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청춘사유]

“규진, 이제 그만 말하고 글을 좀 써봐” (조직학습과 지식생태학 수업 中)

박사과정에 입문한 후 지도교수가 강의시간에 한 말이다. 글보다 말이 앞섰던 나는 과제마저도 ‘글’보다는 사람들 앞에서 ‘말’함으로써 순간을 모면하려고 했다. 이러한 ‘말하기’는 석사과정과 직장생활 중 유독 빛났다. 알고 있는 사실보다 부풀릴 수 있는 능력에 멋들어진 프리젠테이션을 가미하면 현장에서 바로 약을 팔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교수님께 뼈아픈 지적을 받고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평소 SNS를 일절하지 않았던 나는 블로그를 열어 글쓰기 연습을 시작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 30분 동안 무언가를 쓰는 과정은 지난했다. 말로 하면 쉬운데 글로 풀자니 우주의 외계인을 만나러가는 기분까지 들었다. 어떤 날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정리하는 글을 썼고, 때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새겼다. 또 어떤 날은 라면을 먹다가 맛에 탄복해 일필휘지로 휘갈기기도 했다. 그렇게 글을 쓴지 1년이 지났다.

©심규진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작은 문예지에 글을 출품하여 문학상을 받았고, 오피니언타임스 공모전에 글을 제출하여 칼럼니스트가 됐다. 그동안 쓴 글을 묶어 어른동화(부크크, 2017)라는 책을 출간했고, 소논문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신춘문예에 출품한 글이 당선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작용했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 글이 읽어볼 만한 수준은 되었나보다.

내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변태(變態)할 수 있던 것은 교수님의 한 마디 덕분이었다. 교수님은 ‘글쓰기는 애쓰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애쓰고 있고, 이러한 애쓰기의 끝은 없을 것 같다. 지도교수이신 유영만 교수께서도 80권이 넘는 책(공부는 망치다 외)을 출간하셨음에도 여전히 성실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지루한 ‘반복’이 위대한 ‘반전’을 일으킨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하루 30분의 글쓰기 연습이 지루할 때도 있다. 이따금 맹목적인 반복이 무슨 이득이 있을까 의심이 몰려온다. 하지만 나는 위대한 반전을 꿈꾸며 오늘도 글쓰기 연습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이 자리를 빌려 유영만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심규진

 한양대학교 교육공학 박사과정

 청년창업가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컨설턴트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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