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무지개는 신의 것인데, 성소수자들이 무지개를 훔쳐갔으니 돌려달라!”
성소수자 상징인 ‘무지개 깃발’의 창시자 길버트 베이커(미국 화가) 사망을 계기로 미국사회에서 ‘무지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구약성경(창세기)엔 대홍수 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증표로 무지개가 나옵니다. 무지개가 성소수자 상징으로 쓰이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근거입니다.

자연현상을 놓고 ‘니것 내것’ 소유권 분쟁을 벌이는 모습이 다소 씁쓸하죠.

무지개는 빛이 공기 중의 물방울에 굴절돼 나타나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빛 스펙트럼으로 한차례 소나기 후 먼 하늘에 휘황찬란하게 나타납니다.

‘무지개는 완전한 원형이다. 그러나 보는 이의 시야 때문에 반원형으로 보인다.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고도에서 보면 무지개는 원형으로 보인다.’(출처 나무위키)

©픽사베이

무지개는 ‘무+지개’의 합성이고 ‘무’는 ‘물’에서 ㄹ이 탈락된 접두어입니다.

문헌상 무지개의 옛말은 ‘므지게’. 므지게>무지게>무지개로 바뀌어왔습니다. 비가 온 뒤에 나타나는 특성 탓에 ‘물’이라는 단어가 붙었으리라 추정됩니다. 영어 ‘Rainbow’(비활)도 비와 맺어져 있죠.

말뿌리 핵심은 무지개의 ‘지개’. 많은 학자들이 지개가 ‘지게문’의 ‘지게’에서 왔다고 합니다. 호(戶)라는 지게문의 모양을 따 므지게라고 했고 이것이 무지개로 진화됐다고 합니다. 나름 설득력있는 추론입니다.

그러나 동이는 지게문 모양을 따서 지게라 지었을 수도 있지만 농경문화에서 없어선 안될 농기구 ‘지게’가 또 다른 뿌리가 아닌가 봅니다. 지게문 역시 지게 연관어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게에는 무지개와 연결되는 형상이 있습니다. 싸리대로 엮은 ‘바소쿠리’가 그것이죠. ‘바적’이라고도 불리는 바소쿠리까지 얹어야 지게는 하나의 완성품이 됩니다.

©동이

지게질하던 농부가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뒤 먼 하늘을 봅니다. 그런데 자신이 지고 있는 지게의 부채살(바소쿠리)과 생김새가 같은 형상이 하늘 저편에 펼쳐집니다.

‘바소쿠리처럼 활짝 부채살을 펴고 있는 저게 뭘까?’

처음 본 이들은 그것을 뭐라 부를까 고민했을 겁니다. 하늘에서 물을 뿌리고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반원형의 색색깔 구름다리를…

김서방: 이봐~그거 봤는가?
이서방: 그거~뭐???
김서방: 비 오고 나서 하늘에 지게 바소쿠리처럼 색색깔로 나타나는 거 말일세~
이서방: 아~~~ 그거~~~ 그래 그래… 봤지~ 색색깔로 펼쳐지는 거~ 그래 그거~
김서방: 그래 그거… 지게처럼 생긴 거… 물~지게 같은 거… 물~지게 말일세~

뭐 이러한 작명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단순 작명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지게는 짐을 ‘지다’에서 온 명사. 지게문은 지게 작대기를 받쳤다해서 지게문이라는 얘기가 있으나 지게에서 바로 나온 파생어로도 보입니다. 지게 호(戶)의 형상자체가 지게모습이니까요.

부연하면 무지개든, 지게문이든 짐을 지는 지게와 관련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짐싸다’나 짐짝, 봇짐. 짐차할 때의 짐도 물론 ‘지다’에서 온 단어들이고…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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