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대전은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카터칼에 피습을 당했다. 병원에 입원했던 박 대표가 회복 후 가장 먼저 한 말이 “대전은요?”였다고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했다. 이 선거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한나라당 후보는 현역 시장인 상대 당 후보를 이겼다.

1979년 10월 26일, 아버지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도 “휴전선은요?”가 첫 말문이었다고 당시 언론은 전했다. “전방은요?” “휴전선은 괜찮습니까?” “전방은 이상 없습니까?” 등 언론사에 따라 했다는 말이 조금씩 다르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미달?’

TV조선이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650점에 미달했다고 미디어오늘이 최근 보도했다. 주무기관인 방통위가 지난 2월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MBN을 제외한 종합편성채널 3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를 대상으로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를 진행한 결과다. 1000점 만점 기준 650점에 미달하면 방통위는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조치다.

종편·보도 채널 심사는 방송평가 400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210점,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 19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 100점,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100점 총 1000점을 기준으로 한다.

막말·편파·왜곡 종편 방송

종편 방송사업자들은 재승인 심사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저널리즘의 기본인 객관보도와 공정보도를 무시하고, 막말·편파·왜곡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종합편성 채널이면서도 정치토론 프로그램 편성에 집중하기도 했다. 진행자들은 편파적 진행에다 고함을 지르는 듯한 고성으로 귀를 따갑게 했다. 토론 패널 구성도 균형을 유지하라는 법적·저널리즘적 기준이 있지만 다반사로 무시하고, 보수적 정파성을 드러내는 인물들 일색으로 채워 왔다. 종편에서 막말과 편파 방송이 기승을 부린지는 오래됐다.

방송사업자는 다양한 규제(regulation)를 받는다. 신문은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방송은 언론의 자유보다 ‘공익성’과 ‘공공성’을 더 중요한 이념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방송은 신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매스미디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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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승인 심사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키도록 하는 규제는 소유·편성·방송내용·광고 등 전부문에 걸쳐 있다. 자산 30조 이상 대기업은 방송사를 소유할 수 없다거나, 보도·교양·오락 프로그램을 일정 비율로 조화롭게 편성해야 한다거나, 방송내용과 광고에 대해 일상적인 심의 규제가 뒤따르는 것 등이다. 방통위는 이런 사항을 종합해 3년~5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한다. 방통심의위는 방송내용에 대한 일상적인 심의를 수행한다. 방통위와 방통심의가 제재조치를 계속하고 있지만 종편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벌점이 아무리 쌓여도 재승인에 탈락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내용 평가 중 ‘방송심의 제규정 준수’ 항목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막말·편파 방송에 대한 벌점 규정이 최고 5점 감점밖에 되지 않는다.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가 4점, 방송편성책임자·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4점 등이다. 이외에 경고 2점, 주의 1점,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는 5점을 받는다. 방송평가는 재승인 심사에서 1000점 만점 중 400점이 반영된다. 여러 차례에 걸친 감점을 받더라도 재승인 탈락에 이르기에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재승인 심사에서 재승인 추천이 거부된 것은 2004년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던 iTV가 유일하다. 그 뒤를 이어 인천 지역에 새로 TV사업허가를 받은 OBS경인TV도 작년 말 경영난 악화로 재승인 심사에서 650점 미만을 받아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올해 내 자본금 30억 확충이 조건이다. 이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OBS경인TV는 iTV의 경우처럼 ‘재승인 거부’로 방송 송출이 중단될 수 있다.

재승인 심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종편

이 사례를 제외하면 재심사는 이미 답이 정해진 형식적인 심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행 재승인 심사방식으로는 650점 미만을 받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2013년 발표된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의 심사점수는 684.73점, JTBC는 727.01점, 채널A는 684.66점이었다.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점수에 미달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종편 재심사에서 TV조선이 6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TV조선은 지난해 161건의 심의제재를 받아 채널A 74건, JTBC 29건, MBN 27건보다 월등히 높았다. TV조선은 2013년 29건, 2014년 95건, 2015년 127건 등 매년 심의제재 건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심의제재의 원인이 된 막말·편파·왜곡 출연자를 퇴출시키거나 하는 조치도 미흡해 방통심의위로부터 지속적인 지적을 받기도 했다.

190점 배점인 편성분야 역시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높은 TV조선이 탈락 점수를 받게된 원인으로 보인다. TV조선과 채널A는 보도 프로그램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라 보도전문채널이라 불러야 마땅할 정도다. 두 채널은 2013년경부터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교양·오락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줄이고, 제작비를 적게 들이면서도 어느 정도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픽사베이

채널 퇴출 선례가 필요하다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종편을 출범시켰던 2011년부터 많은 우려가 있었다. 방송시장에 보수신문의 진입이 허용되면서 방송의 상업화·저질화가 가속화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방송시장은 카니발리즘의 전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종편은 방송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겼다. 방송시장은 종편으로 인해 방송 생태계가 붕괴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이 퇴출될 수도 있다는 선례가 필요하다. 방통위는 심사위원단이 매긴 점수에 기반해서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라는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체로는 ‘조건부 재승인’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다.

방통위가 TV조선에 대해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을까? 채널취소 조치까지 내리면 방통위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허가 심사로 방송사업자가 탈락할 경우 어떤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도 방송법에 없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이 파면당한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서 ‘TV조선은요?’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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