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기본소득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제성장에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대선주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본소득(43조원)을 지역화폐로 발행해 골목시장에서 실제 유통시키겠노라며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 공약.

포퓰리즘 공약으로 끝날 지,경제의 마중물이 될 지 주목됩니다.

마중물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먼저 붓는 한 두 바가지 물입니다. 시골 외진 곳에선 요즘도 마중물을 붓고 펌프로 물을 올리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죠.

‘물을 마중나가는 물’이라해서 마중물이라 하는데, 경제용어 지렛대(레버리지)효과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투입량 대비 산출량이 많다는 점에서…

마중이라는 말만으로도 님 마중가는 여인네의 두근거림이나 손님 마중하는 주인의 설레임이 풍겨납니다.

©픽사베이

마중물은 마중+물, 마중은 맞+웅(접미사)으로 쪼개집니다. 맞은 ‘맞이하다’ ‘맞다’의 맞과 같죠. 접미사 ‘웅’은 마중과 대비되는 표현인 ‘배웅’에도 쓰입니다. 맞으러 가는 행위(마중)의 반대인 ‘바래다주는 행위’가 바래+웅 > 배+웅으로 됐다고 학자들은 얘기합니다. 바래다의 ‘바래’가 ‘배’로 바뀌었다는 거죠. 배행(陪行)에서 왔다는 설도 있지만, 마중과 배웅의 말생김 구조가 같고 ‘바래다’란 표현으로 미뤄 우리말에서 왔다는 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맞’자 돌림의 말들도 꽤 됩니다.

물건을 사고 팔 때 그 자리에서 마주 치르는 현찰을 뜻하는 맞돈! ‘부자집 외상보다 비렁뱅이 맞돈이 좋다’는 그 돈입니다.

불을 잡기 위해 맞은 편에서 놓는 맞불이나 나이불문하고 함께 담배를 피는 맞담배질(조선시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맞담배질했던 풍습), 맞대결, 맞수, 맞장구, 맞은편, 맞추다, 맞히다의 ‘맞’이 같습니다. 마주하다, 마주치다, 마주보다, 마주대하다의 ‘마주’ 역시 ‘맞’에서 분화된 말로 추정됩니다.

맞이나 마주의 고어는 ‘마’. 마파람에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배산임수의 집 앞에 펼쳐진 남쪽(마)을 보는 것이 ‘마주 보는’ 의미로 확장됐다고 봅니다. ‘마’가 ‘마주’ ‘맞’으로, 한편으론 만나다, 만남의 ‘만’으로도 진화되고… 만나다의 사전적 풀이(선이나 길, 강 따위가 서로 마주 닿다, 누군가 가거나 와서 서로 마주 보다)를 봐도 딱 맞습니다. 맞춤 양복의 맞춤이나 안성마춤의 마춤도 확장어로 보이죠.

©픽사베이

동서남북 방위의 옛말은 새, 하늬, 마, 높(뒤). 가부좌를 틀고 앉았을 때 맞은 편이 남쪽(마),날이 새는 쪽이 동쪽(새), 하늘이 넓게 펼쳐진 쪽이 서쪽(하늬), 뒤가 높은 쪽이 북쪽(높)으로 방위가 곧 말뜻이었습니다.

“솔아~솔아~푸르른 솔아~샛바람에 떨지 말아~”(안치환 노래)에 나오는 샛바람은 그래서 동풍입니다. 샛바람의 ‘새’는 ‘날새다’ ‘밤을 새다’ ‘지새다’ ‘새벽’할 때의 ‘새’와 같은 뜻이죠.

본래 내일(來日)은 우리말로 새로운 날이라는 뜻으로 ‘날새’였으나 퇴화돼 한자어 내일로 쓰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새’라는 말 자체가 ‘새벽의 동트임’ ‘밝아지는 틈 사이나 틈새’에서 왔다는 설도 같은 맥락입니다.

서풍은 하늬바람, ‘마파람에 게눈 감추다’란 속담에 등장하는 마파람은 남풍, 북풍은 높바람(뒤바람)입니다. 같은 방위논리로 북동풍은 높새바람, 북서풍은 높하늬바람이 됩니다.

높새바람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태백산맥을 넘어 영서지방으로 부는 북동풍. 영동에서 영서로 넘어가는 습윤한 바람이 고산지대를 넘으면서 수분을 버리고 고온건조한 바람이 돼 농작물을 말라죽게 해 ‘공포의 바람’으로 불립니다.

그러고 보니 옛말의 방위표현이 아주 적확할뿐아니라 방위개념에서 다양한 우리말이 진화돼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선주자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이 우리경제에 마중물이 돼 따뜻한 남풍(마파람)을 몰고 올지 주목해봅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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