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2013년 5월 27일 밤 8시. 집중호우가 내리던 이날 밤 남해고속도로 24번 나들목 문산IC 부근에서 강모(55, 여)씨가 운전하던 모닝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습니다. 사고 직후 지나가던 차량의 신고를 받고 경찰과 119구급대, 견인차가 현장에 출동합니다. 하지만 운전자 강씨는 현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조수석의 전면 유리가 파손된 승용차는 물론, 휴대전화와 지갑, 신발 등 소지품을 전부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경찰이 나들목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고 이후 CCTV 추적 등 끈질지게 수사해왔지만 나들목 실종사건은 발생 4년이 다 되도록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인천김포고속도로 남청라 나들목 ©인천김포고속도로

나들목. 지금은 익숙한 말이 됐지만 한때는 인터체인지로 더 잘 불렸습니다.
나들목은 차량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고 사고방지를 위해 서로 교차하는 도로를 입체적으로 만든 시설이죠.

나들목의 ‘나들’은 나고(出) 든다(入)라는 데서 따온 말입니다. 나들이(잠시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다녀오는 일)할 때의 나들과 같습니다. 나들목 가게도 같은 항렬입니다.

나들목에서 ‘목’이란? 우리 신체의 목과 뜻이 같습니다. 목의 형상을 보면 쉽게 와닿습니다. 목은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신체의 일부분.

손목 발목 병목(병 윗부분의 잘록한 부분)의 ‘목’이나 길목(넓은 길에서 좁은 길로 들어서는 첫머리), 골목(큰길에서 쑥 들어가 동네나 마을 사이로 이리저리 나 있는 좁은 길), 건널목(철도와 도로가 교차하는 곳)의 목 역시 같습니다.

노루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인 노루목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보호 의식이 미약했던 시절엔 올무나 덫을 산자락 노루목에 놓아 잡곤했죠. 그 넓은 산속에서도 노루(짐승)가 다니는 좁은 길목이 반드시 있어 그곳에 노루목이라 불렀고, 덫을 놓곤했습니다. 물론 요즘이야 불법이지만~

자리가 좋아 장사가 잘되면 ‘목이 좋다’고 얘기합니다. 이때의 ‘목’도 같은 뜻이죠.
지리산에 장터목이란 곳이 있습니다. 경남 진주 쪽에서 오르든, 백무동 계곡쪽에서 오르든 정상 천왕봉을 가려면 꼭 거쳐야 할 곳. 장터와 길목이 합쳐진 명칭입니다.

창덕궁 연경당 내 선향재 아궁이(왼쪽)와 선향재 모습. 문화재청은 2009년 관람객과 함께 아궁이 불지피기 행사를 개최했다. 전통 가옥의 온돌방에는 아궁이 위치에 따라 윗목과 아랫목이 나뉘었다. ©문화재청

생활가까이에도 ‘목’이 제법 있습니다. 윗목 아랫목할 때의 목도 ‘친족어’입니다. 방 아래와 위쪽을 '목'이라 부른 것이 좀 의아스럽지만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때 구들을 덥히는 전통 보온방식이죠. 방을 처음 들일때 구들을 깝니다. 고래를 만들어 아궁이로 들어간 불기운이 방 전체에 골고루 퍼지도록 방사형으로 만들죠. 아궁이에서 고래로 퍼지는 부분(아랫목)은 병목처럼 좁아지다 다시 넓어집니다. 방사형의 고래를 덥힌 공기는 위쪽 굴뚝으로 모여 빠져 나가는 데. 굴뚝 쪽의 고래 역시 병목처럼 좁아집니다. 이를 윗목이라 했습니다.

구들이 다 놓여진 온돌방 안에서야 어디가 좁고, 어디가 넓은 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상들은 이름만은 허투루 짓지 않았습니다.

초기엔 생소하게 들렸던 나들목은 순우리말 조어입니다.

국문학자인 남기심 교수가 자신 저서인 ‘당신은 우리말을 새롭고 바르게 쓰고 있습니까(샘터刊)’에서 인터체인지를 ‘드나들다’라는 동사와 길목, 병목의 명사에서 ‘나들’과 ‘목’을 빌려와 차량이 들고 나는 곳이라는 의미(나들목)로 바꾸자고 제안해 탄생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외래어인 인터체인지를 우리말로 새롭게 만든 것이죠. 그 어름에 우회도로를 ‘에워싸다’와 ‘둘러싸다’의 뜻을 살려 ‘에움길’과 ‘두름길’로 바꿔 사용하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하니...

예쁘고 멋진 우리말을 가다듬는 노력이 이어져야 함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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