을 먹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실 백반집에서 밥을 먹든, 패스트푸드점에서 밥을 먹든 낭비되는 시간 차이가 얼마나 크겠는가. 혼밥하는 학생들이 식사를 대충 때우게 만드는 원인은 다름아닌 혼밥을 안 좋게 보는 시선에 있다. 혼밥이 일반적인 식사문화로써 인정받게 될 때 혼밥족들은 양지로 나와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편의점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CU의 간편식품 매출신장률은 2014년 13.4%, 2015년 22.5%에서 지난해에는 56.7%까지 껑충뛰었다. 각종 외식업계 또한 혼밥 열풍에 맞춰 관련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제 단순히 식사를 혼자 때우는 일을 넘어 혼자 식사시간을 영위하는 삶의 형태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시간 낭비로부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혼밥’은 호모 사피엔스의 진보된 식사형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오피니언타임스=오승영]

 오승영

경희대학교 재학 중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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