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안의 동행]

야구는 인생과 닮은점이 많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0:3으로 지고 있어도 만루홈런 하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진아웃을 많이 당해본 사람이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다.’ 수많은 실패와 경험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다는 뜻이다.

9회말 2사만루 끝내기 홈런은 가장 극적인 상황에 극적인 결과다. 하지만 그 홈런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상대 투수 성향은 어떤지, 이번 공은 투심 패스트볼일지 혹은 체인지업일지, 주자의 리드 폭은 얼마나 가져갈지….

가끔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을 내던져야 한다. ©픽사베이

야구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늘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사르트르는 이를 일컬어 “인생은 B로 시작해서 D로 끝난다”고 말했다. B는 Birth, D는 Death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C=Choice가 존재한다. 사람은 하루에 알게 모르게 150가지 정도의 갈등을 한다고 한다. 사르트르의 ‘인생은 B와 D 사이의 C(Choice)’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삶은 C의 연속이다. 작게는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부터 결혼, 취업 등 커다란 변화까지 모두 그렇다. 우리의 삶은 과정이다. 어떤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흐름이 생기며 이어진다.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도 야구와 닮아있다. 때로는 어떤 행위보다 시점이 더 중요하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듯 말이다. 둥근 배트로 둥근 공을 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재밌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렵지만, 그래서 재미를 느낀다. 이따금 우리가 놓치는 것은 3할만 쳐도 훌륭한 타자라는 점이다. 10번의 기회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충분히 훌륭하다. 우리는 종종 완벽을 꿈꾸고 목표에 이르지 못해 좌절한다. 그러나 완전한 사람은 없다.

프로야구 시즌이 새로 시작됐다. 인생에도 매년 봄이 찾아온다. 야구 최종순위는 전문가 예측과 틀릴 때가 많다. 인생도 살아봐야 안다. 패를 다 뒤집어보기 전에는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야구는 수많은 경우의 수와 변수가 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기에 복잡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러나 때로는 수십년간 나오지 않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생도 이와 비슷해 예측불가다.

야구는 매우 정교해야 할 때와 섬세해야 할 때가 있다. 때로는 무심하게, 모험과 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야구천재는 많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노력하지 않으면 천재도 한계에 닿는다. 우리가 ‘연습생의 신화’, ‘신고 선수로 입단해 국가대표가 된 선수’ 등의 성공을 보며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픽사베이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에서는 금수저든 흙수저든 정정당당하게 경기해야 한다. 공정한 판정이 이뤄지고 승리를 넘어 우승을 목표로 해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기는 게 능사는 아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승리가 쌓이고 우승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우승을 목표로 반칙을 일삼으면 팬들에게 외면당한다.

야구는 혼자서 할 수 없다. 팀 경기이기 때문에 9명이 한몸처럼 움직여야 승리할 수 있다. 한명의 스타 선수가 탄생하기 위해서까지 그 선수를 어루만진 손길은 셀 수 없이 많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하늘의 뜻이지만, 살아가는 내내 우리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나의 업적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는 끝내기 역전승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 하지만 요즘은 선발투수가 7회까지 안정적으로 잘 던지고 8회쯤 중계투수가 ‘믿을맨’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뒤 9회 마무리투수가 깔끔하게 세이브를 올리는 경기가 더 좋아졌다. 모두가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강팀이 된다. 1~3선발투수가 시즌 10승 이상 해주고, 세이브 투수는 끝매듭을 제대로 지어주는 정석 플레이가 요행을 바라는 역전승보다 훨씬 멋있다.

한때는 야구에 일희일비하며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다. 지금은 이기면 기쁘고 지면 속상한 정도다. 삶에 적응해 나가는 것도 그런 것일까. 이런 경기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차분히 받아들이고 정석대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삶.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당신은 몇 회의 타석에 배트를 들고 서 있는가. 아니면 위기에 구원등판한 소방수인가, 승리를 이어나갈 롱릴리프인가. 아직 나는 많은 시즌을 치르지도 않았다. 나이 서른, 3회 마운드에 서 있는 지금. 앞으로 나와 당신에게 무슨 일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꾸준히 노력하면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이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각자 스타일에 맞게, 꾸준히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시시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은 대체로 옳다.

가끔은 야구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인생이 거기 녹아있다. 뛰고 넘어지고 달리고 심리전을 펼치고, 점수 하나를 내기 위한 과정들. 그 열정을 인생에 대비하며 동기부여를 하고 희망이라는 동력을 얻어 삶을 살아가기를. 우승을 꿈꾸며 한없이 노력하는 선수들처럼 넘어져도 금새 일어나기를. 지금도 경기는 계속된다.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최선희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건축회사 웹디자인 파트에서 근무 중인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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