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안희정과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한동안 ‘품앗이 응원’을 펼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 유세현장에서 안희정 지사가 정견발표를 하면 이 시장 지지자들이 “안희정”을 연호하고 이재명 시장이 정견발표를 하면 안 지사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외쳤던 겁니다. 비록 역전에는 실패해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끝났지만~

품앗이란 벼베기와 같이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을 할 때 서로 돕는 일을 이릅니다. 노동력의 등가교환이란 점이 특징입니다.

김서방네 모내기할 때 내가 하루 모내주고 우리집 모낼 때 김서방이 와서 하루 모내주는 것이 품앗이입니다. 서로의 품을 빼앗는다는 뜻에서 ‘(빼)앗다’라는 뜻의 ‘앗이’가 쓰였습니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들녘에서 농부들이 품앗이를 통해 복숭아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옥천군청

한 시골농부가 인테넷에 올린 품앗이 제안입니다.

“품앗이를 제안합니다. 저의 일을 하루 도와주시면 저 또한 하루 도와드리겠습니다. 비닐하우스 철거한 것 트럭으로 나르는 일과 뼈대 세우고 비닐 씌우는 일입니다. 비닐하우스 자재를 재활용해서 짓는 일입니다. 일시:2017년 *월**일 토요일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품앗이가 농촌에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줍니다.

품앗이의 ‘품’은 가슴을 뜻합니다. 우리네 농사 중에 대표적인 게 논농사. 볏단을 품에 안고 나르는 것을 도와주는 일, 이것이 반대로 ‘남의 품을 앗는 일’(품앗이)이기도 했습니다.

'양수리의 봄'이란 방송프로가 있습니다. ‘품’이라는 말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입니다.

굶어 지쳐 기진맥진하면서도 생명(알)을 품어내는 어미새와 홍수가 진 거친 물살속에서도 어미새의 품을 파고 드는 새끼… 폭우와 홍수 속에서 알을 품어 새끼를 내고 기르는 논병아리와 물닭의 모습이 감동적인 이 프로는 ‘품’이 생명의 터임을 잘 보여줍니다.

나이들어서도 모두가 그리워하는 것이 엄마 품이죠.

‘품’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우리 말들도 꽤 됩니다. 엄마 품,아빠 품할 때나 ‘알을 품다’할 때의 품과 같이 가슴을 뜻하는 품이 있고 품팔이나 품앗이, 발품, 다리품 할 때의 품(노력 힘)이 있습니다.

아빠품, 엄마품처럼 품이 들어가는 우리말이 꽤 된다. ©픽사베이

사전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윗옷의 겨드랑이 밑의 가슴과 등을 두르는 부분의 넓이 *윗옷을 입었을 때 가슴과 옷 사이의 틈 *두 팔을 벌려서 안을 때의 가슴 *어떤 일에 드는 힘이나 수고...

다른 듯 정의돼 있지만 실은 한가지에서 나왔습니다. 본래 가슴을 뜻하다가 가슴과 옷 사이의 틈으로 진화됐습니다.옷을 맞출 때 품을 잰다고 하죠. 어떤 일에 드는 힘이나 수고 역시 원래의 품에서 나왔습니다.

품팔이는 품을 팔아 벌어먹고 사는 사람,날품팔이는 하루하루(날) 품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이죠. 품팔이하고 받는 돈을 품삯이라 했고 바느질해서 돈받는 일을 삯바느질이라고 했습니다.

‘희망을 품다’ ‘웅지를 품다’할 때의 품도 같습니다. 독을 품다는 말도 있듯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젖이 되기도 합니다.

얼마전 배우 고아라가 정우성 이정재와 한솥밥을 먹게 됐습니다.

연예매체들이 고아라가 데뷔 때부터 13년간 줄곧 몸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정우성, 이정재가 설립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인 아티스트 컴퍼니의 식구가 됐다는 뉴스를 다루면서 “고아라, 이수만 떠나 정우성-이정재 품으로~”라고 전했습니다.

누구의 품이냐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시너지도 다를 겁니다.

품은 생명이고 희망이니까요~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