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지금부터 온 나라가 힘을 합쳐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경우, 앞으로 20~30년 내에 우리나라에 닥칠 가장 암울하고 무서운 상황은 어떤 것에 의해 발생할까? 국가 안보상의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소위 ‘인구절벽’ 현상의 결과일 것이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방치할 경우 정말로 극단적으로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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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17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의 인구수를 유지하려면 합계 출산율이 2.1 수준이 돼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합계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인구는 줄게 돼있다.

실제 2017년 출생아수는 처음으로 40만명도 안될 전망이다. 지난 1월의 출생아수는 3만5100명으로 전년의 같은 달보다 11.1% 감소했으며 출생아수가 전년 동월대비로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총 인구는 머지않아 줄게 될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일자리가 줄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과 더불어 고령사회(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 이상인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노동인구가 줄어들어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다. 노인인구의 비중이 커지면서 소비도 줄고, 투자가 감소하며 이로 인해 생산도 줄어들고 국민소득도 줄어든다.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극화가 심해진다.

한편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국민연금 지출소요도 늘어 연금의 적립금 소진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국민연금보험제도 등 사회보장제도의 유지가 어렵게 된다.

그러면 왜 출산율이 낮아질까? 우리나라는 아이 낳고 기르기가 어려운 나라이다. 우선 취업이 안되니 결혼을 늦게 하게 된다.(일자리 문제는 이 글의 논의 대상이 아님.) 취업이 되어 결혼을 하려 해도 살 집을 구하기 어렵다. 요즈음은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신혼부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우선 아이를 낳아도 육아비용이 많이 들고 보육원에 넣기도 어렵다. 임신을 하게 되면 직장에서 눈치가 보이니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나중에 다시 취업하기가 어렵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경력단절 여성이 무려 700만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어렵사리 직장에 다시 복귀한다고 해도 동료직원은 저 멀리 나아가고 있어 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각종 사교육으로 부모의 허리가 휠 지경이다. 한창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할 초등학교 시절 아이에게 사교육이라니!

한 중학교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산-육아-교육 지원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포커스뉴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대학입시를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모든 학부모가 여기에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사교육비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결국 대학입시제도를 고치지 않고서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렵사리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등록금에 다시 허리가 휜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결혼시켜도 애프터 서비스해야 한다니까! 아이를 하나 키워서 대학 졸업까지 약 3억원 정도 든다는 추계도 있었으니 참 힘든 일이다. 그러니 아이 낳지 말고 부부 둘이서 알콩달콩 살자는 망국적인 풍조가 생겨나는 것 아닌가.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약 80조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꿈쩍도 않고 있다. 우선 이 막대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심사분석평가부터 해봐야 할 것이다.

나는 2006~2010년 강남구청장 시절 저출산 대책에 힘을 기울였던 적이 있다. 아이를 낳을 때 출산장려금을 지급했었다.(둘째아 100만원, 셋째아 500만원, 넷째아 1000만원)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서 맞게 되는 16가지 예방접종을 무료로 지원했으며 불임시술 보조 횟수도 늘렸다. 민간 어린이집의 시설을 개선하고 보모의 숫자도 구립 어린이집과 같아지도록 지원했다.

당시 출산장려금 지원에 대해서 주요 일간지 등은 강남구가 돈이 많아서 저런다고 비아냥거리고 희화화하는 기사를 실었었다. 돈 준다고 애기 낳느냐고… 오늘날에는 많은 지자체에서 금액은 서로 다르지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장려금 준다고 애기를 더 낳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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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은 종합적으로, 그리고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사교육비가 들지 않고 ‘다출산 가구가 두고두고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앞에서 열거한, 태어날 때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겪게되는 문제들이 전부 해결되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무리가 있는 시책이라도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국가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아기가 태어나서 보육원 가는 문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의 사교육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별한 교육목적없이 사교육만 조장하는 특목고, 자사고 등은 폐지하고 대학입시제도는 사교육이 필요없도록 혁명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경력단절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식과 관행,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직장에서 출산여성이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전국의 비어있는 주택을 수리하거나,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확대공급하여 신혼부부가 결혼할 때의 주택걱정을 해결해야 한다. 아기의 수에 따라 다산부부에게는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기가 하나일 경우 3년, 둘일 경우 5~6년, 셋일 경우 7~8년 임대를 보장하는 것은 어떨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중 일정분(예, 1%)이나, 국민연금적립금 등을 활용해서 매년 필요한 만큼의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인구 대책은 단기간에, 특히 대통령 임기 중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직접 표와 연결되지 않으므로 관심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은 저출산 대책을 안보 다음으로 일자리 정책과 더불어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추진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에 대하여  광범위하고 활발한 토론을 거쳐 하루빨리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아이는 국가(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키운다는 자세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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