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대한민국은 만세!~ 해야 한다.
6.25로 잿더미가 되고 국민소득 80달러도 안됐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내 어릴 적 기억에 미군 지프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기브 미 껌’하며 쫓아갔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레이션 박스에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초콜릿 같은 희귀한 과자들과 소위 ‘간스메’(통조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종이팩에 들어있던 우유는 얼마나 맛있었던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복어 알을 끓여 먹다가 죽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신문지면에 실리던 시절이기도 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1년 8월 피난민촌에서 어린 소녀가 먹을것이 없어 풀뿌리로 밥을 짓고 있다. ©국가기록원

그때 한국의 정치는 어떠했나?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만큼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았나.

우리는 이렇게 못살았다. 우리나라는 ‘가망이 없는 나라’였다. 1960년대 들어서도 봄이 되면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고 전국적으로 ‘절량농가’(양식이 떨어진 농가)가 속출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이 말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어릴 적 충북 영동역 앞에는 추풍령 등지에서 베어온 통나무들이 쌓여 있었다. 식량이 떨어진 이들은 통나무 더미에서 소나무 껍질을 벗겨냈다. 소나무 껍질과 목질 사이에 있는 섬유소를 식량으로 대용했던 것이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시골 국민학교(지금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친구들은 수돗물로 배를 채워야 했다. 기껏해야 찐 감자 두어개를 도시락에 담아오는 아이도 있었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되고 나서야 우리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동기가 부여됐다. 여인네들의 머리를 잘라 가발을 만들어 해외에 팔았다. 기업인들은 와이셔츠를 팔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영도력과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박태준 회장 등과 같은 걸출한 기업가들도 많았지만, 오늘날 한국을 만든 1등 공신은 역시 우리 국민이었다.

일자리 자체가 없던 시절 대학교육을 받은 우리의 선배들은 독일에 가서 지하 1000m의 막장에서 석탄을 캐냈다. 파독 간호사들은 시체를 닦는 일을 해야 했다. 독일은 이들의 임금을 담보로 한국에 차관을 제공했다. 광부의 응모비율은 수백대 1의 경쟁률이었고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다.

1976년 새마을아침청소(왼쪽)와 태평양화학공장 새마을운동(가운데), 새마을정비사업 모습 ©국가기록원

눈물없이 읽을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베트남에 파병되어 목숨걸고 싸웠으며, 여기서 벌어온 돈은 경제개발자금으로 쓰였다. 그 뿐인가? 중동 열사의 땅에서 섭씨 40°가 넘는 무더위에 땀흘려가며 항만을 건설하고 송수관을 깔았다. 공무원도, 회사원도 통금시간에 쫓기며 일했다. 1963년 울산정유공장, 1970년대초 제1기 포항제철 준공, 경부고속도로 준공 등등… 이런 일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에 자긍심을 심어주었던가?

우리나라는 숱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이겨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뤄냈다. 4·19혁명과 5·16쿠데타, 두번의 국제 석유위기, 12·12사태, 1998년 IMF위기 등을 극복해왔다. IMF위기 때는 전국민이 힘을 모아 집에 있는 금반지, 금팔찌를 자발적으로 모으는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하여 국민적 단합을 과시해 세계가 놀랐다. 2002년 월드컵경기는 얼마나 전국적인 열기 속에서 대통합을 이루어냈던가.

그러나 이후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사건 등을 시작으로 국론이 갈라지더니 ‘최순실 고영태 게이트’로 인한 대통령 탄핵재판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국론은 두동강이 났고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작금의 국론분열 사태는 마치 해방 후 찬탁과 반탁운동의 대립과 비견된다. 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게 될지 모른다.

지금 탄핵재판은 판결을 앞두고 있다. 나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만큼 법리적인 문제를 따지지는 않으려 한다.

헌법 재판관들은 지금 역사 앞에 서 있다.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의거해 판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 국민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판결을 하기 바란다. 그래서 이 나라에 법치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야 할 것이다.개인적으로는 탄핵이 각하되어  국민 대통합의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